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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이 말하는 ‘국가채무 1000조원시대’의 민낯

중앙일보

입력

“급하다고 다음 세대한테 빚을 넘긴다? 문재인 정부, 너무 비양심적”  

초과 세수의 추경 편성 등 빚 늘릴 수 있지만 재난지원금은 실직자와 자영업자에 집중해야
국민 돌보면서 시장 억압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스마트해야, 분배보단 파이 키우는 게 먼저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포퓰리즘 파이터’로 수식된다. 윤 의원은 코로나19가 덮친 저성장 시대에 확장재정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적재적소에 국민의 혈세가 쓰여야 한다고 믿는다.

윤희숙 국민의힘 의원은 ‘포퓰리즘 파이터’로 수식된다. 윤 의원은 코로나19가 덮친 저성장 시대에 확장재정의 필요성은 인정하나 적재적소에 국민의 혈세가 쓰여야 한다고 믿는다.

윤희숙(51)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기 하루 전 야권의 대선주자인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국민의 삶을 국민이 책임져야지 왜 국가가 책임지느냐”는 발언으로 논쟁에 휩싸였다. 8월 12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만난 윤 의원은 “정답이 없는, 굉장히 좋은 논쟁 주제”라고 바라봤다. 최 전 원장의 말을 듣고 거부감을 갖느냐, 상식적이라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자기가 딛고 있는 진영의 좌표가 고스란히 드러나기 때문이다. 국민의 삶을 국가가 책임지는 시스템을 원하는 유권자라면 ‘큰 정부’를 선호할 것이다. 큰 정부는 재정 확대를 대전제로 삼는다. 반대로 국가가 개인의 삶을 책임지는 시스템은 가능하지도 않을뿐더러, 부작용이 수반된다고 여기는 유권자라면 ‘작은 정부’를 원할 것이다. 작은 정부는 상대적으로 재정 건전성을 중시한다.

윤 의원은 최 원장 발언에 우호적이다. “누가 들어도 멀쩡한 얘기였다. 넘어지는 사람을 일으켜주는 국가의 기능은 중요하지만, 모든 걸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얘기하는 것은 문제다. 정치인의 언어 스킬보다 더 중요한 건 말하려고 하는 내용이다. 말꼬리 잡기로 흐르는 정치 풍토가 더 문제다.” 물론 코로나19 같은 예외적 재앙에 맞서기 위한 국가의 역할 확대에 대해 윤 의원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다만 ‘문재인 정부가 재정을 효율적으로 투입하고 있느냐’는 별개의 영역이니 치밀하게 따져보겠다는 입장이다.

“88% 국민만 재난지원금 받는 기준이 뭔가?”

윤 의원은 2021년 8월 출간한 [정치의 배신]에서 “경제를 망가뜨리는 경제정책과 돈을 뿌려 정책실패를 숨기는 재정 정책의 조합으로 문 정부는 4년 동안 경제 포퓰리즘의 문을 활짝 열어젖혔다”고 적시했다. 문 정부를 저격한 윤 의원은 야당 국회의원이기 이전에 미국 컬럼비아대학 경제학 박사,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를 거친 경제학자다. 임박한 국가채무 1000조원 시대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에 대해 설명해줄 수 있는 적임자라 할 수 있다. 거물 정치인은 스토리와 브랜드, 콘텐트가 결합할 때 탄생한다. “저는 임차인입니다”로 시작하는 2020년 7월의 ‘5분 연설’로 강렬한 브랜드를 만들었지만, 윤 의원의 본질적 강점은 콘텐트다. 듣기 좋은 말이 아니라 들어야 할 말을, 간명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윤 의원은 지녔다.

[정치의 배신]에서 “정치가 안 바뀌면 정책도 의미 없다”고 고백했다. 현실을 말하자면 포퓰리즘은 ‘정치의 배신’이 아니라 ‘정치의 속성’ 아닌가?

“우리 정치가 이 모양 이 꼴이 된 데에는 그럴 만한 구조와 토양이 있었다. 국민 개개인이 잘못했다기보다는 우리의 역사 속에서 민주주의가 허약했다. 우리 역사에서 지금이 경제적으로 정점인 게 맞다. 하지만 국민 통합에 있어서는 저점이 분명하다. 좋은 정치가가 반등을 만들어야 한다. 기술이 발전해서 이전보다 공론장을 만드는 게 훨씬 쉬워졌다. 국민 개개인이 생각하고 표현하면 세상을 바꾼다는 게 아주 먼 얘기가 아니다. 숙제가 크긴 해도 아주 비관적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40% 안팎으로 유지되는 것을 보면, 확장적 재정정책은 정치가에게 꽤 매력적으로 다가올 것 같다.

