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시장 지각변동…샤인 머스캣 덕에 포도가 1위 등극

중앙일보

입력 2021.08.26 00:03

업데이트 2021.08.26 0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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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경상북도 김천의 포도농가 최원식(47)씨는 부모님이 30년 넘게 가꾼 캠벨 포도밭을 갈아엎고 2017년부터 샤인 머스캣 재배에 뛰어들었다. 현재 최씨가 부모와 동생과 함께 재배하는 샤인 머스캣 포도밭은 1만8460㎡(약 5600평). 최씨는 “지금 샤인 머스캣의 포도 가격이 캠벨 품종보다 10배쯤 비싸다”며 “시기가 조금 늦었지만 그래도 샤인 머스캣으로 갈아탄 게 다행”이라며 활짝 웃었다. 최씨 가족은 한 해 5억원 가량의 매출을 올린다고 귀띔했다.

국내 과일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과일의 대명사처럼 여겨졌던 사과·배의 위상을 ‘샤인 머스캣’이 흔들고 있다. 24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과일 매출 1위는 단연 포도다. 그 뒤를 사과, 딸기, 감귤이 이었다. 2019년만 해도 과일 매출 1위는 단연 사과였다. 포도는 당시 3위였다. 포도는 2017년까지는 아예 순위권 밖이었다.

연도별 이마트 과일 매출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도별 이마트 과일 매출 순위.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포도가 사과를 누르고 인기 과일 1위에 오른 건 ‘샤인 머스캣’때문이다. 2018년 무렵 혜성처럼 등장한 샤인 머스캣은 아삭한 식감과 높은 당도, 특유의 향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 샤인 머스캣은 일반 거봉(약 14브릭스)보다 당도(18~19브릭스)가 훨씬 높고, 껍질이 얇은 데다 씨가 없다. 샤인 머스캣은 이런 매력은 1·2인 가구 증가, 씨·껍질 없는 과일을 찾는 추세 등과 제대로 맞아 떨어졌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00년 이후 내리막길을 걷던 포도 재배면적이 샤인 머스캣이 본격 등장한 2018년부터 반등했다. 2018년 1만2795㏊였던 포도재배 면적은 올해 1만3388㏊로 늘었다. 이 중 26.7%인 3579㏊가 샤인 머스캣 재배지이다.

샤인 머스캣의 인기는 귀차니즘과도 일맥상통한다. 껍질을 벗기거나, 씨를 뱉어내는 것조차 귀찮아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서다. 실제 같은 포도라도 먹을 때 씨를 뱉어야 하는 ‘캠벨’ 품종의 가격은 샤인 머스캣의 10분의 1선으로 떨어져 있다. ‘귀차니즘’의 증가는 다른 과일의 소비패턴 변화에서도 읽힌다.

포도 및 샤인 머스캣 재배 면적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포도 및 샤인 머스캣 재배 면적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마트에 따르면 올해 7월까지 껍질이 있는 파인애플(-40.2%)이나 자몽(-25.2%), 감귤(-6.4%)의 매출은 크게 줄었다. 반면, 한 번에 편하게 먹을 수 있는 포도(87.9%)나, 토마토(27.1%), 딸기(20.2%)의 소비는 큰 폭으로 늘었다.

이마트는 2018년 처음 샤인 머스캣을 추석 선물용으로 선보인 이후 높은 인기를 끌자 올해는 지난해보다 물량을 40% 이상 늘렸다. 이 회사 전진복 포도 바이어는 “사과와 배 중심이던 명절의 과일 소비도 껍질과 씨가 없고 더 달콤한 과일쪽으로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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