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오래]모발 이식, 협업이냐 주사기냐 그것이 문제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26 07:00

[더,오래] 전지훈의 털무드(10)

지난 칼럼에서는 채취 방식인 절개 방식과 비절개 방식에 대해서 소개를 해드렸습니다. 금번은 채취 후 이루어지는 이식 방식에 대해 설명하겠습니다. 이식 방식은 크게 슬릿 방식과 식모기 방식으로 나뉘게 됩니다. 절개·비절개와 마찬가지로 두 가지 방식이 있다 보니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 어떤 방식이 우수한지 궁금해할 수밖에 없고, 환자는 최종 수술방식을 놓고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됩니다. 모발이식의 역사를 거슬러 올라가 보면 초창기에는 식모기라는 도구가 존재하지 않았고, 슬릿방식이 먼저 생겼습니다. 초창기부터 현재까지 꾸준히 사용되고 있는 슬릿 방식과, 비교적 최신 방식이며 현재 가장 대중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식모기 방식의 특징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슬릿

작은 틈(슬릿)을 내고(1단계), 포셉으로 모낭을 잡아 꼽아넣는(2단계) 방식. [사진 전지훈 제공]

작은 틈(슬릿)을 내고(1단계), 포셉으로 모낭을 잡아 꼽아넣는(2단계) 방식. [사진 전지훈 제공]

좁은 틈을 의미하는 단어 ‘Slit’에서 따온 용어 그대로 슬릿 나이프를 사용해서 이식할 부위에 틈을 만들고(1단계), 포셉을 이용해 채취한 모낭을 집어서 틈새에 모낭을 끼워 넣는(2단계) 방식으로 진행이 됩니다. 이 방식이 수십년 전부터 정립된 후 오랫동안 활용이 되어 왔고, 지금까지도 일부 병원에서 활용이 되고 있는 방식입니다.

주치의가 작은 칼을 이용하여 모발의 방향, 각도를 고려해 이식 영역에 규칙적인 간격으로 슬릿을 만드는 작업을 하게 됩니다. 슬릿 내기는 주치의 한 사람만이 할 수 있지만, 모낭을 끼워 넣는 과정은 여러 사람이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에 협진 의사 또는 수술 팀원이 협업을 하게 됩니다. 이렇게 협업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경우 주치의의 피로도가 줄어들 수 있기 때문에 단 시간에 여러 건 수술의 진행이 가능하게 됩니다.

하지만 슬릿 방식의 협업이 가능하다는 점이 단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낭을 이식할 때 모든 수술 팀원들이 동일한 수준의 숙련도를 가지고 있다면 좋겠지만 사람마다 실력의 차이나 컨디션의 차이가 존재할 수 있기 때문에 이식 부위별로 결과가 다르게 나올 가능성이 있습니다. 또한 채취된 모낭을 포셉으로 다루는 과정에 있어 힘을 과도하게 주어 잡거나 여러 번 터치를 하는 경우 미세한 데미지가 생김으로 인해 모낭 손상의 가능성이 있을 수 있고, 한 번 만들어놓은 슬릿은 수정할 수 없기 때문에 수술 중 방향과 각도 변경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식모기

피부 통과와 모낭이식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식모기 방식. [사진 전지훈 제공]

피부 통과와 모낭이식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식모기 방식. [사진 전지훈 제공]

식모기는 우리나라에서 개발된 방식으로 현재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식 방식입니다. 틈새를 내는 작업 후 모낭을 끼워 넣는 2단계 방식인 슬릿과 다르게, 식모기 방식은 주사기같이 생긴 기구에 모낭을 끼워 넣고 이 바늘로 피부를 뚫고 난 직후 모낭을 피부 안쪽에 바로 넣는 원스텝으로 이루어지게 됩니다. 펀칭과 심는 과정이 동시에 이루어지기 때문에 슬릿 방식 보다 간편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식모기 종류들. [사진 전지훈 제공]

다양한 식모기 종류들. [사진 전지훈 제공]

원스텝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모낭이 공기 중 노출되는 시간이 적어지게 되며, 심을 때마다 모발의 방향과 각도를 즉시 확인할 수 있는 방식이며 만약 방향이나 각도가 의도한 것과 약간이라도 다르게 심어졌을 경우 수정해서 다시 심을 수 있다는 장점이 존재합니다. 모든 과정을 주치의가 단독으로 도맡아 진행하게 되고 관여하는 시간이 길기 때문에 조금 더 책임감 있게 수술에 임한다는 것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환자 역시 안정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주치의가 관할하기 때문에 슬릿 방식에 비해 주치의의 피로도가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주치의를 중심으로 아주 숙련된 팀이 꾸려져 있어야 원활한 수술 진행이 가능합니다.

두 가지 방식에는 각각 장단점이 존재합니다. 이 두 가지 방식이 아직 혼용되고 있다는 것은 이 중 어떤 방식이 더 우수하다고 말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수술 경험이 많은 집도의에게 수술을 받으면 어느 방식이든 관계없이 좋은 결과가 나오게 되므로 수술을 받는 본인이 마음이 편한 방식을 선택하는 것이 적절합니다.

관련기사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