“어느 정도는 그렇다. (건국 이후) 두 번의 경제위기(IMF와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재정을 엄청나게 투입한 적이 있었는데도 박근혜 정부까지 국가채무 총 누적액은 600조원 대였다. 그런데 문 정부에서만 400조원 가까이 풀렸다. 그렇다면 이 400조를 누군가(주로 문 정부에 우호적인 세력을 지칭)가 나눠 가졌다는 말이 된다. ‘우리 편은 무조건 맞고, 반대편은 무조건 틀리며, 우리 편이 잘못하면 평가하지 않는다’는 대결 구도 속에서, 큰 흐름에서 봤을 때 당연히 떨어져야 할 지지율 매커니즘이 작동하지 않고 있다.”

‘왼쪽’에 위치한 민주당에선 “코로나19 시국에 국민을 돕기 위해 재정 지출을 확대하는 건 국가의 당연한 책무”라고 바라본다.

“우리나라 시대정신은 공정이다. 공정을 얘기할 때, ‘세대의 공정’까지 합쳐야 한다. 내가 지금 쓰는 것 때문에 다음 세대가 힘들어지면 안 된다. 우리나라 인구 구조는 아직은 괜찮다. 5명의 경제활동으로 노인 1명을 먹여 살리고 있다. 그러나 30~40년이 지나면 1명의 경제활동으로 노인 1명을 먹여 살리게 된다. 인구 구조가 아직 힘들지 않은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한테 빚을 넘기는 건 매우 양심이 없는 일이다. 특히 환경에 대한 지속가능성을 얘기하는 ‘왼쪽 분들’이 재정에 관한 지속가능성은 얘기하지 않는다.”

정부는 초과 세수를 빚 갚는 데 쓰지 않고, 추경에 다시 투입하겠다고 한다.

“코로나19는 비상 상황이니까 빚을 질 수밖에 없는 게 당연하다. 세금이 더 걷혔으면 당연히 빚을 갚아야 하지만, 코로나19가 심각하니까 빚을 져야 한다면(초과 세수를 추경으로 돌린다면) 어쩔 수 없다. 다만 ‘그 지출이 정말 불가피한 것이냐’는 살펴볼 문제다. 실직자와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끌어올려야 할 돈에 쓰는 것은 딴지 걸지 않겠다. 그러나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을 소득 하위 88%로 나누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코로나19 동안 인생이 내려앉은 사람을 돌보자는 재난지원금을 원칙 없이 쓰고, 다음 세대에 빚으로 넘긴다? 우리 사회가 생각해봐야 된다. 다들 다음 세대에 부채의식이 있는데 왜 이렇게 하는가.”

정말 왜 이렇게 되는 것인가?

“가장 큰 문제는 정치다.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 때문에 다음 세대는 엄청나게 힘들어질 것입니다. 우리 부채를 다음 세대에 넘기지 않겠다고 결심합시다. 코로나19는 긴급상황이니까 불가피한 부분에만 씁시다.’ 이렇게 정치인들이 얘기했다면 국민이 긴가민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정치인들은 ‘힘드니까 전 국민이 나눠 가집시다’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전 국민 ‘으쌰으쌰 위로금’을 말했다. 대통령 정도 되시는 분이 기분 좋자고 다음 세대에 빚을 지우나? 지금 이 시국에 문제의식 없는 무책임한 지지층을 바라볼 때가 아니다.”

윤 의원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재난지원금을 왜 소득 하위 88%는 받고 소득 상위 12%는 못 받는지에 대한 납득할 만한 이유를 들었나?

“아무 기준이 없다. 처음에 기재부에서 70%(지급안)를 들고 왔다. ‘코로나19 이후 타격받은 것을 측정할 시스템이 없느냐’고 하니까 ‘갖춰놨다’고 하더라. 그렇지만 왜 70% 인지에 대한 기준은 없었다. ‘여당이랑 타협하는 척하면서 80%, 90%로 갈 거 아니냐’고 물으니까 아니라는 얘기를 안 하더라.”

“확장재정과 전 국민 재난지원금은 다른 개념”

2021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응시하며 발언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2021년 5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 참석해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응시하며 발언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 사진기자단

정부나 민주당 측은 우리나라가 GDP 대비 국가채무에서 다른 나라에 비해 건전하다는 지표를 곧잘 인용한다.

