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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공산당이 좋아해?…'돈나무 언니'가 징둥·핀둬둬 산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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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지난 2018년 7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것을 기념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광고를 실었다.[로이터=연합뉴스]

지난 2018년 7월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핀둬둬가 미국 나스닥에 상장된 것을 기념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 전광판에 광고를 실었다.[로이터=연합뉴스]

중국 빅테크 기업에 볕이 드는 것일까. 중국 공산당의 규제 옥죄기로 폭락했던 중국 빅테크 업체를 저가 매수하자는 바람이 미국 뉴욕 증시에 불고 있다. 24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핀둬둬(拼多多·22.3%)와 텐센트뮤직(12.8%), 징둥(京東)닷컴(9.5%), 바이두(8.6%) 등 중국 빅테크 주가가 급등했다.

시가총액 1·2위인 애플(-0.1%)과 마이크로소프트(-0.7%)의 하락에도 중국 빅테크의 선전 속에 이날 나스닥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2% 오르며 처음으로 1만5000포인트를 넘었다. 중국 당국 규제 리스크에 힘들었던 이들 기업 주가가 바닥을 칠 거라는 기대가 투자자들 사이에 퍼진 것이다.

ARK 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 [아크인베스트 홈페이지 캡처]

ARK 인베스트의 캐시 우드 최고경영자(CEO). [아크인베스트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싸다고 아무거나 바구니에 담아서는 안 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제대로 골라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몸소 실천하고 있는 것이 ‘돈나무 언니’ 캐시 우드 아크인베스트 최고경영자(CEO)다. 중국 빅테크에 대한 당국의 규제 위험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며 자사의 상장지수펀드(ETF)가 보유한 중국 주식을 대량으로 팔아치웠다.

하지만 아크인베스트의 ETF는 얼마 전부터 중국 기업 주식을 다시 사들이고 있다. 매입한 회사는 3곳이다. 중국 2위 전자상거래 업체 징둥(京東)닷컴과 징둥의 자회사 징둥물류, 또 다른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핀둬둬다.

매입의 변은 이렇다. 우드는 이날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중국 당국의 선호 기업을 고르는 중”이라며 “식품·물류·제조업 부문이 꼽힌다”고 말했다.

우드의 발언엔 나름의 근거가 있다. 현재 중국 당국의 자국 기업 규제 원칙을 살펴보면 된다. 그 실마리가 지난 11일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이 공개한 제2기 ‘의법치국(依法治國) 5개년 계획’이다. 부패의 고리를 끊고 다 같이 부자가 되는 ‘공동부유(共同富裕)’를 이루는 게 목표다. 세부 내용에 중국 정부가 규제하는 산업 4가지와 육성하는 산업 4가지 범주가 나온다.

규제 산업은 ▶데이터 보안 위협(디디추싱) ▶독과점(알리바바) ▶인구감소(사교육과 부동산 기업) ▶탄소 배출 등이다. 최근 중국 기업의 규제로 주가 폭락을 경험한 빅테크 대부분이 여기에 해당한다.

반면 공동부유와 미국과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육성해야 할 산업은 ▶첨단기술과 공급, 물류, 제조업 ▶농촌 진흥, 식량 산업▶방위, 우주항공 국가 보안 산업 ▶전기ㆍ수소차ㆍ환경처리 등 저탄소 녹색산업이 그것이다. 징둥과 핀둬둬가 여기에 포함된다. 우드는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징둥닷컴의 경우 물류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28일 징둥물류가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을 기념해 회사 관계자들이 징을 치고 있다.[AP=연합뉴스]

지난 5월 28일 징둥물류가 홍콩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것을 기념해 회사 관계자들이 징을 치고 있다.[AP=연합뉴스]

징둥과 핀둬둬는 중국 당국의 의중에 맞게 움직이고 있다. 징둥의 물류 자회사인 징둥물류는 중국 정부가 꺼리는 미국 뉴욕증시 상장 대신 지난 5월 홍콩 증시 입성을 택했다. 상장 당시 약 250억위안(약 4조5000억원)의 돈을 모았다.

경영 성과도 좋다. 징둥물류의 상반기 매출(485억 위안)은 1년 전보다 53.7% 증가했다. 징둥닷컴의 2분기 매출(2538억 위안)도 1년 전보다 26% 늘며 시장의 예상치를 뛰어넘었다.

올해 2분기에 230억 위안의 매출을 올리며 창사이래 2번째 흑자(순이익 24억 위안)를 낸 핀둬둬는 지난 24일 실적 발표를 하면서 100억 위안의 농업과학기술전담 기금을 만들어 기부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당국의 눈에 거슬리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지만 이들 기업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 소장은 “징둥과 핀둬둬는 전자상거래업체 1위인 알리바바에 대한 규제의 반사이익을 본 측면을 무시할 수 없다”며 “물류 산업 육성과 농촌 지원 등으로 중국 정부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 중이지만 언제 눈 밖에 날지 모른다”고 말했다.

더구나 중국의 규제 리스크는 끝이 아니라 이제 시작일 수 있다. 전 소장은 “중국 당국은 빅테크에 반독점 등의 명분으로만 규제를 했지 본심을 드러내지 않았다”며 “데이터보안법과 개인정보보호법이 9월과 11월 각각 시행되면 더 강하게 기업을 옥죌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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