2년 연속 180억 원 적자에도 상장 추진하는 中 성형외과

중앙일보

입력 2021.08.26 15:00

미용의료 병원 체인 ‘이메이얼(伊美爾)’이 얼마 전 홍콩 증시 상장을 위해 제출한 투자설명서가 화제다. 중국에서 네 번째로 큰 민영 미용의료기관이자 중국 북부 지방에서는 가장 규모가 큰 회사임에도 불구, 수익은커녕 적자만 잔뜩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메이얼의 투자설명서 중 일부. 빨간색으로 체크한 부분이 2018~2020년 이메이얼 이익. [사진 계면신문(界麵新聞)]

이메이얼의 투자설명서 중 일부. 빨간색으로 체크한 부분이 2018~2020년 이메이얼 이익. [사진 계면신문(界麵新聞)]

2년 연속 180억 원 넘는 손실에도 상장 추진

2018, 2019년 잇달아 1억 위안(181억 4000만 원) 넘는 손실을 기록하더니 2020년이 되어서야 겨우 흑자 전환에 성공, 약 800만 위안(14억 5152만 원)의 순익을 보았다. 이러한 상황에도 이메이얼은 상장 추진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몇 년 전 자본시장에서 퇴출 당한 경험이 있는 이메이얼의 홍콩증시 상장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존재한다.

중국 기업정보 플랫폼 톈옌차(天眼查)에 따르면 이메이얼은 상장 추진 전 톈투(天圖)투자, 쥔롄(君聯) 캐피털, 화핑(華平)투자, 위웨(愉悅) 캐피털 등으로부터 3차례에 걸쳐 투자 받았다. 2016년 10월 장외거래시장인 신삼판(新三板∙NEEQ)에 상장됐으나 자금 조달 자원 제한으로 상장 6개월 만에 상장 폐지됐다.

이메이얼이 처음부터 어려웠던 상황에 직면했던 것은 아니다. 한때 ‘최초의 인조미녀’을 배출한 곳으로 업계 주목을 받기도 했다.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이메이얼은 1997년 미용의료 기기 업체로 출발했다. 그러나 2000년 정책의 벽에 부딪혀 사업을 접어야만 했다. 창립자 왕융안(汪永安)과 리빈(李濱)은 각각 경찰대와 언론학과 출신으로 의료와는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하다 우연히 미용의료 업계에 첫발을 내디딘 후 초반부터 사업의 쓴맛을 본 것이다. 이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피부병 치료뿐 아니라 피부 미용에도 효과가 있는 미국산 레이저 치료기에 사업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기기를 중국에 들여온 왕융안은 미용 효과를 강조해 시장에서 환영받았다. 이메이얼은 피부 시술에서 더 나아가 성형수술까지 뛰어들었다. 장비 도입과 병원 설립까지 완벽했다.

게다가 2003년 시도한 ‘중국 최초 인조미녀 만들기 프로젝트’는 이메이얼의 명성을 높이는 데 큰 역할을 했다.

‘인조미녀 만들기 프로젝트’로 노이즈 마케팅 성공

평범했던 보석세공사 하오루루(郝璐璐)는 2003년 이 프로젝트에 참가해 삶이 크게 바뀌었다. 한화 4500만원을 들여 7개월간의 수술을 거쳐 미녀로 거듭났다. 쌍커풀, 코, 가슴 확대 등 총 14군데를 수술한 하오루루, 그의 수술 과정은 방송을 통해 전부 공개됐다.

'중국 최초 공개 인조미녀' 하오루루. [사진 제일재경(第一財經)]

'중국 최초 공개 인조미녀' 하오루루. [사진 제일재경(第一財經)]

그의 수술 공개는 중국 사회에 큰 파문을 일으켰고 대부분 여론이 하오루루에 비판적이었던 반면, 세월이 흐르며 중국 곳곳의 성형외과는 장사진을 이뤘다. 노이즈 마케팅에 성공한 것이다. 네티즌에게 욕을 먹었던 하오루루도 4년 후 중국 전역의 성형외과를 돌며 홍보모델로 활동했다. 그는 고급 멤버십 클럽에도 자주 모습을 드러내는 등 여유 있는 생활을 즐겼다.

이후 중국 여성들에게 ‘미(美)’는 ‘부(富)’를 거머쥘 수 있는 수단으로 여겨지게 됐고, 중국 사회에서 성형은 ‘대중화’ 됐다. 프로젝트를 주도한 이메이얼은 ‘중국 최초 인조미녀’를 만든 병원으로 이름을 알렸다.

프로젝트 덕분에 브랜드 인지도를 얻은 이메이얼은 이후 엔젤 투자처로부터 투자를 받으며 병원 체인을 확대해갔다.

홍보 모델들이 이메이얼 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소후닷컴]

홍보 모델들이 이메이얼 건물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 소후닷컴]

잦은 의료사고로 이미지 타격

성형수술은 의사의 뛰어난 실력과 안정적인 수술 환경이 특히 중요하게 여겨진다. 한 번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기관의 평판과 이미지에 심각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이메이얼은 상대적으로 비수술적 치료에 집중했으나 의료사고를 피하지 못했다.