“아마 미국, 일본보다 양호하다고 할 텐데 그 나라 돈은 기축통화다. 우리 돈은 여차하면 휴지통 가는 돈이고, 나라가 흔들린다. 기축통화가 아닌 국가끼리 비교해보면 우리의 GDP 대비 국가채무 비율이 낮지 않다. 그래도 이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니냐고 할 수 있겠지만, 우리는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고령화에 접어들었다.”

2021년 4월 IMF가 한국의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우려하는 보고서를 내자 기재부는 집요하게 반박했다. 어느 쪽 주장에 무게를 실어야 했을까?

“그런 얘기가 IMF에서 나온 것 자체가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IMF는 기본적으로 (세계 경제 부양을 위해) 다른 나라에 돈을 많이 쓰라고 권장한다. 그래서 IMF 얘기를 다 들으면 안 된다. 그러나 작년의 그 보고서는 우리나라를 되게 걱정해준 것이다. ‘너네 기축통화도 아니고, 고령화는 어떡할거야?’라며 진짜 필요한 곳에 맞게 재정을 쓰라고 한 것이다. (이 건에 관해선 IMF 의견에) 100% 동의한다. 확장재정이 맞긴 하지만, 정도가 있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쓰면 안 된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이재명 경기지사는 확장재정을 전 국민재난지원금처럼 해석했다. 사실은 정반대다.”

이재명 지사는 요즘 들어 윤 의원과의 토론을 회피하는 듯하다. 기본소득이나 공공주택 100만 채 등 논란 있는 공약들에 대해 이런 식으로 검증을 피해가는 전략을 구사할 수도 있다.

“끝까지 쫓아가서 때릴 것이다.(웃음) 4년 전 대선 때 문재인 후보가 소득대체율을 올리겠다고 했다. 다른 후보가 소득대체율을 올리고 어떻게 연금을 유지하려고 하느냐고 의문을 표시하자 그냥 된다고 우겼다. 왜 우겨도 됐냐 하면(탄핵 직후라) 무조건 (민주당 후보가) 이기는 선거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번 대선은 TV 토론을 보고 마음을 정할 국민이 많다. 정당 지지율도 크게 차이 안 난다. 후보들이 압박감을 갖고 토론하고 말할 것이다.”

이 지사에 대해 “지도자의 비전치고는 21세기 대한민국 국민을 너무 만만히 보시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공공주택 100만 채 공약만 봐도) 역세권에 100만 채 지을 땅이 지금 없다. 그런데 월세 60만원에 살 수 있다는 걸 국민이 믿어줄 거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세금이 안 들어간다고까지 말한다. 국민이 ‘우리도 공부 많이 한 사람인데 우릴 무시하네’라고 생각할 것 같다.”

이 지사는 300조원으로 추산되는 공공주택 재원에 대해 “금융기법을 통한 조달”을 제시했다. 이를 두고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촉발한 ‘서브프라임 모기지가 떠오른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빌리고 또 빌리고 이런 것. 나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정세균 민주당 후보가 (이 지사를 두고) ‘봉이 김선달’이라는 표현을 썼다.”

“세율 아닌 세수를 높여서 재원 마련해야”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 본사. 연금 개혁은 외면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차기 대통령의 과제다.

전북 전주시에 위치한 국민연금 본사. 연금 개혁은 외면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차기 대통령의 과제다.

정치가의 업은 미래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기도 하겠지만, 오늘을 행복하게 살게 해주는 작업도 필요하지 않을까?

“지금 기분 좋자고 이재명 지사는 말도 안 되는 약속을 하는 것이지만, 우리는 그게 나쁘다는 걸 알고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해줘야 하나. 내가 ‘5분 연설’ 했을 때 도대체 왜 각광을 받았나 생각했다. 국민이 화난 것을 알아주고 할 말을 해준 것이다. 가장 중요한 건 밀착형 공감보다 어떻게 해결할지에 대한 길을 보여주는 것이다. 인기를 얻는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나는 국민의 정신을 마비시키는 길이 아닌 정공법을 택하겠다.”

윤 의원은 8월 1일 대선 공약으로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 사학연금, 군인연금 등 모든 공적연금을 개혁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이미 공적연금 부채가 2500억원에 달해 올해 태어날 아이는 연금 5000만원을 빚지고 태어나는 셈”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은 아마도 그다지 듣기 좋은 소리는 아닐 듯한데.

“연금 개혁은 너무 어렵다. 그래서 대선 국면이 중요하다. 국민 앞에서 (대선후보들이) 충분히 떠들어야 한다. 연금 개혁이 필요 없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은 없을 것이다. 개혁이 굳이 필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을 뿐. 이 얘기를 정치인들이 말하게끔 만드는 것, 이것이 다음 정권이 시작했을 때 연금 개혁의 기본 토양이 되는 것이다. 연금 개혁은 정당 간 영향력으로 결정하는 문제가 아니다. 여야가 손잡고 해야 하는 것이다.”

