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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츠랩]‘구형’ 취급받던 8인치 파운드리의 화려한 부활

중앙일보

입력 2021.08.26 07:00

반도체 업황 때문에 걱정이 많으실 줄 압니다. 삼성전자는 안전하다 그래서 샀는데 갑자기 무슨 DRAM이 과잉이라고 알 수 없는 얘기들을.. 오늘 소개할 종목도 반도체 회사인데 ‘에이~ 반도체는 지금 좀..’ 하지 마시고 잘 들어 보세요.

반도체 부족 수혜자, DB하이텍

반도체 웨이퍼. 셔터스톡

반도체 웨이퍼. 셔터스톡

DB하이텍은 ‘8인치 파운드리’ 강자 입니다. 반도체 칩은 웨이퍼라는 얇은 판을 깎아서 만드는데요. 웨이퍼에는 8인치(200mm)와 12인치(300mm)가 있습니다. 8인치가 크기가 작으니까 2000~2010년엔 원가가 낮은 이점이 있었어요. 그런데 미세공정 기술이 발전하면서 12인치 웨이퍼를 갖고 더 많은 양의 반도체를 생산하는 게 비용 측면에서 더 유리한 구조로 바뀌었죠.

·12인치에 밀린 8인치 파운드리로 중소 팹리스 공략

·저화소 이미지센서 등 삼성전자와 제품군 달라

·신규라인 증설 주저하지만 내년까지 반도체 부족 사태 이어져 수혜

DB하이텍 충북 음성공장. 사진 DB하이텍

DB하이텍 충북 음성공장. 사진 DB하이텍

그래서 삼성전자 같은 상위권 파운드리 업체들은 12인치에 주력합니다. 8인치 파운드리는 ‘구형’이라고 치부됐지만 DB하이텍은 미세공정이 필요없는 저화소 이미지센서, TV에 들어가는 디스플레이 구동칩 같은 걸 설계하는 중소 팹리스(발주처)를 공략했습니다.

12인치는 웨이퍼 가격이 비싸고 대량 주문을 해야하는데 8인치는 소량 생산도 가능하고 고객 맞춤형 서비스를 더 잘 할 수 있다고 어필했죠. 때마침 중국이 반도체 사업을 적극 육성하기로 하면서 중소 팹리스가 엄청 많이 생겼어요.

요즘 도요타∙현대차 같은 완성차 업체들이 차량용 반도체가 부족해서 생산을 못하고 있다고 하잖아요? 그런 게 다 8인치 파운드리에서 나오는 ‘아날로그 반도체’예요. 최근 삼성전자 주가 하락 원인이 PC 등에 들어가는 메모리(정보 저장용) 반도체 공급 과잉이란 건데, DB하이텍은 시스템 반도체(정보 처리용)로 제품군이 다른 거죠.

DB하이텍 매출과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 흥국증권

DB하이텍 매출과 영업이익률 추이. 자료 흥국증권

DB하이텍은 올해 2분기 매출 2747억원, 영업이익은 작년 2분기 대비 34.3% 증가한 814억원으로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냈습니다. 공급부족 사태로 가격 상승이 이뤄지며 3분기에도 영업이익 979억원, 최대 실적을 또 경신할 것으로 예상돼요.

여기에 비메모리 반도체 부족 현상이 내년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하니까 적어도 내년 1분기까지는 8인치 파운드리 가격 인상이 지속될 것으로 보여요. 가격이 오르고 생산량도 늘면 실적 개선도 이뤄질 수 밖에요. 내년 연간 영업이익은 50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들을 하고 있습니다.

셔터스톡

셔터스톡

DB하이텍은 경기도 부천과 충북 음성에 공장이 있는데 두 공장 모두 100%에 가까운 가동률을 보이고 있어요. 게다가 8인치 파운드리는 증설이 쉽지 않다고 하네요. 신규 증설 기업이 DB하이텍처럼 오랫동안 한 우물을 판 기업과 경쟁하기 어렵다는 뜻이죠.

역으로 시장에선 DB하이텍의 신규라인 증설을 기대하고 있기도 한데요. DB하이텍은 삼성전자와 달리 대규모 투자가 수익성으로 이어지는 시장이 아니기 때문에 신규 투자에는 회의적이라고 합니다. 넘치는 호재에도 주가가 5~6만원 선에서 횡보하고 있는 게 약간 답답해 보이기도 합니다.

한편 DB하이텍의 DB는 옛 동부그룹인데요. 반도체에 집착적으로 투자하다가 그룹이 기울었다는 평가를 받아왔지만 지금 보면 지속적인 투자가 결실을 맺고 있네요. 동부센트레빌로 유명한 동부건설, 동부제철, 동부고속 등은 다 매각됐고, 지금은 DB손해보험 등 금융 계열사와 DB하이텍 정도가 남아 있습니다.

결론적으로 6개월 뒤:

반도체가 다 같은 반도체가 아니다!

※이 기사는 8월 25일 발행한 앤츠랩 뉴스레터 중 일부입니다. 건강한 주식 맛집, 앤츠랩을 뉴스레터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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