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거리두기 4단계 두달째인데 확진자 네 자릿수…“K방역 붕괴 직전”

중앙일보

입력 2021.08.26 13:46

업데이트 2021.08.26 13:48

22일 서울 양천구 한 중식당에서 관계자가 '백신 인센티브'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22일 서울 양천구 한 중식당에서 관계자가 '백신 인센티브' 안내문을 붙이고 있다. 연합뉴스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최고단계인 4단계가 7주 연속 적용 중이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의 확산세가 잡히지 않고 있다. 신규 확진자는 지난달 7일부터 50일 연속 네 자릿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K방역’이 붕괴 직전의 상황에 놓였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26일 0시 기준 코로나19 신규 확진자는 1882명으로 집계됐다. 이중 거리두기 방역수칙에 직·간접적 영향을 받는 국내감염 사례가 1829명이었다. 여전히 4차 유행 중심지인 수도권 상황이 심상치 않다. 서울(566명)·경기(504명)·인천(98명) 수도권 환자가 63%에 달했다. 수도권엔 지난달 12일부터 거리두기 4단계가 적용 중이다. 하지만 상황이 반전되지 않고 있다. 비수도권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25일 부산진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송봉근 기자

가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린 25일 부산진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 코로나19 검사를 받려는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송봉근 기자

한계 봉착한 역학조사 

연일 2000명을 넘나드는 신규 확진자 증가로 역학조사는 이미 한계에 봉착했다. 이달 12일부터 25일까지 최근 2주간 방역 당국에 신고된 확진자 2만5240명 가운데 32.8%에 달하는 8270명의 감염 경로는 아직 ‘조사 중’이다. 역학조사 속도가 확산세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양새다. 역학조사는 K방역 3T(검사·추적·치료) 전략의 핵심축이다.

또 중환자 병상도 빠르게 차고 있다. 더욱이 1년 7개월 넘게 지속한 코로나19 유행에 보건의료인들의 ‘번아웃’도 심각한 상황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는 지난 19일 배포한 입장문을 통해 “보건의료 인력과 공공의료를 확충하는 대책을 내놓지 않으면 9월 2일 총파업 투쟁에 돌입하겠다”고 예고했다.

K방역에 대한 우려 

K방역에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대한예방의학회와 한국역학회가 공동으로 구성한 코로나19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6일 성명을 내고 “‘K방역 시스템’은 인력과 자원의 확충 없이 보건의료인의 헌신과 희생에만 의존하면서 붕괴 직전으로 치닫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공대위는 “방역 인력과 자원을 시급히 확충해 K방역의 기본 원칙이었던 접촉자 추적과 관리 역량을 대폭 늘려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공대위는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식은 코로나 발생 초기에는 효과적이었으나 현재는 투입되는 사회적 비용과 비교해 효과가 작다”며 “사회적 형평성과 효과성을 높일 수 있도록 보완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25일 오전 서울 동작구민체육센터에 마련된 예방접종센터에서 의료진들이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 [뉴스1]

거리두기 실효성 논란 

학계에선 현행 거리두기 정책의 실효성이 낮다는 연구결과도 나왔다. 홍윤철 서울대 예방의학교실 교수 연구팀이 사회적 거리두기와 이동량 추이에 관해 연구한 결과, 정부의 거리두기 조치가 거듭될수록 정작 이동량 감소에는 영향을 주지 못했다.

홍윤철 교수는 “1·2차 코로나 유행 땐 거리두기 조치에 따라 이동량이 줄었지만, 3·4차 유행 때는 잠시 줄었다가 회복됐다”며 “장기화된 코로나19 팬더믹으로 인해 국민이 극심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현재의 사회적 거리두기 방식이 효과에 견줘 사회적 비용이 지나치게 크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로 장기간 거리두기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은 폐업 직전에 내몰렸다. 이들은 근본적인 방역조치 전환을 촉구하고 나섰다. 지난 21일 자영업자들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모여 항의성 ‘걷기 운동’ 행사를 열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그나마 4단계 조처로 델타의 감염력을 억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직격탄을 맞게 된 자영업자들이 25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주차장에서 차량 시위 시작에 앞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시위는 비수도권에서는 처음이다. [연합뉴스]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로 직격탄을 맞게 된 자영업자들이 25일 오후 부산 사상구 삼락생태공원 주차장에서 차량 시위 시작에 앞서 경찰과 대치하고 있다. 이날 시위는 비수도권에서는 처음이다. [연합뉴스]

공대위는 “K방역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행정 규제 중심의 방역에서 시민 참여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네트워크 인프라와 정보통신 기술을 활용해 개인정보를 보호하면서 자발적 시민 참여가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고 밝혔다. 행정 규제 중심의 방역이 아닌 시민 참여 중심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한편 방역당국도 일일 환자 발생보다 위중증 환자를 중심으로 한 ‘위드(With) 코로나’로의 방역체계 전환을 검토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는 시기상조다. 박향 중앙사고수습본부 방역총괄반장은 26일 백브리핑에서 “먼저 접종률을 완성한 국가의 사례나 전문가 의견을 고려해 방역체계 전환을 고민 중”이라며 “완전 접종률이 70% 이상에 도달했을 때 거리두기를 완화한 해외 사례 등을 고려해 새로운 방안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추석 연휴 전까지 전 국민의 70%가 1차 접종을 마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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