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언의 '더 모닝'] 진짜 '미라클' 보여준 진천 주민에게 상 줘야

중앙일보

입력 2021.08.26 08:39

 안녕하세요? 오늘은 아프가니스탄인 '특별공로자' 수용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오늘 입국하는 아프가니스탄인 391명이 머무르게 될 충북 진천군의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연합뉴스]

오늘 입국하는 아프가니스탄인 391명이 머무르게 될 충북 진천군의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 [연합뉴스]

요즘 뉴스에서 밝은 이야기를 보기가 어렵습니다. 코로나19 확진자는 연일 2000명을 넘나들고, 언론법 파동으로 온 나라가 뒤숭숭합니다. 대선 주자들을 봐도 나라의 미래가 그다지 희망적이지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훈훈한 소식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오는 ‘특별공로자’ 391명이 머무르게 된 지역의 주민들이 그들의 체류에 동의했다는 것입니다.

그제 그들이 충북 진천군의 국가공무원 인재개발원으로 가게 될 것 같다는 이야기를 ‘소문’ 수준으로 들었을 때 지레짐작으로 ‘주민들이 피켓 들고 나서겠구나’라고 생각했습니다. 아프간 난민 수용에 대한 국민의 반감이 커 그곳 주민들도 쉽사리 양해하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게다가 그곳은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이 시작됐을 때 한국으로 피신한 중국 우한의 교민들을 임시로 머물게 했던 곳이라 “왜 또 여기냐?”는 반발이 거셀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정부가 '특별공로자' 라는 이름을 붙인 아프가니스탄인들은 주아프가니스탄 한국 대사관, 바그람 한국병원, 바그람 직업훈련원, 차리카 한국 지방재건팀 등에서 근무한 사람과 그들의 가족입니다. 그대로 아프가니스탄에 있으면 '부역자'로 몰려 목숨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들을 데려오기로 한 정부 결정을 못마땅하게 생각하는 국민도 많습니다.

우리 사회 곳곳에 반드시 있어야 할 장애인 학교가 하나 새로 만들어질 때마다 인근 주민들이 “결사반대”를 외치는 것도 봐왔습니다. 아파트값, 땅값 떨어진다는 글이 주민들 인터넷 카페에 도배가 된 것을 본 적도 있습니다. 당연히 인재개발원 주변의 진천군, 음성군 주민도 반대하는 집단 행동을 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섣부른 기자의 ‘뇌피셜’이었습니다.

반대하는 주민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진천군 덕산읍과 음성군 맹동면 주민 대표들의 회의에서 아프가니스탄인 임시 체류를 막지 않는다는 합의가 이뤄졌습니다. 어제 있었던 법무부 차관 등의 정부 관계자와 주민 대표단 면담도 차분하게 진행됐습니다. 391명 중에 어린이가 100명쯤 된다는 정부 측 설명에 수용을 수긍하는 분위기가 더 확고해졌다고 합니다. 오늘 주민들이 환영의 뜻을 표하는 현수막을 걸고 선물도 전달한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한국 정부가 아프가니스탄인 391명을 탈출시켜 군 수송기로 한국까지 이동하게 하는 일에 ‘미라클 작전’이라는 이름을 붙였습니다. 저는 진짜 ‘기적’은 그들을 흔쾌히 받아 주기로 한 인근 주민들의 따듯한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프랑스 사상가 자크 아탈리는 이 험난한 시대에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사람들의 이타심뿐이라고 말합니다.

주민들이 보상을 바라고 하는 일은 아니겠지만, 정부가 마땅히 ‘선물’을 내놓아야 합니다. 수도권 공공기관 2차 이전 때의 우량기관 배치나 특별교부세 증액을 떠올려 봅니다.

그리고 기우일지 모르나 앞으로 비슷한 일이 생길 때마다 정부가 수용 장소로 이곳을 먼저 고려하는 일은 없기를 바랍니다. 그것은 선의를 저버리는 결과가 됩니다. 그리고 지금 주민들이 염려하는 방역을 비롯한 안전 문제가 빈틈없이 잘 처리되기를 바랍니다. 모쪼록 이번 일이 결말도 아름다운 상생의 휴먼 스토리가 되기를 기원합니다.

인재개발원 주변 주민들의 동의가 이뤄질 때까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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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진천이냐" 불만에도…그들이 아프간 391명 품는 이유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 국내 이송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카불공항 인근에서 한국의 외교관이 한국행 아프간인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 정부와 협력한 아프가니스탄인 국내 이송작전이 시작된 가운데 카불공항 인근에서 한국의 외교관이 한국행 아프간인을 찾고 있다. [연합뉴스]

 우한 교민 이어 아프간인 조력자 380명 수용

“우리도 6·25를 겪었습니다. 위험에 처한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을 어떻게 외면하겠습니까.”

