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신 접종시 4인” 이런 정부가 자영업자 농락했단 증거

중앙일보

입력 2021.08.26 05:00

업데이트 2021.08.26 07:59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내달 5일까지 2주간 연장된 23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오후 9시가 넘자 귀가하고 있다.   이날부터 4단계 지역 식당·카페의 매장 영업시간이 오후 10시에서 9시로 1시간 단축됐다. 연합뉴스

수도권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가 내달 5일까지 2주간 연장된 23일 서울 종각역 인근에서 시민들이 오후 9시가 넘자 귀가하고 있다. 이날부터 4단계 지역 식당·카페의 매장 영업시간이 오후 10시에서 9시로 1시간 단축됐다. 연합뉴스

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 연장에 따른 4인 모임 허용이 실제 시장에선 소비 효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 대책에 따르면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2인 이상이어야 4인 모임이 가능하다. 그런데 현재 백신을 2차까지 맞은 사람은 노인층에 국한돼 있다. 정부가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덜기 위해 이런 대책을 내놨다고 했지만, 저녁 시간에 식당을 찾는 주 고객이 청·장년층인 점을 고려하면 자영업자의 장사에 도움이 안 된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정부의 대책이 자영업자에게 희망고문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성균관대 HRD 연구센터 연구팀(조준모 경제학 교수, 박병진 연구원)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연령대별 지하철 이용량 변화와 신용카드 소비 실태를 연구한 결과다.

연구진은 서울의 지하철 이용량을 코로나19 이전과 이후로 나눠 교통량의 변화를 분석했다. 이 연구 결과는 SSCI급 국제학술지인 『헬스케어(Healthcare)』 최신호에 '고령층의 대중교통 기피 현상-한국 지하철의 코로나 19 사례'라는 제목으로 게재됐다.

이에 따르면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가 높아질수록 고령층의 지하철 이용량이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종로구 지하철 광화문역 플랫폼에서 방역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종로구 지하철 광화문역 플랫폼에서 방역 관계자가 방역작업을 하고 있다. 뉴스1

코로나19 사태가 유행하기 전인 2018~2019년 동안 20~64세의 지하철 이용 횟수는 월평균 9413만730건에 달했다. 65세 이상은 월 1427만8200건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발생 이후 20~64세는 월 7239만8975회, 65세 이상은 월 1081만5514회로 지하철 탑승 횟수를 확 줄였다. 20~64세의 지하철 이용량은 코로나 사태 이후 23.1% 줄었지만 65세 이상에선 24.3% 감소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변화에 따른 지하철 이용 경향도 고령층에서 감소 폭이 컸다. 20~64세는 1~1.5단계에서 지하철 이용량이 13% 감소했다. 2단계 이상에서는 30% 줄였다. 65세 이상 고령층에선 1~1.5단계에 이미 19%나 지하철 이용량이 감소했다. 그 이상의 단계에선 무려 42% 줄었다.

코로나19 유행에 따른 교통량의 변화는 소비 패턴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연구진이 추가로 '코로나19가 신용카드 소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코로나19 발생 이후 전체 카드 지출은 15.7%나 급감했다. 2018년부터 2020년 1주차부터 16주차까지의 카드 지출을 분석한 결과다. 60세 이상 고령층에선 18.1% 줄었고, 40~50대 장년층에선 15.8%, 20~30대 청년층에서 14.3% 감소했다.

특히 거의 모든 주간 단위 카드지출 내역에서 고령층의 소비 감소 폭이 컸다. 고령층은 지난해 3주차까지 카드 소비가 가장 많은 계층이었다. 그러나 4주차 때부터 급감하더니 이후 내내 카드 소비지출이 가장 적은 계층으로 자리매김했다.

코로나19 이후 연령대별 카드 소비 지출 변화. 성균관대 HRD센터

코로나19 이후 연령대별 카드 소비 지출 변화. 성균관대 HRD센터

특이한 점은 외식 지출은 24.3% 감소했지만, 집안에서 식사하기 위한 지출(재료 구입 등)은 2% 늘었다. 이동이 적은 대신 자가 격리형 식사가 증가했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정부의 4단계 거리두기 연장에 따른 자영업자 보호 정책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정부는 최근 백신을 받은 사람이 2인 이상 포함될 경우 4인 모임을 가능하도록 했다. 대신 오후 10시이던 영업시간을 오후 9시로 단축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는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 대부분이 고령자"라며 "이들은 이동도, 소비도 확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조 교수는 "이런 실증분석을 고려하면 정부의 정책 패키지는 자영업자를 배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자영업 소비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후 9시로 영업시간을 단축한 것도 청·장년층의 왕성한 야간 소비를 차단하는 역효과를 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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