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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불에서 美 보란 듯 탈레반 만난 中대사…“동반자 관계 계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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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위(王愚·55) 중국 대사(오른쪽 두번째)가 25일 압둘 살람 하나피 아프간 이슬람 에미리트 정치국 부장(副長, 사진 왼쪽 두번째)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왕위(王愚·55) 중국 대사(오른쪽 두번째)가 25일 압둘 살람 하나피 아프간 이슬람 에미리트 정치국 부장(副長, 사진 왼쪽 두번째)과 만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아프가니스탄 카불에 머무는 왕위(王愚·55) 중국 대사가 25일 탈레반 대표단과 만나 양국 관계를 논의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혔다. 지난 15일 탈레반이 카불을 점령한 이래 양국이 공개 회동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원빈(汪文斌)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중국은 아프간 탈레반 측과 원활하고 유효한 소통과 협상을 하고 있다”며 “카불은 자연스럽게 양국이 각종 중요한 일을 토론하는 중요한 무대이자 통로”라고 말했다. 이날 오전 무하마드 나엠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 대변인이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회담 사실을 공개한 데 대한 중국 측의 공식 반응이다. 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는 탈레반 측이 새로 정한 국호다.

왕 대변인은 “중국은 아프간의 주권과 독립, 완전한 영토를 존중하며 내정 불간섭 정책을 따르고, 아프간 전체 인민에 대한 우호정책을 견지한다”며 “아프간과 선린 우호 동반자 관계를 계속해 아프간의 평화와 재건에 건설적 역할을 발휘하길 원한다”고 말했다. 많은 서방 국가들이 카불 대사관을 폐쇄하고 외교관들을 철수시킨 것과 대조적으로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카불 대사관을 유지하고 있다.

탈레반 대변인 “중국과 지원 논의” 

이날 나엠 대변인은 트위터에 “오늘 압둘 살람 하나피 아프간 이슬람 에미리트 정치국 부장(副長)이 이끄는 대표단이 이웃한 중국 대사와 그의 대표단과 카불에서 회담했다”며 “회담에서는 중국의 대사관과 외교관, 아프간 현황, 양국 관계와 중국의 인도주의적 지원을 논의했다”는 글을 올렸다.

이와 별도로 25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가졌다고 관영 신화사가 보도했다. 구체적 통화 내용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아프간 문제 공조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추정된다.

무하마드?나엠?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 대변인이 25일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카불 주재 중국 대사와 회담한 사실을 공개했다. [트위터 캡처]

무하마드?나엠?아프가니스탄 이슬람 에미리트 대변인이 25일 트위터에 사진과 함께 카불 주재 중국 대사와 회담한 사실을 공개했다. [트위터 캡처]

중국은 탈레반 포용정책을 내세워 미국이 빠져나간 아프간에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의도를 공개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양제츠(楊潔篪)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24일 화상으로 진행된 브릭스(BRICS·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신흥 경제 5개국) 안보 문제 고위급 회의에 참석해 “정치적 해결이 아프간 문제의 유일한 출구”라며 “국제사회는 아프간 국민의 의지와 선택을 존중하고 자신의 여건에 맞는 포용적인 정치 구조를 만들도록 격려해야 한다”는 해법을 제시했다.

왕이 “아프간 원조는 미국 책임”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도 24일 시그리드 카그 네덜란드 외교장관과 통화를 갖고 “아프간 국민이 주도하고, 아프간 국민이 소유한다는 원칙을 진정으로 시행할 시점”이라며 “카불 공항의 혼란을 수습하는 일이 급선무이며, 아프간에 필요한 경제, 민생, 인도주의적 긴급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아프간이 평화로운 과도기를 실현하도록 실제 행동으로 도와야 하며 이는 미국이 마땅히 지어야 할 책임”이라며 미국을 우회 비난했다.

아프간과 지난 1955년 수교를 체결한 중국은 좁은 복도 모양의 와칸 계곡에서 92.45㎞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1979년 12월 27일 구소련이 아프간을 침공하자 사흘 뒤인 30일 무력 침공을 강력하게 규탄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2001년 미국이 아프간 전쟁을 시작해 탈레반 정부를 무너뜨렸을 때는 미국을 지지하며 하미드 카르자이 임시정부 출범식에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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