박윤진(65) 충북 진천군 덕산읍이장협의회장은 25일 충북혁신도시 출장소에서 열린 정부 관계자들과의 간담회 후 이렇게 말했다. 그는 아프가니스탄인 391명이 충북혁신도시 내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에 임시로 머물게 됐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주민 대표들과 난상토론 끝에 수용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박 회장은 “우리도 6·25 전쟁을 겪은 아픔이 있고, 과거 외국에서 인도적 차원의 도움을 받은 적 있다”며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 많다는 말을 듣고 반발 여론이 수그러들었다”고 했다.

인재개발원은 지난해 2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발생 초기 중국 우한(武漢) 교민 170여 명을 수용했던 곳이다. 수용 당시 진천군 주민은 인재개발원 주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어린이집, 초등학교 등 교육시설 10곳이 몰려있다며 반발했으나 입소 직전 “(정부) 방역에 협조하겠다”며 이를 받아들였다.

혁신도시 주변 진천 덕산읍, 음성 맹동면 주민들은 지난 24일 “아프간인이 진천에 온다”는 방침을 듣고, 이날 오후 4시30분쯤 주민대표들과 대책회의를 통해 일찌감치 수용에 합의했다고 한다. 이후 송기섭 진천군수를 면담한 자리에서 “아프간인의 이탈이나 코로나19 방역을 철저히 해줬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5세 미만 아이 100명…주민들 “외면할 수 없다”
25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 혁신도시출장소에서 아프간인 수용 관련 주민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충북 진천군 덕산읍 혁신도시출장소에서 아프간인 수용 관련 주민설명회가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25일 정부 공식 발표에 앞서 주민 대표 30여 명은 송 군수와 조병옥 음성군수와 혁신도시출장소에서 1시간가량 간담회를 가졌다. 이후 윤창렬 국무조정실 국무1차장과 강성국 법무부 차관, 최창원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원장이 동석해 아프간인 수용 방안과 방역 대책을 설명했다.

윤 차장은 “지난해 우한 교민에 이어 또다시 혁신도시에 아프간인 조력자를 임시로 머무르게 해 송구하게 생각한다”며 “현지 사정에 따라 변경될 여지가 있지만 80가구 400여명 정도가 입국할 예정이다. 우리 정부를 도운 의사, 간호사, 엔지니어, 통역자 등 엘리트 그룹이 가족 단위로 온다”고 말했다.

그는 “탈레반을 피해 입국하는 아프간인은 만 5세 이하 아동이 100명이 넘고, 10세 이하가 40%를 차지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일부 주민들은 지난해 우한 교민 격리에 이어 혁신도시 법무연수원 등이 잇따라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것에 피로감을 호소하기도 했다. 엄일용(67)씨는 “아프간인들을 돕자는 데 합의는 했지만, 혁신도시 내 기관이 매번 재난보호대책시설로 쓰이면서 주민들이 불안해 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주부 임모(47)씨는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의 무서운 얘기가 온라인 상에 돌고 있다”며 “신원 검사를 아무리 철저히 한다고 해도 입국자 중에 자칫 탈레반이 나왔을 경우 정부 대책이 모호하다”고 토로했다.

“매번 진천이냐” 불만, 정부 “가족수용 시설 부족”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수용될 25일 충북 진천 소재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모습. [연합뉴스]

한국 정부와 협력했던 아프가니스탄인들이 수용될 25일 충북 진천 소재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의 모습. [연합뉴스]

이에 대해 강 차관은 “아프간인이 수용되는 즉시 법무부 등에서 정착지원팀 43명을 꾸려서 방역과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며 “격리 기간에는 외부인과 접촉을 금지하고, 경찰 1개 기동대가 24시간 동안 인재개발원 주변을 순찰하고 내부에는 법무부 전담 요원 14명을 배치하겠다”고 했다.

국내 이송 아프간 협력자 수용 시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국내 이송 아프간 협력자 수용 시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간담회에선 “왜 매번 진천에 수용시설을 지정하느냐”는 불만도 나왔다. 윤 차장은 “코로나19가 심화하면서 정부 연수시설이 대부분 생활치료센터로 쓰이고 있고, 1~2인실이 많다”며 “400명 가까운 인원을 가족 단위로 다인실에 머무르게 하려고 인재개발원을 택했다“고 답했다.

아프간인 조력자들은 진천 임시 수용시설에서 6~8주 정도 지낼 예정이다. 입국 직후 코로나19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이뤄지며 2주 이내 2차례의 추가 검사가 이뤄진다. 거주 기간에는 기숙사 안에서만 생활한다. 진천군 덕산읍 이장협의회는 아프간인들이 입소할 때 환영 피켓과 현수막을 준비 중이다.

진천=최종권 기자 choi.jong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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