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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AI 기업, '데이터 부자' 중국 안 부럽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26 07:30

업데이트 2021.08.27 10:37

인공지능(AI)을 맞이하는 인간의 마음은 복잡하지요. AI로 삶이 좀더 편하고 윤택해질까 기대하지만, 두려움도 여전합니다. AI가 인간 일자리를 위협할 것이라거나, AI 기술 감시사회가 될 지 모른다는 걱정 등등. 이런 기대와 우려 사이를 묵묵히 젖히고 새 길을 만들어 가는 기업과 창업자들이 있습니다. 오늘 심서현 기자가 만난 알체라 황영규 대표가 그런 경우인데요. 이 회사는 얼마 전 메타버스 테마주로 소문이 나자, 스스로 ‘우리는 메타버스 직접 사업 없다’고 공지해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알체라는 AI로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는 건지, 한 번 보시죠.

팩플레터 130호

팩플레터 130호

팩플레터 130호,  2021. 08. 19. 

Today's Interview AI는 인간의 판단을 거들 뿐

#지난해 미국 캘리포니아 주에선 역대 최대 산불이 나 1만6187㎢이 탔다. 서울시 면적의 27배다. 지난 3월, 캘리포니아 주 소노마 카운티는 산불 감지 카메라에 인공지능(AI)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네이버 자회사인 스노우는 3차원 가상환경 ‘제페토 월드’에 전신 인식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사람의 실제 몸 동작을 실시간으로 제페토 안에 옮겨 콘텐츠를 개발하겠다는 것.

산불 감지와 가상현실. 무관해 보이는 두 영역의 교집합은 ‘AI 영상인식’, 그리고 그게  ‘창업 6년차 한국 기업 알체라의 기술’이라는 점이다. 지난 4일 황영규 알체라 대표를 화상으로 인터뷰했다.

산불 AI 감지 사업은 어떻게 하게 됐나?  
“국내에서 한국전력과 산불·시설물 관리 업무를 한다. 캘리포니아에서는 현지 산불감시 업체의 CCTV 데이터를 넘겨받아 알체라의 AI가 학습하는 과정을 1년 반 정도 거쳤다. 사람이 일일이 보던 것을 AI가 감지해서, 작은 연기 상태일 때 빨리 찾아내고 911에 알려준다. 올해 소노마 지역 정부에 채택됐고, 앞으로도 넓혀가려 한다.”
이미 있는 시장인가, 알체라가 만든 시장인가?  
“캘리포니아 산불 피해가 워낙 크기에 시도는 많았지만 기술이 안 됐는데, 알체라의 기술이 시장의 기대와 맞는 시점이 온 거다. AI가 영상을 걸러줘서, 육안으로 100만 장 봐야하던 데이터를 1000장으로 줄였다.”  
기술적 차별성이 뭔가?
“핵심은 연기 찾기다. 멀리서 아주 조그만 연기가 피어오르는 걸 정확히 빨리 찾는 게 기술인데, 그러려면 데이터를 많이 가져야 한다. 실전 경험이 많아야 하고 알고리즘 변경도 잘 해야 한다.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산불 감지 데이터를 가졌다.”  
 캘리포니아 산불감지 시스템에 적용된 알체라의 영상인식 AI 소프트웨어.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부분을 감지해 알려준다. [영상 알체라]

캘리포니아 산불감지 시스템에 적용된 알체라의 영상인식 AI 소프트웨어. 작은 연기가 피어오르는 부분을 감지해 알려준다. [영상 알체라]

산불 감지는 ‘이상 행동 감지’ AI 기술로 분류된다. 평소와 다른 장면을 감지해, 사고 발생을 일찍 찾아내는 것이다. 알체라는 인천공항 출입국시스템 위험 탐지 사업자로도 선정돼 과제 수행 중이다.

산불은 자연이지만, 공항은 인간 탐지다. 인간의 어떤 행동을 ‘이상행동’이라고 정의하는 건 좀 민감한 문제 아닐까.  
“이상 행동으로 발생하는 리스크는 테러 등 매우 크다. 어떤 행동을 이상하다고 하는지 정의 내리는 건 사실 쉽다. 침입, 배회, 사람이 쓰러지는 것 등을 각 영역에서 적용할 수 있다. 그런데 사실 정부 과제는 영상 인식과 인증이 자리매김하기 위해 필요한 것이고, 저희는 비투비(B2B, 기업간 거래) 시장을 더 중요하게 본다.”  
지난해 흑인인권시위(Black lives matter) 때에는 아마존과 IBM이 얼굴인식 솔루션을 정부에 팔았다가 중단하기도 했다.  
“알체라는 국내에서는 AI 얼굴인식, 해외에서는 AI 이상상황 감지로 사업을 투 트랙 진행한다.  미국은 얼굴 인식을 공공이나 대기업이 하면 안 되는 정서인 것 같다. 하지만 미국에서도 금융이나 멤버십에서는 안면 인증을 많이 쓴다. 공항이나 놀이공원 입장 절차를 간단하게 해 준다든지 하는 식으로, 내가 제공한 정보에 대해 분명한 보상을 받을 수 있다면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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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 vs 데이터  

황 대표는 “AI 기술을 완성하는 것보다 시장에 들어가 사업부터 해야 한다”고 여러 번 강조했다. “고객에게는 AI를 쓰냐 안 쓰냐가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가가 중요”하며, “시장에서 데이터를 얻으면 그때 AI 기술을 사용하면 된다”는 것.

