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오병상의 코멘터리

윤희숙이 실천한 베버의 ‘책임정치’

중앙일보

입력 2021.08.25 22:08

업데이트 2021.08.26 22:33

오병상 기자 중앙일보 칼럼니스트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8.25 김경록 기자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에서 부동산 관련 불법 의혹이 제기된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8.25 김경록 기자

신간 '정치의 배신'에서 강조했던 '책임윤리' 그대로 실천
'가치 말하는 게 신념 아니라, 가치를 살아내는 게 신념'

1. 국민의힘 윤희숙 의원이 25일 전격적으로‘의원직 사퇴와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 부동산조사결과 ‘의혹대상 12명’에 포함됐기 때문입니다. 윤희숙은 당내 논의과정에서 ‘소명된 경우’로 분류됐는데도 불구하고..본인이 의원직까지 던진 겁니다.

2. 사퇴회견문의 골자는 간단명료합니다.
-아버지 농지법 위반 의혹: 은퇴후 농사 짓겠다며 2016년 땅을 샀으나 어머니 건강이 갑자기 악화돼 못짓게 됐다. 한국농어촌공사를 통해 임대차계약을 했다. 26년전 결혼할 때 호적 분리한 이후 아버지 경제활동에 대해 알지 못했다.
-사퇴 이유: 권익위의 끼워맞추기 조사는, 나라가 정상화되기위한 유일한 길이 정권교체뿐임을 보여준다. 대선승리라는 절체절명의 과제를 위해 기여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했다..대선의 최대화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정책실패와 내로남불 행태다. 최전선에서 싸워온 제가 정권교체 명분을 희화화시킬 빌미를 제공해 대선전투의 중요한 축을 허물어뜨릴 수 있다는 위기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3. 윤희숙은 회견후 기자들과 간단히 문답을 주고받았습니다.
-굳이 사퇴까지 결심한 이유?
 정치인의 도덕성 기준이 높아야 한다. 도덕성과 자질에 문제 있는 정치인을 국민들이 용인하고 있다. 정치인이 다 그러려니 하고..국민이 정치인 포기했다. 그런 모습 바꾸자고 대선출마했다. 여기서 꺾이지만 그래도 가는 모습은 제가 보고 싶었던 정치인의 길을 가는 걸 보이고 싶다.
-향후 구상?
지금 제가 책임지는 방식이 의원직 사퇴다. 국회 나가도 당이 강건하게 나가는 모습 응원하고 같이 하겠다.

4. 평가는 역시 엇갈립니다.
국민의힘 지지자들 사이에선 ‘훌륭한 결단’으로 평가합니다. 일부에선 ‘의원직을 버려선 안된다’고 가로막고 있습니다. 아버지 부동산을 문제 삼는 건 ‘연좌제’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반대로 여권성향에선 ‘아버지가 은퇴후 농사지으려던 땅이 왜 하필이면 세종스마트국가산업단지 인근이냐’며 의혹을 제기하는 트윗글이 난무하고 있습니다. 불법여부는..권익위에서 의뢰한 수사결과가 나오면 확인되겠죠.

5. 정치성향과 무관하게 ‘윤희숙의 책임의식’엔 대부분이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
사실 이 대목은 평가할만 합니다. 윤희숙이 강조한 도덕성과 책임의식은 이틀밤 고민에서 나온 것이 아닙니다.
윤희숙은 최근 대권출마선언에 맞춰 ‘정치의 배신’이란 책을 출간했습니다. 작년초 총선출마 당시 ‘정책의 배신’이란 책으로 출사표를 대신한 것과 비슷합니다.

6. 윤희숙은 ‘대권도전’취지를 설명하는 책에서 ‘정치인의 책임윤리’를 강조했습니다.
-(총선출마 당시) 경제학자가 왜 정치를 시작하느냐 물었을 때 ‘경제정책을 제대로 세우기위해’라 대답했다. 그런데 정치입문 후 깨달았다. 정책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의 문제임을..정치가 비합리적인 현실에서 아무리 좋은 정책도 무용지물이다..
-그래서 지난 1년 정치를 공부했다. 문재인 정부 내로남불과 포퓰리즘이 통하는 건 편가르기에 따른 집단마취 때문이다. 국민개인이 정치주체와 감시자로 똑바로 서지못한 우리 정치의 미성숙이다.
-만연한 내로남불 풍토에서 ‘바로 나부터’ 벗어나야 한다. 책임있는 정치세력을 선택하는 것이 시민의 역할이라면, 그런 정치인이 되려 노력하는 일이 내 역할이다.

7. 이런 생각을 가질 수는 있지만..실천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윤희숙은 ‘가치를 말하는 것이 신념이 아니라, 가치를 살아내는 것이 신념’이라는 막스 베버의 ‘책임윤리’를 진짜로 실천한 셈입니다.
그래서 윤희숙은 사퇴를 만류하며 눈시울을 적신 이준석 대표에서 ‘이게 나의 정치’라고 잘라 말할 수 있었던 겁니다. ‘나도 임차인’연설보다 더 인상적입니다.

8. ‘정치의 배신’이란 책 제목은 베스트셀러가 된‘정책의 배신’을 패러디했습니다.
정책의 배신이란..정책이 잘못되면 취지와 달리 역효과를 낸다..는 의미입니다.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이 국민을 배신했음을 파헤쳤습니다.
정치의 배신이란..그런 특별한 메시지가 담긴 제목이 아닌 듯한데..결과적으로 여의도정치가 윤희숙을 배신한 꼴이 됐습니다.
다행히 정계은퇴는 아니라고 하니..또 무슨 용감한 모습을 보여줄 지 주목됩니다.
〈칼럼니스트〉
2021.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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