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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행 아프간인들 “탈레반 추격, 살기 위해 떠나…한국 너무 감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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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에 협력했던 현지인과 가족 391명이 26일 오전 한국에 도착한다. 24일(현지시간)부터 군 수송기 세 대에 나눠 카불 하미르 카르자이 국제공항에서 출발해 파키스탄 이슬라마바드를 경유,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들어오는 '미라클 작전'을 통해서다.

중간 기착지인 이슬라마바드 공항에서 이들은 한국 정부 관계자들과 만나 고국을 떠날 수밖에 없었던 절박한 심경을 털어놨다.

카불의 한국 대사관에서 2년 4개월 간 일했던 여성 A씨는 두 아들, 남편과 함께 한국행 탑승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한국에 정말 감사하다는 말 밖에 할 말이 없다”고 소감을 전했다. 또 “아프간을 떠나는 게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며 “내 가족과 나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아프간을)떠나야만 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A씨 가족은 탈레반의 눈을 피해 어렵사리 카불 공항에 도착했다고 한다. 그는 “우리는 탈레반 검문소를 마주치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며 “그래서 매우 이른 아침에 떠났고, 눈에 띄는 고속도로나 큰 길로 가지 않았다. 골목과 작은 집들을 거쳐 공항에 도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 앞에서 한국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 [외교부 제공]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의 국제공항 앞에서 한국행 비행기 탑승을 기다리는 사람들. [외교부 제공]

마찬가지로 한국 입국을 앞두고 있는 아프간 남성 B씨는 “공항으로 출발하는 아침, 탈레반이 우리를 막았다. 공항에 근접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B씨는 “결국 다른 차를 타고 먼 길로 돌아가야 했다. 공항에서 떨어진 곳에서 내려 공항까지는 걸어갔다”고 말했다.

카불 대사관에 근무했던 C씨도 가족들과 함께 구사일생으로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그는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모두 점령하면 외국을 위해 일한 사람들을 찾으려 할 것”이라며 “나와 내 가족들이 탈레반에 붙잡히면 정말 위험해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살아있는 지옥’이 된 카불 국제 공항의 상황도 전했다. “카불 공항의 상황이 정말 나쁘다”며 “여권이 있는 사람이든 없는 사람이든, 가족들을 다른 나라로 데려가기 위해 사람들이 공항 게이트로 몰려들고 있다”면서다.

한 군인이 카불 국제공항에서 'Korea'라 쓰인 종이를 들고 한국행 탑승자를 호명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한 군인이 카불 국제공항에서 'Korea'라 쓰인 종이를 들고 한국행 탑승자를 호명하고 있다. [외교부 제공]

이들도 가족을 전부 데려온 것은 아니다. 배우자와 자녀 등 제한된 이들만 입국이 허가됐다. B씨는 “내 가족들과 함께 아프간을 빠져나올 수 있어 기쁘지만, 아프간에 어머니를 두고 왔다. 남은 가족들이 걱정된다”고 말했다.

B씨는 이어 “우리에게 기회를 준 한국 대사관과 정부에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또 “내가 살고 있는 곳에서도 한국 정부는 지방재건팀(PRT)을 통해 많은 도움을 줬다”며 “일례로 병원과 군사 기지를 지었고, 지역 사람들을 위한 훈련 센터도 운영했다. 아프간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기술을 알려줬다”고 덧붙였다.

이번 입국 대상자는 2001년부터 최근까지 현지 한국 대사관에서 근무했거나, 파병 한국군에 협력하는 등 한국의 아프간 재건 사업에 참여한 이들과 직계가족들이다. 통역이나 IT, 의료 업무를 맡았던 이들이다. 정부는 이들은 난민이 아닌 특별공로자 자격으로 입국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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