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박범계의 보복” 尹징계 반대한 감찰위원 5명 교체 논란

중앙일보

입력 2021.08.26 05:00

8월 2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뉴스1

8월 22일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뉴스1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처분, 직무배제, 수사의뢰는 부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2020년 12월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참석자 7명의 만장일치로 이같이 의결했다. 미리 징계 사유를 고지하지 않은 데다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7명 가운데 3명은 “내용에도 결함이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벌인 뒤 같은 해 11월 24일 정직 2개월 징계 청구 등의 방침을 발표했다. 검찰총장이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하게 만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의혹’ 등 주요 사건 재판부를 불법 사찰한 데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한 감찰을 방해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직무배제 등을 한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추 전 장관이 주장한 조국 재판부 사찰(‘물의 야기 법관’ 보고서 포함)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추미애가 감찰위 패싱하며 징계 추진하자 감찰위 긴급회의

11월 26일엔 추 장관이 “법무부 감찰위를 ‘패싱’하고 12월 2일 곧바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거에는 법무부가 사건을 징계위에 회부하려면 사전에 감찰위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했다. 구 법무부 감찰규정 제4조에 따르면 중요사항 감찰에 대해 감찰위의 자문을 받아야 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11월 3일 슬그머니 감찰규정 4조를 ‘감찰위 자문을 받을 수 있다’로 바꾸며 감찰위를 패싱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실제 그 길을 걸었다.

그러자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감찰위가 반발했다. 11월 27일 강동범 감찰위원장(이화여대 교수)이 직권으로 “12월 1일 긴급 회의를 열겠다”고 결정했다. 11명의 감찰위원 가운데 6명이 “추 장관이 감찰위 자문을 거치지 않고 징계위부터 개최하는 건 절차상 맞지 않는다”며 회의 소집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법무부감찰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전체 위원 중 3분의 1이 넘는 위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임시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감찰위는 12월 1일 회의를 열고 참석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등은 부적절하다”고 의결했다.

이런 가운데 윤 총장은 12월 1일 징계위 연기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12월 10일과 15일 양일에 걸쳐 징계위를 진행한 결과 16일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하는 안이 가결됐다. 당일 문재인 대통령은 징계안을 재가했고 추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12월 24일 법원이 윤 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징계효력 정지를 결정하면서 윤 총장은 복귀했다.

8월 25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스1

8월 25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 뉴스1

8개월 뒤 박범계, 만장일치 징계 반대 7명 중 5명 내쫓아

그 후로부터 8개월 뒤인 이달 24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총장 징계 추진에 제동을 걸었던 감찰위원 7명 가운데 강동범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을 무더기로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내부에선 “여당 의원인 박 장관이 윤 전 총장 징계 추진에 맞선 감찰위원들을 보복성으로 찍어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총장 징계 청구 등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이번에 감찰위를 떠난 위원은 강동범 교수(위원장)와 송동호 연세대 교수(부위원장), 이수정 경기대 교수, 류희림 전 YTN PLUS 대표이사, 이주형 울산지검장이다. 류 전 대표만 사전에 사의를 밝혔다고 한다.

며칠 전 법무부 관계자가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임기가 다 되셨다” “고생하셨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박 장관이 감사의 뜻을 담은 기념품을 보낼 예정이라고 알렸다는 것이다.

특히 감찰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임기 1년 만에 동시에 교체된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감찰위원의 임기는 1년인데, 연임할 수 있다. 한 전직 감찰위원은 “2005년 감찰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위원장이 1년만 하고 그만두거나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1년 만에 모두 교체된 건 이번이 처음인 걸로 안다”라며 “윤 전 총장 사건 때문에 여권 차원에서 보복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감찰위원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새로운 위원을 위촉했을 뿐 보복 등의 목적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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