기술보다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건가?
“그렇다. AI가 도입되며 기술 차별점이 좀 줄어들었다. 정확도를 90%까지 올리는 것은 기술적 차별성보다도 데이터가 중요하다. 데이터가 좋으면, 예전 기술을 써도 정확도가 높다. 그래서 이 시장은 선점이 중요하다. 예전처럼 기술을 고도화한 뒤에 시장을 찾는 게 아니라, 빨리 시장에 들어가서 데이터로 AI 학습하고 알고리즘을 보강하는 거다.”
그렇다면 중국 AI 업체가 가장 유리한 것 아닌가? 개인정보 규제가 상대적으로 적어 데이터를 쉽게 얻을 수 있으니.
“중국 업체가 기술적으로 유리한 부분은 있다. 그런데 기술은 인증을 돕는 수단이고, 인증의 본질은 신뢰다. 특히 안면 인식은 신분 인증과 금융 결제에 사용되는데, 중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데이터 보안 등을) 신뢰받지 못하는 점이 있다. 반면 한국 회사는 신뢰를 받는다. 대한민국 회사가 데이터를 빼 가지는 않지, 하는.”  

세계에서 인구당 CCTV가 가장 많은 도시는 중국 충칭(1000명 당 168대)이며, 상위 10개 도시 중 8곳이 중국이다(영국 IT 전문 컨설팅 업체 컴패리테크). 중국의 대표적 얼굴 인식 AI 업체 ‘센스타임’은 지난해 미국의 제재 대상에 포함됐다. 중국 정부의 위구르 민족 등 소수민족 감시에 센스타임 솔루션이 사용된다는 이유다.

기술이 어디에 쓰이는지도 기업이 책임져야 할까?  
“기업도 책임이 있어야 할 거 같다. 천안문 등 중국 정부에 반대하는 콘텐츠를 걸러주는 기술을 구현해달라는 의뢰를 거절한 적이 있다.”
개인정보 사용 규제가 적은 중국을 부러워하는 시각도 있다.
“개인정보에 대해서는 규제 간소화가 늘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자세하게 규정하면 그게 더 보안에 위해가 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에 개인정보 데이터를 올려도 되는지에 대한 국내 규제 해석이 쉽지 않은데, 사실 클라우드의 보안이 훨씬 뛰어나다. 정부는 가이드를 주고, 리스크 책임 소재를 명백하게 하면 된다.”
 알체라 직원들이 실시간 얼굴인식 프로그램을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 알체라]

알체라 직원들이 실시간 얼굴인식 프로그램을 시연해보고 있다. [사진 알체라]

생체인식은 '신뢰' 제공 기술 

얼굴 인식보다 홍채 인식이 더 정확하지 않나?
“홍채 인식은 아직 일반 카메라로 불가능해, 별도의 기기가 필요하다. 반면 얼굴 인식은 일반 모바일 카메라로도 가능해, 가장 편리하고 경제적인 생체 인증 방법이다. 얼굴만으로 보안이 충분하지 않은 영역에서는 다른 인식 수단으로 보완하면 된다.”  
삼성·애플의 스마트폰에 얼굴 인식 기능이 있지만 많이 안 쓰인다.
“핸드폰 로그인에는 얼굴 인식보다 더 편한 방법이 많으니까. 하지만 결제는 다르다. 단계를 단축할 수 있다면 경쟁력이 있다. 예를 들어서 주류 판매나 배달에서의 성인 확인, 비대면 통장 개설 등의 인증 시장이 크다고 본다.”
금융업계는 보수적이지 않나?  
“인터넷 은행들이 나오면서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또, 금융에는 보험·렌탈·제3금융권도 있다. 이런 중소 금융 사업자들은 자체 서버를 구축하기보다 계속 사용료를 내는 SaaS를 선호해서, 우리 사업에 좋은 고객들이다.”

인터뷰 이틀 뒤인 지난 6일 알체라는 비바리퍼블리카(토스)·토스뱅크·토스증권과 비대면 안면 인증을 위한 소프트웨어 사용 계약을 맺었다고 공시했다. 규모는 각 5억원 씩.

