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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동지회 은밀한 면회 "국정원 긴장했어, 박지원 날라갈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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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정보원·국가수사본부가 간첩단 혐의로 수사 중인 ‘자주통일 충북동지회’의 총책 격인 박모(57·구속)씨가 이 사건의 유일한 불구속 피의자인 손모(47)씨와 면회하면서 “국정원장(박지원)도 날라갈 것”이라고 말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 문화교류국의 지령을 받고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벌인 혐의(국가보안법 위반) 등으로 구속된 상황에서 여론전과 구명운동을 지시하며 수사를 지휘하는 박지원 국정원장의 경질까지 언급했다는 것이다.

25일 중앙일보 취재 결과, 손씨에 대한 수사당국의 2차 구속영장신청서에는 여권을 상대로 한 지하조직 충북동지회 조직원들의 구명운동 정황이 상세히 담겼다. 지하조직 충북동지회 총책으로 지목된 박씨는 지난 6일 청주흥덕경찰서 면회실에서 손씨를 만나 “국정원 긴장했어, 숨도 못 쉬고 있어”라며 “국정원장도 날라갈 것 같아”라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다. 수사당국은 손씨가 지난 3~9일 매일 1~2차례 박씨를, 지난 5일과 7일에는 또 다른 피의자 윤모(50·구속)씨를 면회하면서 이와 같이 수사 관련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고 보고 있다.

지난 18일 오후 간첩 혐의를 받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 손모(47)씨가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후 간첩 혐의를 받는 '자주통일 충북동지회' 조직원 손모(47)씨가 두 번째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2차 영장신청서에 따르면, 손씨는 지난 3일 오전 박씨와 면회하며 “김 목사가 여론전을 빨리 해야 된다고 한다”고 하자 박씨는 “보도자료도 링크해서 뿌려. 국가보안법 폐지 전면으로 삼아야 한다 (…) 국정원·경찰 조사 거부할 거고, 재판도 다 거부하겠다. 판사 개XX야”라고 답했다고 한다. 박씨는 같은 날 오후에도 면회 온 손씨에게 “국제인권단체에 민원 좀 넣고, 외신 기자들 전했으면 좋겠다. 교황 등 이런 사실 알려달라고 하고”라며 “시민사회단체 등 면회 오라해. 청와대·인권위에도 공식 요청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손씨는 지난 4일 박씨를 재차 면회하며 “새로 조직을 만들어서 국보법 폐지 서명 운동에 돌입할 것”이란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손씨는 이어 지난 5일 지난해 4·15 총선을 앞두고 면담했던 당시 더불어민주당 충북도당 관계자에 전화를 걸어 “휴대전화를 압수당했는데 이 사건 관련해 민주당 차원에서 대응을 잘 해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해당 관계자는 “이 문제에 대응하는 건 우리 당에서 알아서 하는 거니까 더 이상 말하지 말라”고 화내며 끊었다고 한다.

이 일을 두고 손씨는 이튿날 흥덕서 유치장을 다시 찾아 박씨에게 “민주당에서 대응해야 된다고 한다”며 “국보법 폐지 문제가 대두될 것 같다. 연합훈련 문제 등”이라고 보고했다고 한다. 지난 9일엔 “청와대에서 말이 없다. 국보법 폐지, 70여명의 국회의원에게 압박하고 있다”고 추가 보고했다고 한다.

“지난해 10월 송영길 면담 내용 北에 보고”…국보법 위반 혐의 추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열린 충북간첩단 사건 관련 경찰·국정원 수사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 국가보안법폐지 공동대책위원회 박교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전 서울 미근동 경찰청 앞에서 열린 충북간첩단 사건 관련 경찰·국정원 수사에 항의하는 기자회견에서 국가보안법폐지 공동대책위원회 박교일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2차 영장신청서엔 손씨가 지난해 10월 20일 박씨·윤씨, 또 다른 피의자 박모(50·구속)씨와 함께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실을 방문해 송영길 당시 외통위원장(현 민주당 대표)을 약 27분간 면담한 내용도 포함됐다. 이후 윤씨가 관련 내용을 북한에 보고했고, 북한 문화교류국이 지난해 11월 5일 윤씨에게 ‘회사(충북동지회) 보고를 접수하고 본사(북한)에서 진지한 협의를 진행했다’는 회신을 보내왔다는 내용과 함께다.

수사당국은 ‘21대 총선거 관련 민주당 충북도당 내부 동향보고’와 함께, 국회 외통위원장으로부터 수집한 국내 정세 동향을 북에 보고한 것에 대해 국가보안법 위반(통신·편의제공) 혐의를 추가로 적용했다. 이는 지난달 1차 영장신청 땐 빠졌던 내용이다.

지난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일 오후 북한의 지령을 받아 미국산 스텔스 전투기 도입 반대 활동을 했다는 의혹을 받는 충북 청주 지역 활동가 4명이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위해 법정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들이 북에 보고한 건 송 의원이 ▶이들의 통일밤묘목 사업 제안에 대해 직접 북한에 확인해 보겠다고 답한 내용 ▶남북철도 연결사업과 관련해 문재인 대통령에게 사업 초기부터 추진을 건의했지만 문 대통령이 소극적 태도를 보였다고 말한 내용 ▶김동연 당시 경제부총리에게 예비타당성 면제 사업으로 진행하자고 주장했다고 말한 내용 등이다. 다만, 송 의원 측은 “터무니 없는 얘기를 해 적당히 듣고 돌려보낸 뒤 더는 접촉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수사당국은 추가 혐의와 함께 손씨가 불구속 상태에서 언론을 통해 사건을 수사기관의 조작이라고 선동, 수사기관을 압박하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며 구속 필요성을 주장했다. 하지만 청주지법은 지난 18일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구속 사유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는)종전 기각 결정을 변경해야 할 사정이 없다”며 재차 기각했다. 구속 피의자 3명은 지난 20일 청주지검에 송치됐고, 손씨는 최근 수사당국의 추가 소환조사를 받았다.

손씨 측은 혐의를 “공안 조작”이라고 전면 부인하며 충북동지회 사건을 수사한 국정원·국가수사본부 관계자 등 34명을 직권남용·특수절도 혐의 등으로 청주지검에 고소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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