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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임신부 코로나 걸리면 위험확률 8배…국내서도 입증

중앙일보

입력

임신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감염됐을 때 위중증으로 갈 확률이 임신하지 않은 여성과 비교해 8배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보건당국은 관련 데이터를 검토하고 전문가 논의를 거쳐 내달 중 임신부 접종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임신부 확진자 328명 중 5명은 중증 

25일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가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관련 집계를 시작한 1월 1일부터 7월 17일까지 국내 임신부 코로나19 확진자는 328명으로, 위중증 환자는 5명으로 집계됐다. 확진자 중 위중증 환자 비율을 뜻하는 위중증률은 1.52%다. 같은 기간 확진 판정을 받은 20~39세 가임기 여성은 1만6380명이며 이 가운데 위중증 환자는 31명으로, 위중증률은 0.19%다. 임신부 위중증률이 8배 정도 높다. 10만명당 발생률은 임신부 207명, 가임기 여성 249.5명이다.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임신부가 비임신부보다 코로나19로 중증 질환을 앓을 위험이 높다고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도 그간 해외 연구 등을 근거로 임신부가 코로나19 감염시 중증으로 악화할 확률이 높다고 우려해왔다. 사례는 적지만, 국내 데이터에서 그런 사실이 일부 밝혀진 것이다.

임신부 이미지. 중앙포토

임신부 이미지. 중앙포토

이영주 경희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부는 산소 요구량이 많기 때문에 코로나에 감염되면 중증으로 갈 확률이 높다”며 “자궁 크기가 커지면서 폐 용적이 5% 정도 감소하는 등의 신체 변화 때문에 중환자실 입원, 인공호흡기 치료 등의 가능성이 커진다고 알려져 있다”고 말했다.

중환자실 입원 위험 높여, 조산 우려도  

미 캘리포니아대 어바인 메디컬센터 연구팀이 지난해 3월부터 올해 2월까지 출산한 86만9079명을 조사해 의학 저널 ‘JAMA 네트워크 오픈’에 게재한 연구에 따르면 코로나19에 감염된 임신부는 중환자실 입원 오즈비(OR)가 5.84로 유의하게 높았다. 오즈비는 어떤 집단과 비교해 다른 집단의 확률이 얼마나 높은지 나타내는 수치로 비교위험도와 비슷한 개념이다. 기관 삽관 처치 등의 오즈비는 14.33, 사망률 오즈비는 15.38로 나타났다.

코로나19는 임신 예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한국모자보건학회에 따르면 중국에서 전 세계 논문을 메타 분석한 결과 코로나19에 걸린 임신부는 임신성 고혈압(1.33배)과 당뇨병(1.99배), 조산(4.29배), 저체중아 분만(1.89배) 등의 위험이 높다고 조사됐다.

최근 미국에서는 델타 변이 확산에 따른 임신부 감염이 크게 늘자, CDC가 나서서 백신 접종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미국에선 당국의 접종 권고에도 임신부 23% 정도만이 최소 한 차례 백신을 맞았는데 사망 사례들이 잇따라 생기면서 당국이 강하게 권고하고 나선 것이다. 세계보건기구(WHO)도 고혈압, 당뇨병이 있는 임신부는 의료진과 상의 후 백신을 접종받으라고 권고한다.

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증 병동 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증 병동 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추진단 “9월 접종 방향 발표”

최근 확진자가 크게 늘면서 대면 접촉이 많은 임신부는 불안감을 호소한다. 임신 9주차 한 여성은 인터넷 맘 카페에 “접종 제외 대상인 직장인 임신부는 정말 두렵다. 재택도 의무가 아니라 매일이 살얼음판”이라고 썼다. 이 여성은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려 “코로나19에 취약한 임신부에 대해 정부가 관심 갖고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또 다른 임신부도 “미국이나 유럽은 다 맞는다는데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확진자는 줄지 않고 답답하다”고 썼다.

지난달 대한산부인과학회는 임신부에 접종을 권고해야 한다는 입장을 정부에 전달했고 코로나19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4분기 접종을 목표로 데이터 검토와 전문가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추진단 관계자는 “9월 중에는 방향을 확정해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전체 환자 규모가 늘면, 임신부 확진자도 늘 수밖에 없다”며 “현재까지 사망자가 없다고 해도 앞으로 그럴 거란 보장이 없는 만큼 전향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 유럽 등에서 임신부 접종과 관련한 안전성 자료가 나와 있지만 불안감이 큰 만큼 접종 이득과 위험을 충분히 설명하고 선택권을 주는 방식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 임신부가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지난 5월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한 임신부가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지난 5월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있다. AP=연합뉴스

“개인 건강상태따라 맞춤 접종해야”

이영주 교수는 “의료종사자 등 감염 위험이 큰 임신부는 가급적 접종하도록 권고해야 한다”면서도 “합병증이나 가족력 등을 면밀하게 따져 개인의 신체 상태를 평가하고 의사와 상의해 맞춤식으로 가야 한다”며 “임신 자체가 혈전 발생 위험을 5,6배 높이기도 하기 때문에 이런 것들을 고려해 백신 종류도 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애 의원은 “일반 확진자 대비 위중증률이 높다는 것이 확인된 만큼 임산부 접종 여부에 대한 신속한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접종으로 얻는 이익이 현저히 높다면 접종 시기를 앞당길 필요도 있다”며 “방역당국의 검토 내용은 투명히 공개돼야 하며 이상반응에 대한 철저한 대비가 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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