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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 대책, 게임은 끝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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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조현숙 기자 중앙일보 기자
조현숙 경제정책팀 차장

조현숙 경제정책팀 차장

25일 통계청은 ‘2020년 출생 통계’를 발표했다. “출생아 수는 27만2300명으로 전년 대비 10% 감소. 합계출산율은 0.84명으로 1970년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

충격적인 숫자지만 예상을 벗어나진 않았다. 2019년 태어난 아이 수가 간신히 30만 명을 넘어선 터라 20만 명대 추락은 예고된 일이다. 15세부터 49세까지 임신 가능한 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아이 수(합계출산율)가 세계 꼴찌(유엔인구기금 198개국 중 198위)로 내려앉은 건 벌써 2년째다.

정부 대응은 바뀐 게 없다. 다자녀 셋째 대학 등록금 무료, 아동수당 확대같이 ‘아이 많이 낳으면 돈 더 준다’는 식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출산율이 내려갈수록 판돈(지원액)만 늘릴 뿐이다.

통계는 다른 얘기를 한다. 정책의 목표도 방법도 틀렸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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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장래인구특별추계(최근 실제 수치와 가까운 저위 시나리오 기준)에 따르면 올해 3702만 명인 15~64세 생산연령인구는 2040년 2754만 명,  2050년 2256만 명으로 줄어든다. 경제 활동을 해 생산에 기여할 사람이 연평균 50만 명씩 사라진다는 의미다.

이 공백을 메우려면 합계출산율을 2~3명대로 끌어올려야 한다. 전 국민 너나 할 것 없이 둘째·셋째까지 낳는 세상. 70년대 베이비붐 때에나 있던 일이다. 현실성이 없다는 건 누구나 안다.

만에 하나, 정부가 절묘한 저출산 대책을 내놔 당장 내년 합계출산율이 2~3명으로 치솟았다고 치자. 하지만 이들이 성장해 생산에 기여하고 세금도 내려면 20~30대는 돼야 한다. 무슨 수를 쓰더라도 생산인구가 급감하고 경제가 추락하는 20~30년간 공백은 피할 수 없다.

그런데 왜 정부는 당장 직장도 집도 없어 걱정인 청년에게 ‘결혼해 아이를 낳아 출산율을 올려야 한다’며 닦달할까. 일본 경제 붕괴의 원인을 인구 문제에서 찾은 책 『일본 디플레이션의 진실』에 명쾌한 답이 있다. “관계없는 얘기를 꺼내면 (진짜) 문제에서 눈을 돌리는 사람이 늘어나기 때문”이란다.

저자 모타니 고스케(藻谷浩介)는 책에서 신랄하게 비판한다. “어째서 출산율에만 주목할까. 젊은 여성(청년)에게 책임을 전가할 수 있어서 그리고 남성, 특히 목소리가 큰 고령 남성들은 방관자적 기분이 될 수 있기 때문 아닐까. 그런 남자뿐이라서 더욱 결혼하지 않는 여성이 늘고 있는지 모르겠다.”

문제를 해결할 마지막 기회였던 지난 10여 년을 엉뚱한 대책만 반복하며 시간만 흘려보냈다. 경제·교육·보건·국방 등 전 분야에 닥칠 ‘퍼펙트 스톰’을 어떻게 견뎌낼지 위기 대응 시나리오를 짜는 게 더 맞다. 게임은 이미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