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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재갈법 처리 앞두고 “대들보 건드리면 민주주의 무너져” 與 조응천·오기형 소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더불어민주당의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 개정안) 강행처리가 예고됐다가 순연된 25일 당내에서 공개적으로 표현의 자유 침해를 우려하는 소신있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율사 출신인 조응천·오기형 의원이 용기를 냈다.

그간 국민의힘ㆍ정의당 등 야권과 한국기자협회ㆍ국경없는기자회(RSF) 등 국내ㆍ외 언론단체들이 일제히 반대와 비판의 목소리를 내왔지만 지난달 27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부터 25일 새벽 법제사법위원회 강행 처리에 이르는 동안 당내에서 선명한 반대입장을 낸 건 대선주자인 박용진 의원이 유일했다.

조응천ㆍ오기형ㆍ이용우 소신 발언…“언론 자유 침해”

조응천 의원은 이날 오전 페이스북에 “언론의 자유와 알 권리는 민주주의의 대들보 입니다”라고 시작하는 장문(3331자)의 글을 올렸다. 그는 우선 “사실이 아닌 언론보도로 인해 피해를 보는 국민의 구제를 위한 언론개혁은 필요하다”면서도, “(지금의)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일부 조항은 사회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언론 보도까지 위축시킬 위험이 분명 존재한다”고 말했다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조응천 더불어민주당 의원. 뉴스1

그는 독소조항들을 짚어가며 비판했다. 언론에 최대 5배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지우면서, 언론에 고의 또는 중과실 추정 요건까지 달아놓은 제30조의2(허위ㆍ조작보도에 대한 특칙)에 대해선 “징벌적 손해액을 규정하는 경우 더욱 신중해야 한다. 해당 조항은 피해자 관점에서만 규정하고 있어,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또 고위공직자, 선출직 공무원, 대기업 임원 등은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를 못 하게 한 조항(제30조의2 3항)에 대해서도 “전직이나 친인척, 비선 실세 등 측근은 여전히 대상에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이 “정치ㆍ경제 권력에 대한 감시 기능은 그대로 유지했다”(송영길 대표)는 근거로 들던 수정안에도 허점이 여전함을 지적한 것이다.

조 의원은 이날 민주당 선거관리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밀고 우리가 막아야 맞는 법 같은데 거꾸로 되니까 헷갈린다”고 했다. 언론의 자유를 뒷받침해 온 민주당 전통과 어울리지는 않는 법이란 말이다. 그러면서 “아무 생각없는 의원들이 제일 많아 서글프다”고 덧붙였다. 조 의원은 “이제 의원들은 기자들하고 말 못한다”며 “고의·중과실 없음을 입증하라고 하면 기자들은 (재판에서) 의원들 이름을 댈테고 그러면 의원들이 뭐하러 기자들과 얘기하겠냐”고 지적했다. 그는 “(당이) 신체의 자유와 관련된 형사사법체계를 건드리더니 이번에도 또 대들보를 건드리고 있다”며 “그럼 민주주의가 무너진다”고 개탄했다.

조 의원은 2013년 박근혜 정부 첫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으로 근무하다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진 후 문건 유출 당사자로 지목돼 2014년 청와대를 떠났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은 정윤회 문건 보도에 대해 “확인조차 않은 채 비선이니 숨은 실세가 있는 것 같이 보도를 한다”며 언론 탓을 했고, 검찰은 조 의원을 문건 유출 혐의로 기소했다. 이 혐의는 지난 1월 대법원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변호사 출신인 오기형 의원도 이날 공개적인 우려 입장을 냈다. 그는 이날 민주당 의원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본적으로 언론이든 아니든 징벌 배상이라는 요건 자체는 찬성한다”면서도 “다만 징벌 배상의 지점에서 실제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냐는 것에 대해서 우리도 차분해져야 하고 언론계도 차분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앞서 그는 이날 오전 페이스북을 통해서도 “허위보도는 이미 범죄로 다루고 있다”며 “언론의 활동과 관련하여 이 점만 특화하여 징벌배상제도를 논의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의문”이라고 썼다. ‘고의·중과실 추정’ 조항에 대해서도 “통상적인 민사사건에서는 피해를 주장하는 원고가 피고의 고의 등을 입증해야 하는데, 개정안에서는 원고의 입증책임을 완화했다”며 “이러한 입증책임 완화는 당연히 언론사에는 불리하다”고 했다.

카카오뱅크 사장 출신인 이용우 의원도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 “SNS 등의 발전에 따라 1인 미디어 등이 많은 가짜 뉴스를 양산하고 이를 전달함으로 생기는 국민의 피해는 너무나 크다. 그러나 언론중재법은 이에 대해 적용할 수 없다”며 “이런 것들이 빠진 채 언론중재법만 통과시키는 것이 과연 적절한 것이냐는 생각이 든다”고 썼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대선 주자도 ‘우려’ 표했다가 ‘철회’…계속 이어질까

다만 민주당에서 이런 소신 발언이 계속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19일 “언론의 감시와 견제, 비판 기능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으면 어쩌나 하는 우려가 있다”는 소신 발언을 했던 박 의원은 강성 지지층의 뭇매를 맞았다. 또 다른 대선주자인 김두관 의원도 23일 “독소조항이 많다”며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가 지지층의 비판이 쏟아지자 하루도 못 가 “언론중재법에 찬성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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