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한 징계처분, 직무배제, 수사의뢰는 부적절하다고 판단됩니다.”
2020년 12월 1일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참석자 7명의 만장일치로 이같이 의결했다. 미리 징계 사유를 고지하지 않은 데다 소명 기회를 부여하지 않는 등 절차에 중대한 흠결이 있다는 게 이유였다. 7명 가운데 3명은 “내용에도 결함이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앞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윤 총장에 대한 감찰을 벌인 뒤 같은 해 11월 24일 정직 2개월 징계 청구 등의 방침을 발표했다. 검찰총장이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하게 만나고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의혹’ 등 주요 사건 재판부를 불법 사찰한 데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과 관련한 감찰을 방해했다는 등의 이유였다.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직무배제 등을 한 건 헌정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이날 추 전 장관이 주장한 조국 재판부 사찰(‘물의 야기 법관’ 보고서 포함)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추미애가 감찰위 패싱하며 징계 추진하자 감찰위 긴급회의
11월 26일엔 추 장관이 “법무부 감찰위를 ‘패싱’하고 12월 2일 곧바로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과거에는 법무부가 사건을 징계위에 회부하려면 사전에 감찰위를 의무적으로 거쳐야 했다. 구 법무부 감찰규정 제4조에 따르면 중요사항 감찰에 대해 감찰위의 자문을 받아야 하도록 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법무부는 11월 3일 슬그머니 감찰규정 4조를 ‘감찰위 자문을 받을 수 있다’로 바꾸며 감찰위를 패싱할 수 있는 길을 열었고 실제 그 길을 걸었다.
그러자 외부 전문가를 중심으로 한 감찰위가 반발했다. 11월 27일 강동범 감찰위원장(이화여대 교수)이 직권으로 “12월 1일 긴급 회의를 열겠다”고 결정했다. 11명의 감찰위원 가운데 6명이 “추 장관이 감찰위 자문을 거치지 않고 징계위부터 개최하는 건 절차상 맞지 않는다”며 회의 소집을 요청했기 때문이다. 법무부감찰위원회 규정에 따르면 전체 위원 중 3분의 1이 넘는 위원의 요청이 있을 경우 임시회의를 소집할 수 있다. 감찰위는 12월 1일 회의를 열고 참석위원 7명의 만장일치로 “윤 총장에 대한 직무배제 등은 부적절하다”고 의결했다.
이런 가운데 윤 총장은 12월 1일 징계위 연기를 신청했다. 이에 따라 12월 10일과 15일 양일에 걸쳐 징계위를 진행한 결과 16일 윤 총장에게 정직 2개월 징계를 하는 안이 가결됐다. 당일 문재인 대통령은 징계안을 재가했고 추 장관은 사의를 표명했다. 그러나 12월 24일 법원이 윤 총장에 대한 2개월 정직 징계효력 정지를 결정하면서 윤 총장은 복귀했다.
8개월 뒤 박범계, 만장일치 징계 반대 7명 중 5명 내쫓아
그 후로부터 8개월 뒤인 이달 24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총장 징계 추진에 제동을 걸었던 감찰위원 7명 가운데 강동범 위원장을 포함해 5명을 무더기로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법무부 내부에선 “여당 의원인 박 장관이 윤 전 총장 징계 추진에 맞선 감찰위원들을 보복성으로 찍어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윤 전 총장 징계 청구 등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이번에 감찰위를 떠난 위원은 강동범 교수(위원장)와 송동호 연세대 교수(부위원장), 이수정 경기대 교수, 류희림 전 YTN PLUS 대표이사, 이주형 울산지검장이다. 류 전 대표만 사전에 사의를 밝혔다고 한다.
며칠 전 법무부 관계자가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임기가 다 되셨다” “고생하셨다”고 작별 인사를 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박 장관이 감사의 뜻을 담은 기념품을 보낼 예정이라고 알렸다는 것이다.
특히 감찰위원장과 부위원장이 임기 1년 만에 동시에 교체된 건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감찰위원의 임기는 1년인데, 연임할 수 있다. 한 전직 감찰위원은 “2005년 감찰위 제도가 도입된 이래 위원장이 1년만 하고 그만두거나 위원장과 부위원장이 1년 만에 모두 교체된 건 이번이 처음인 걸로 안다”라며 “윤 전 총장 사건 때문에 여권 차원에서 보복한 게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감찰위원의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차원에서 새로운 위원을 위촉했을 뿐 보복 등의 목적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만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