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언론중재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처리와 관련해 두 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발언을 거론하며 허를 찔렀다. 그 덕분에 일단 시간은 닷새를 벌었다.
박주민 덕, 닷새 시간 번 野
25일 예고됐던 국회 본회의는 결국 무산됐다. 이날 새벽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위원들이 주장한 국회법 제93조2가 쟁점이었다. 해당 조항은 “본회의는 위원회가 법률안에 대한 심사를 마치고 의장에게 그 보고서를 제출한 후 1일이 지나지 않았을 땐 의사일정으로 상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24일 시작한 법사위가 자정을 넘겨 25일로 넘어간 상태에서 개정안을 통과시킨 게 문제가 된 것이다.
공교롭게 과거 해당 조항을 여당 의원들이 활용한 것도 발목을 잡았다. 6월 30일 법사위를 강행 개최한 민주당은 국회법 제93조2의 핑계를 댔다. 당시 민주당 박주민 법사위 간사와 김종민 의원은 이렇게 말을 주고받았다.
▶김종민=“오늘 회의를 해야 내일 본회의 표결이 가능하지 않나.”
▶박주민=“국회법에 따르면 의장에게 보고서를 제출한 지 1일이 지나지 않은 것은 원칙적으로 다룰 수가 없다.”
이같은 대화를 기억하고 있던 국민의힘 법사위원들은 개정안 통과 전인 24일 자정 직전, 국회법 제93조2를 내세워 민주당이 본회의에서 개정안을 처리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해당 조항엔 “의장이 특별한 사유로 각 교섭단체 대표 의원과의 협의를 거쳐 이를 정한 경우엔 당일도 본회의에서 처리할 수 있다”는 단서도 들어있다. 하지만 박병석 의장은 결국 국회 본회의 연기를 결정했다.
“기자 출신 박병석, 침묵하는 文이 희망”
국민의힘은 잠시 시간은 벌었지만, 뾰족한 대책은 없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172석인 민주당과의 표 대결에서, 104석에 불과한 야당이 너무나 무기력하다”고 말했다.
그나마 국민의힘이 여권의 가장 약한 고리로 지목한 곳은 기자 출신인 박병석 의장이다. 허은아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언론인 출신인 박 의장께 당부드린다. 위헌 요소가 다분한 이 악법이 여야 합의 없이 본회의 상정되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압박했다.
개정안에 대해 침묵하고 문 대통령도 거듭 겨냥했다. 허 대변인은 “‘언론을 억압하는 정치권력은 없다’던 문 대통령께 호소한다”며 “국민의 마지막 기대를 저버리지 말아 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대국민 여론전도 병행하고 있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정문에서 열린 ‘언론독재법 끝장 투쟁 범국민 필리버스터’에 참석해 “브레이크가 고장 난 폭주 자동차 같은 정권이 민심을 역행하면서 막무가내로 언론재갈법을 강행 날치기 통과시키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 원내대표는 “자유민주주의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분연히 궐기해 달라. 이 못된 정권을 향해 국민 여러분이 심판의 화살을 쏴 달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