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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아진 대출 문, 뛰는 금리 이중고에도…“이제라도 마통 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직장인 김모(36)씨는 최근 신용대출을 받기 위해 은행 창구에 방문했다가 높아진 금리에 깜짝 놀랐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대에 받을 수 있었던 신용대출 금리가 3.8%로 훌쩍 올라있어서다. 김씨는 “내년 초 전셋집을 빼야 해서 미리 신용대출을 받으려고 했는데 높아진 금리가 부담스럽다”며 “그렇다고 신용대출을 안 받으면 치솟은 전셋값을 감당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은행 개인대출 창구 모습. 뉴스1

서울의 한 은행 개인대출 창구 모습. 뉴스1

금융당국이 '가계대출과의 전쟁'을 선포한 가운데 대출 ‘막차’를 타려는 실수요자들이 줄어든 대출 한도와 높아진 금리라는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대출 사다리가 언제 끊길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실수요자들의 조바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주 NH농협은행이 신규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을 전면 중단하고 우리은행도 전세대출을 한시적으로 중단하면서 은행 창구에는 대출 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게다가 금융당국이 은행과 저축은행에 연봉을 초과하는 신용대출을 내주지 말라는 지침을 내리면서 당장 필요하지 않아도 일단 대출을 최대한 받아두겠다는 수요까지 몰려들고 있다.

주요 은행들은 눈치싸움을 벌이며 당국 권고안을 전격 시행하지는 않았지만 가계 대출 증가세에 따라 언제든 신용대출 한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실제로 농협은행은 지난 24일부터 신규 개인 신용대출 최고한도를 기존 2억원에서 1억원 이하, 연소득의 100%로 축소했다.

한 4대 은행 관계자는 “지금 당장 신용대출을 신청하면 연 소득보다 조금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고객이 많다”며 “언제부터 신용 대출 한도가 축소되는지 묻는 고객도 늘었다”고 말했다. 은행에서 신용 대출 한도를 본격적으로 조이기 전에 ‘대출 막차’를 타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이미 마이너스 통장 개설 건수는 급증하고 있다. 농협은행의 대출 중단이 알려진 이후인 지난 20일 5대 은행의 마이너스 통장 신규 개설 건수는 4570건으로 1주일 전인 지난 13일(3165건)보다 크게 늘었다. 필요하지 않아도 일단 대출을 받아두는 '가수요'가 증가했다는 분석이다.

주간 단위로 살펴봤을 때도 5대 은행의 지난 17~20일 마이너스통장 신규건수(7557건)는 1주일 전(10~13일)의 개설건수(5671건)보다 33.25%(1886건) 늘었다.

금리 뛰고 한도 줄고…대출 절벽 우려 커진다

가계부채 잔액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한국은행]

가계부채 잔액 추이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금융위원회·한국은행]

높아진 대출 문턱을 넘더라도 끝이 아니다. 큰 폭으로 오른 대출 금리도 부담이다. 기준금리 인상 전임에도 대출 금리가 오른 것은 시중은행 등이 우대 금리를 축소하거나 가산금리를 올렸기 때문이다. 가산금리는 은행이 스스로 정하는 마진폭이다. 은행의 자금 조달 비용에 가산금리를 더하고 거래 실적에 따른 우대 금리를 빼면 소비자가 실제 부담하는 대출 금리가 나온다.

가계 빚 급증세에 금융 당국의 대출 옥죄기가 거세지면서 은행들은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줄이는 방법으로 대출 금리를 올리고 있다. 그 결과 4대 은행의 신용 등급 1~2등급 고객 대상 마이너스 통장 금리는 지난해 7월 2.44~2.85%에서 지난달 3.26~3.48%로 뛰었다. 0.65%포인트~0.82%포인트 오른 것이다.

오는 26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인상할 경우 신용대출 금리는 더 뛸 수밖에 없다. 신용대출 금리는 은행채 금리 등에 연동된 만큼 영향을 피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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