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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건강보험이 지속가능하려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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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최근 정부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대책 4주년 성과 보고대회를 개최했다. 정부 발표에 의하면 보장성 강화 대책 시행 4년간 약 3700만 명이 9조2000억여원의 의료비 경감 혜택을 봤다. 지금까지 경과를 토대로 보장성 강화 관련 문제점, 국민 보험료 부담과 연계한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향후 정책 방향을 제안하고자 한다.

지난 4년간 의료비 소요가 큰 중증환자에 대해서는 획기적 성과가 있었다. 중증환자를 전담하는 상급종합병원의 보장률이 2017년 65.1%에서 2019년 기준 69.5%로 상승했다. 반면에 동네 의원급 보장률은 같은 기간 60.3%에서 57.2%로 하락했다. 이를 역산해 보면 비급여 진료비가 감소하고 있는 종합병원급 요양기관과 달리 의원급의 비급여 진료비가 2017년 기준 내원 일당 6362원에서 2019년 9887원으로 연평균 12.9% 증가했다.

같은 기간 건강보험공단을 통해 지급하는 급여진료비는 연평균 약 6.2% 증가했다. 정부가 ‘문 케어’란 이름으로 보장성을 강화하고 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비급여 진료비가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비급여 관리 없는 보장성 강화는 실제 의료비 부담을 감소시키지 못한다. 특히 가벼운 질환자가 주로 이용하는 의원급에서의 비급여 증가는 고민거리다.

또 다른 문제점은 상급종합병원으로의 집중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장성이 강화되면서 상급종합병원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다. 국민이 체감하는 의료비 부담이 낮아지면서 더 많은 국민이 상대적으로 고비용이 소요되는 상급종합병원을 이용하고 있다. 제도 효율성 측면에서 의료이용체계를 다시 정비해야 한다.

보험료율은 2017년 동결 이후 연평균 2.91% 증가했고, 보험료 부과 기반인 소득은 지난 4년간 연평균 4.4% 증가했다. 지속적인 저성장 경제 국면에서 소득증가율 이상으로 보험료 부담을 높이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보장성 강화도 중요하지만, 이제부터는 제도의 장기적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 OECD 선진국보다 보장성이 아직 많이 낮기 때문에 당분간은 보장성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동시에 의료체계를 재정비해 비용 효율적인 제도로 탈바꿈해야 한다. 세계적 화두인 디지털 케어를 접목해 효과적이면서 효율적 제도로의 전환이 필요하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하겠다. 내년 대선에서는 보장성 강화 외에도 의료체계의 방향에 대해서도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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