칭다오(青島)에 있는 이메이얼 산하 성형외과에서만 지난 5년간 최소 6건의 의료사고가 발생했다. 2018년에는 칭다오에 있는 또 다른 이메이얼 산하 병원에서 쌍꺼풀 수술을 한 환자가 눈의 통증과 붓기, 심각한 피로감 등을 호소하기도 했다. 하얼빈에 있는 이메이얼 산하 병원에서 코 성형을 한 환자의 코는 S자 모양으로 뒤틀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선양(瀋陽) 이메이얼 병원에서 지난 2월 3만 위안(540만 원)을 투자해 시술을 받은 자오(趙)씨는 안면에 2도 화상을 입었다.

톈옌차에 따르면 베이징 이메이얼은 6건의 법적 소송에 기소됐으며, 칭다오 이메이얼도 27건의 사법 사건에 연루됐다. 톈진(天津) 이메이얼은 불법 광고 게시 등으로 6건의 행정 처분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 CNN]

[사진 CNN]

이미지 개선 및 고객 확보 위해 분투 중

다사다난한 상황 속 이메이얼은 전체 매출에서 외과적인 진단 및 치료 서비스 비율을 줄이고 있다. 이메이얼의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외과 진단 및 치료가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18년 27%에서 2020년 22.8%로 줄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한 시도로 해석된다.

이 밖에도 이메이얼은 다양한 서비스로 고객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원스톱 미용의료 서비스’가 눈여겨볼 만하다. 이는 고객이 이메이얼에서 성형 수술을 한 후 피부 관리까지 받을 수 있는 케어 서비스다.

[사진 business of fashion]

[사진 business of fashion]

강력한 피부 개선 효과를 보이는 마스크도 소비자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이 마스크는 2019년 10월 이메이얼이 만든 자체 브랜드 스킨 케어 제품으로 한 장당 150위안(약 3만 원)의 고가 제품이지만 시술 후 자극 받은 얼굴을 관리하는 데 탁월한 효과를 보인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화시(華熙)바이오와 손잡고 맞춤형 히알루론산 필러 서비스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처럼 이메이얼은 수익성 개선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업계 수익 구조상 이마저도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 돈 버는 것은 필러·보톡스 제공 업체

[사진 Bloomberg]

[사진 Bloomberg]

중국은 세계 2위 미용의료 시장이다. 중국의 미용의료 시장 규모는 2016년 776억 위안(13조 9850억 7200만 원)에서 2020년 1176억 위안(21조 1903억 4400만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이에 많은 사람이 미용의료 시장을 수익성 있는 산업으로 간주,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

그러나 업계 구조를 자세히 살펴보면 미용의료 산업체인에서 업스트림 기업인 미용의료 원료 및 소모품 제조업체가 주로 돈을 쓸어 담고 있다. 업계 쌍두마차로 불리는 화시바이오, 아이메이커(愛美客)와 한국 LG 생명과학(현 LG화학에 흡수합병) 등이 이에 포함된다. 높은 기술 장벽을 보유한 덕분에 뛰어난 상품을 개발하기만 하면 수익률은 걱정할 필요가 없다.

중국에서 의약 분야에서 상품을 개발한 경우 특별 규제 정책에 따라 임상 시험 거친 후 국가 의약품 관리국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이 때문에 현재 중국에 승인된 히알루론산 제품은 40개에 불과하다. ‘보톡스’로 잘 알려진 보톨리눔톡신 승인 제품은 단 4개뿐이다. 기술 보유 여부, 연구개발(R&D) 지원 역량, 관련 프로세스 축적 등 높은 요구 사항과 진입 장벽 때문에 약품 제조 업체 수도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다.

중신건투(中信建投)증권에 따르면 높은 기술 장벽 덕분에 히알루론산 선도 기업의 총이익률은 90% 이상이다. 아이메이커, 화시바이오, 하오하이성커(昊海生科) 등 중국 히알루론산 개발 3대 기업이 높은 매출을 자랑하는 이유다. 특히 아이메이커는 ‘미용의료 산업의 마오타이(茅臺)’라 불릴 정도다.

한국 기업인 LG화학의 행보도 돋보인다. LG화학은 2013년 중국 시장에서 필러 이브아르를 출시, 2016년부터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LG 화학의 대중 수출액만 연간 500억 원에 달한다. 지난해 7월, LG화학은 코로나19를 뚫고 중국에서 히알루론산 성분 필러 ‘이브아르 와이솔루션’ 임상시험에 나섰다.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필러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기 위함이다.

[사진 소후닷컴]

[사진 소후닷컴]

반면 다운스트림에 속한 이메이얼과 같이 실제 시술을 하는 미용의료기관은 들어오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훨씬 많다. 이들 기업의 총이익률은 50%정도로, 업스트림 기업보다 약 40% 낮은 수준이다.

고객 유치비 등 비용이 많이 드는 것도 수익성 악화에 한몫한다. 프로스트앤드설리번(Frost&Sullivan)에 따르면 2019년 미용의료기관이 고객 유치에 쓰는 평균단위비용은 3000~5000위안(54만~90만 원)이다. 또 일반적으로 마케팅 비용이 미용의료기관 총매출의 약 25~35%를 차지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메이얼의 경우 2018~2020년 마케팅 비용으로 3억 600만 위안(551억 3202만 원), 3억 5800만 위안(645억 86만 원), 3억 7600만 위안(677억 2512만 원)을 썼으며, 각각 그해 총매출의 46.28%, 48.44%, 46.40%를 차지했다.

아직 완벽하게 수익성 개선에 성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이메이얼이 성공적으로 홍콩증시에 안착할 수 있을까. 이는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차이나랩 이주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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