저성장 시대에 국가의 역할이 커지는 것은 필연 아닌가?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정부는 처지고 낙오된 사람들을 끌어 올려주는 재훈련, 소득구제 등을 해줘야 한다. 이런 역할이 커지기 때문에 재정 지출이 올라가긴 한다. 그러나 시장 개입은 줄어들어야 한다. ‘큰 정부’, ‘작은 정부’ 논쟁은 의미 없다. R&D나 사람을 키우는 교육, 복지에서 예전보다 국가의 기능이 훨씬 중요해졌다. 많이 돌보면서 시장을 억압하지 않으려면 정부가 스마트해야 한다. 앤서니 기든스가 얘기한 ‘제3의 길’이 이것이다.”

증세가 아니라도 대안이 있을 수 있다는 의미인가?

“우리나라는 고령화 때문에라도 세금이 많이 필요하다. 애먼 사람들 어깨에 (부담을) 안 짊어지게 하려면 일단 경제가 좋아져야 한다. 세율(稅率)이 같아도 세수(稅收)가 많이 나오면 된다. 파이 자체를 키워 경제가 잘 돌아가는 선순환을 일으켜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윤 의원은 주52시간제에 비판적인 것으로 안다.

“상당 부분 비판적이다. 근로시간 규제는 전쟁 통이었던 1953년 만들어졌다. 그런 근로기준법을 만든 시대와 지금이 같은가. 지금은 산업 간 격차가 다양하다. 가령 벤처업계 쪽은 주4일제를 고민하고 있다. 물론 사람의 건강에 해악을 주는 분야에 규제는 당연히 있어야 한다. 다만 선진국은 주 몇 시간 근무가 기준이 아니다. 6개월 평균 내서 주52시간이 나오면 되는 것이지 1주에 52시간으로 왜 따지나. 그런 탄력성을 허용해야 한다.”

“가계부채 문제는 규모보다 성격을 따져야”

우리나라는 아무래도 노조의 입김이 세기 때문이지 않을까?

“노조와 정부 사이에서 (주52시간제를) 굉장히 경직적으로 만들어놨다. 철학적으로도 문제가 있다. 중앙에서 통제하니까 노사 협의의 공간을 닫아놓게 됐다. 예를 들어 R&D, 벤처 업종, 관리직은 주52시간 적용을 이해 못한다. 다만 노동생산성이 낮은 산업들에서는 굉장히 복잡한 문제다. 왜냐하면 잔업수당으로 소득을 만회하던 근로자들이 많기 때문이다.”

윤 의원은 “586세대와 노조 조직률 10%대인 민주노총의 결탁을 타파하겠다”고 했다. 대선 1호 공약도 대체근로제였다.

“좋은 흐름은 국민의 머릿속에 (민주노총을 향한) 문제의식이 있다는 것이다. 가령 건설 현장에서 민노총이 일감을 독점하고, 다른 사람들을 쫓아내는 건 범죄다. 이걸 무법천지처럼 백주대낮에 하고 있다. 민주노총이 건강한 노조가 아니란 걸 국민이 안다. 사회적 압력을 줘야 한다. 민주당 정권이라도 (민주노총에 관한 비토 여론을 형성하는) 국민을 무시할 순 없다. 법대로 해야 한다. 강성 노조의 힘의 근원을 꺾지 않으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게 대체근로 부분이다. 이게 중요하다는 걸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야당에서 대통령이 돼도 여소야대다. 법을 바꾸기 위해서는 국민의 지지가 필요하다.”

세간에는 국가채무 못지않게 가계부채에 관한 경계론도 비등하다. 어떻게 보고 있는가?

“빚이 커진다와 위험해진다는 것은 다른 얘기다. 가계부채의 상당 부분은 집과 연관돼 있다. IMF 외환위기 같은 정말 큰 경제 위기가 오면 문제겠지만, 아직은 그런 얘기를 할 단계는 아니다. 가계부채는 앞으로도 커질 것이다. 문제는 문재인 정부 때 집값이 너무 올라서 빚을 안 지고는 40년 된 아파트도 못 산다. ”

어찌 보면 내 집 마련을 바라보는 시각이야말로 정치적이다. 진보 정부는 대출을 규제한다. 국민이 집 사는 걸 원치 않는 거라고 볼 수 있다. 반대로 보수 정부는 대출을 완화한다.