알체라가 AI로 만들려는 가치는 뭔가?  
“인증이라는 기술은 사회 신뢰도를 높인다. 토플이나 토익 같은 시험 응시 뿐 아니라 스크린 골프나 게임 등에서 부정 사용을 막을 수 있다. 또한 인간이 다음 액션을 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한다. 우리는 산불 감지도 ‘인증’으로 여긴다. ‘저건 꺼야 하는 불이야’ 라고 우리가 인증하면 911이 바로 출동한다.”    
AI 기업들은 ‘일자리 없앤다’는 시각을 받는다.  
“인력이 필요 없어지는 게 아니라 다른 종류의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개발 인력보다는 데이터 수집·정제 인력이 많이 필요하다. 의외로 AI가 AI 개발자를 위협할 수도 있다. 또 하나는 안전이다. 예를 들어 한국전력이 관리하는 전국 4만 개 고압선 송전탑을 지금은 사람이 다 올라가서 관리하는데, AI 영상인식 기술을 도입하면 사람이 집에서 봐도 된다.” 
팩플레터 13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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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체라와 네이버 스노우 

황 대표는 삼성종합기술원과 SK텔레콤의 연구원을 거쳐 42세에 창업했다. 네이버의 자회사 스노우의 김창욱 대표가 권유했다고. 스노우의 카메라 앱에 알체라의 얼굴 인식 기술이 들어갔다. 스노우는 알체라의 최대주주(15.4%)이며, 상장 후 3년간 지분을 유지한다. 상장 직후인 지난해 말 알체라와 스노우는 합작사 ‘플레이스에이’를 설립했다. 양사 지분은 51(알체라)대 49(스노우).

스노우 대표가 창업을 권할 정도로 친한 사이인가?
“그렇진 않고, 그냥 간단하다. 스노우 초기에 얼굴 인식으로 하고 싶은 게 있다고 연락이 왔고, 내가 잘 아는 영역이라 기술 자문을 해줬다. 창욱님과 주기적으로 얘기하다가 ‘창업하는 게 어때요?’ 하기에 ‘그럼 투자해 주세요’ 라고 했다. 이후에는 네이버 내에 창업 투자 프로세스대로 진행됐다.”
이미 스노우가 최대주주인데 합작사는 왜 세웠나?
“스노우와 네이버제트(제페토 운영사)에 사용할 기술을 많이 개발해야 하는데, 그것만 하기에는 알체라가 커졌기에 전담할 합작사를 만들었다. 플레이스에이는 신체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가상환경에 옮기는 AI 전신인식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이 분야는 단기간에 사업적 실적을 내기 어려운 분야이기에, 좀더 안정적으로 기술 개발할 환경을 만든 것이다.”
가상현실에서 ‘자연스러운 인간의 얼굴’을 만드는 기술 외에, ‘내 얼굴’ 인증도 필요한가?  
“그게 필요한 영역과 순간이 있더라. 예를 들어 누군가 버추얼에서 내 행세를 하는 걸 막기 위해서나, 데이팅 앱에서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거나. 게임에서 부정 사용을 막는다든지.”  

'메타버스 테마주'에 "직접 사업 없다" 공지, 왜

알체라는 성장성 특례로 지난해 12월 코스닥 상장했다. 증권사가 성장성 높은 회사를 발굴해 거래소에 상장심사를 청구하는 방식이다. 알체라의 지난해 실적은 매출 46억원에 영업손실 51억원. 그런데 증권 유튜버 등에 의해 ‘메타버스 테마주’로 소개되면서 최근 주가가 급등했다. 회사는 지난달 27일 홈페이지에 ‘현재까지 메타버스와 관련된 직접 사업 모델은 없다’고 공지했고, 이날 하루 만에 주가가 25% 이상 하락했다.

왜 그런 공지를 했나?  
“너무 오해가 많아서.. 공시(IR) 팀에서 계속 알려드려도 여전히 문의가 많아서, 명확하게 말씀드린 거다. 주가는 시장이 알아서 하는 것이고 우리는 올바른 정보를 드려야 한다. (나는) 단호박 같은 엔지니어이다 보니..”  
창업 4년 만에 서둘러 IPO를 했다.  
“이해당사자들(투자자 등)이 상장을 원했다. 알체라는 처음부터 글로벌 플레이어가 목표였고 기술력도 인정받았기에,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해 빠르고 적극적인 자금 확보가 필요했다.”
일할 에너지는 어디서 얻나.
창업하면 에너지가 나온다. 내가 결정하고 책임지는 자유가 생기기 때문이다. (‘메타버스 직접 사업모델이 없다’는) 공지도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그게 옳다고 생각해서 한 거다. 어려움과 비난도 있지만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실행하는 데에서 얻는 에너지가 있다.”

Innovation La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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