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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뒤흔드는 낸드 2·3위 반란? "삼성 기회 놓쳤다" 분석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물밑 인수‧합병(M&A) 경쟁이 치열하다. 하지만 높아진 반도체 업체 ‘몸값’과 주요국 정부의 ‘반대’가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웨스턴디지털, 200억 달러에 키옥시아 인수 추진  

26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은 미국 웨스턴디지털이 일본 키옥시아를 200억 달러(약 23조3000억원)에 인수를 추진 중이라고 보도했다. 웨스턴디지털은 전 세계 낸드플래시 반도체 시장 3위, 키옥시아는 2위 업체다.

WSJ는 업계 소식통을 인용, “두 회사 간 협상이 수 주 이상 지속됐고, 이르면 9월 중순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WSJ는 “아직 논의 단계라 키옥시아가 애초 계획했던 기업 공개(IPO)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WSJ는 지난 3월에도 미국 마이크론과 웨스턴디지털이 키옥시아 인수를 검토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는 지난 4월 컨퍼런스 콜에서 “웨스턴디지털 등이 키옥시아를 인수한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지만 (공동 투자 컨소시엄인) 베인캐피털 쪽이나 키옥시아 측에서 전해 들은 내용은 올해 하반기에 상장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에 약 4조원을 투자해 향후 지분을 확보할 수 있는 전환사채(CB)를 보유하고 있다.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합병 성사되면 낸드 시장서 삼성전자 위협  

만약 웨스턴디지털과 키옥시아의 M&A가 성사되면 낸드플래시 시장은 요동칠 것으로 보인다. 시장조사업체인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 1분기 기준 글로벌 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 1위는 33.5%를 차지한 삼성전자다. 하지만, 키옥시아(18.7%)와 웨스턴디지털(14.7%)이 합병할 경우, 합산 점유율(33.4%)은 삼성전자와 거의 같아진다. 시장 4위인 SK하이닉스(12.3%), 5위 마이크론(11.1%)과 격차도 크게 벌어진다.

높은 '몸값'과 주요국 '반대'가 걸림돌  

하지만, 이번 M&A가 실제 성사될지는 미지수다. 반도체 공급 부족 현상으로 반도체 업체의 몸값이 치솟은 데다, 반도체 패권 경쟁을 벌이는 주요국 정부가 쉽게 ‘합병 승인’을 내줄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샘모바일 등 일부 IT 매체는 네덜란드 차량용 반도체 업체인 NXP 인수를 추진하던 삼성전자가 높은 몸값(80조원)에 사실상 포기했다고 보도했다.

또한 미국 인텔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시장 4위인 글로벌파운드리즈 인수를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지만, 글로벌파운드리즈는 기업 공개 방침을 밝히며 이를 부인했다. 몸값을 더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이와 관련, 로이터 통신은 지난 18일 글로벌파운드리즈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신청 서류를 제출했다고 전했다

미국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의 ARM 인수 계획도 영국 규제당국이 국가 안보와 독점 우려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히면서 불발될 가능성이 커졌다. 관련 업계에선 삼성전자가 독일 인피니언이나 미국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 등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는 관측이 있지만, 이 역시 같은 이유로 쉽게 성사되긴 어렵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삼성, M&A 타이밍 실기한 측면 있어"  

익명을 원한 반도체 전문가는 “각국 정부의 승인 불허 리스크는 차지하고라도, 인수 물망에 올라있는 반도체 업체들의 기업 가치가 천정부지로 치솟았다”며 “삼성 입장에서는 적절한 인수 타이밍을 실기한 측면이 있고, 향후 인수를 추진하려 해도 투자 부담이 적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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