“개인이 내 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욕망을 국가가 억눌러서는 안 된다. 빚이 악성 빚이 될 가능성만 막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소액 월급이라도 안정된 일자리가 있고, 그 돈을 쭉 모아서 집값을 갚을 수 있다고 한다면, 그 빚을 정부가 막을 이유는 없다. 아예 자금이 안 되는 사람은 공공주택에서 살게 해주고, 자기 노력으로 내 집을 갖고 싶은 사람에 대해 (정부가) LTV를 타이트하게 운영하는 것은 적어도 최초 주택 취득자에 대해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LTV 완화에 찬성한다는 뜻인가?

“앞으로도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늘어날 것이지만, 금융의 건전성을 흔들 정도가 안 된다면 나는 나쁘다고 생각 안 한다. 주택을 담보로 빚을 졌다면, 악성이 될 가능성이 별로 없다. 가계부채를 얘기할 때는 그 성격이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윤 의원을 전국구 인지도로 끌어올린 2020년 7월의 ‘5분 연설’ 후 1년 넘게 흘렀다. 임대차 3법의 여파로 점점 더 세입자의 어려움을 체감하고 있겠다.

“(한숨 쉬며) 힘들다. 임대차법 이후로 (서초구의) 집주인도 나도 서로 눈치를 본다. 집주인은 다시 들어올 마음이 있고, 나는 지금 나가게 되면 전세 얻을 길이 없다. 집에 뭐가 고장나면 내 돈으로 고치고 있다.(쓴웃음) (임대차법 시행 이후) 온 국민을 비굴하게 만들었다. 만약 집주인이 나를 내보내려고 하면 관계가 급격하게 나빠질 수도 있다. 예전에는 그냥 이별하고 다른 데 가면 됐다. 그렇지만 이제는 서로 절박하다. 악의를 갖고 서로를 대하게 되는, 인간의 나쁜 면을 끄집어내는 법이 된 것이다.”

분명한 건 단군 이래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가 지금처럼 예민한 적은 없었다.

“나도 솔직히 ‘5분 연설’ 할 때 이 정도까지는 예상 못했다. 그저 ‘왜 법이 집주인한테 못되게 굴까, 이상한 법이다’라고 생각해서 시장이 망가질 걸 걱정했는데, 지나고 나니까 사람 간의 관계도 파괴했다. 을과 을의 싸움이 됐다. 집주인과 세입자 간의 싸움만이 아니라 어떻게든 버티려는 세입자와 새로 전셋집을 얻으려는 신규 세입자 간의 싸움도 됐다. 참 나쁜 법이다.”

“증거와 실증에 기반 둔 지도자가 필요하다”

지역구인 서초구에서 전세를 살고 있고, 성북구에 집이 한 채 있는 것으로 안다. 원래 세종시에도 집이 있었는데 2020년 국회의원이 된 뒤 팔고 1주택자가 됐다. 민주당 쪽 사람들도 안 파는 집을 왜 팔았나?

“집을 판 뒤 어느 선배가 나한테 ‘네가 집을 두 채 갖고 있는 게 도대체 왜 악이냐? 악이 아니란 걸 열심히 말해야 할 사람이 앞장 서 팔면 어떡하느냐’고 야단을 치더라. 나는 한 번도 두 채를 가진 게 죄라고 얘기한 적이 없다. 문제는 내가 기재위에서 부동산 정책을 담당할 것이기 때문에 내가 하는 말의 무게가 가벼워지길 원치 않았다. ‘기재위에서 부동산 세제 관련해서 무언가를 할 텐데 다주택적인 것 때문에 신뢰를 안하면 어떡하느냐’고 누군가 지적했고,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집을 내놨다. 당시 민주당에서 세종시로의 행정수도 이전 이슈가 나왔고 가격이 급등했지만 그냥 팔았다. 내가 기재위만 아니었으면….(웃음)”

대선 출마를 선언했지만, 지지율은 아직 높지 않다.

“이렇게 세상이 빨리 변하고 혼란스럽고 사회 갈등이 클 땐 시선이 명확해야 한다. 우리가 어떤 길을 뚫어서 가야 할 것인지를 분명하게 보는 사람이 우리 사회의 많은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토양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화학자였고, 실증기반의 이야기를 한다. 증거기반의 합리적 의사조율 능력 같은 것이 지금 우리 사회에서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코로나19 때 메르켈의 연설을 보면 지도자의 본질을 볼 수 있다. 국민한테 솔직하게 ‘우리 지금 힘들고 앞으로 더 힘들 것’이라고 얘기했다. 우리 국민에게 낯설 수 있겠지만, 우리도 그렇게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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