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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부동산 투기 의원들 부끄럽게 한 윤희숙의 사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0면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친의 부동산 위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친의 부동산 위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의원직 사퇴를 선언하는 기자회견을 하며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당 문제 없다는데도 의원직 사퇴, 대선 포기

책임지는 자세, 정치 불신 줄이는 계기 되길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위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은 이례적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같은 상황에 부닥친 의원들이 해명이나 부인하기에 바쁜 것과 다르다.

더욱이 윤 의원이 받는 의혹은 본인이 아니라 26년 전 호적을 분리했다는 부친과 관련된 것이라고 한다. 당 지도부는 “문제없다”고 판단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윤 의원은 국회 회견에서 “이게 염치와 상식의 정치를 주장해 온 제가 신의를 지키는 길”이라며 “의원직을 다시 지역구민과 국민께 돌려드리겠다”고 했다.

윤 의원은 권익위 조사에 야당 의원을 흠집내기 위해 끼워맞춘 의도가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또 본인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내로남불’을 가장 앞장서 비판해 온 만큼 정권교체의 명분을 희화화할 빌미를 제공할 소지가 있어 대선 여정까지 접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정무적 판단이 깔려 있긴 하겠지만, 윤 의원의 처신은 특히 정치인의 도덕성 기준을 다시 돌아보게 한다.

사퇴 이유를 묻는 기자들에게 윤 의원은 “우리나라는 보통의 국민보다 못한 도덕성과 자질을 지닌 정치인들을 국민이 포기하거나 용인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를 보고 국민이 정치인을 평가할 때 도덕성과 자질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한다는 기대를 밝혔다. 윤 의원은 내년 지방선거 때 서울시장 출마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그건 제가 생각한 정치인의 모습이 아니다”고 했다.

권익위 조사 내용은 수사를 거쳐야 결론이 나는 사안이긴 하다. 권익위 스스로 사소한 의혹까지 다 모은 것이라고 했고, 실제 일부는 수사에서 불기소나 무혐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윤 의원과 나머지 여야 정치권의 대응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민주당은 적발된 12명의 의원에게 탈당을 권유했지만 비례대표인 윤미향·양이원영 의원은 제명을 통해 의원직을 유지하고 있고, 실제 탈당한 의원이 없다. 이준석 대표가 민주당보다 강한 조치를 공언했던 국민의힘 역시 적발된 12명 중 6명에게 ‘셀프 면죄부’를 줬다.

두 당은 그나마 국민 눈치를 보는 자세라도 취하지만 권익위가 업무상 비밀 이용 의혹을 제기한 김의겸 의원과 열린민주당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김 의원이 의혹을 부인한 이후 최강욱 대표는 “이미 다 나온 논란 아닌가. 당 차원의 조치를 할 계획이 없다”고 못 박았다. 국회의원은 아니지만, 집권세력의 핵심 인사였던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부인이 자녀 입시 비리 등으로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음에도 국민에게 사과하지 않고 있다. 윤 의원의 사퇴는 추후 국회 표결이나 국회의장의 판단에 따라 결정되겠지만, 선제적으로 권한을 내려놓고 책임지는 그의 자세가 정치 불신을 줄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