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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 25% 인상' HMM 노조 "집단사표 유보, 내달 1일 재협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5%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25일 집단사표 제출을 예고했던 HMM(옛 현대상선)의 선원들로 구성된 해원노조가 단체행동을 미뤘다. 이날 전정근 해원노조위원장은 “노조원 317명이 노조에 사직서와 스위스 선사 MSC에 낼 이력서를 보내왔다”며 “퇴사를 결심한 일부 조합원은 회사 측에 개별사직서를 제출했지만, 집단사표 제출은 미뤘다”고 밝혔다. 노조는 8% 인상안을 제시한 사측과 협상을 진행해 오고 있다.

HMM해원노조원들이 선상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HMM해원노조]

HMM해원노조원들이 선상에서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피켓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 HMM해원노조]

육상노조도 30일 파업 찬반 투표

HMM해원노조는 지난 23일 파업 찬반투표를 실시해 투표자의 92.1%의 찬성으로 파업안을 가결한 이후 조합원들에게 사직서를 받아왔다. 노조에 따르면 현재 조합원이 승선한 43척 중 39척에서 근무하는 해상직원 317명이 단체 사직서와 교대신청서를 노조에 제출했다. 이와 더불어 HMM 선원들을 타깃으로 한 채용공고를 낸 세계 2위 스위스 선사인 MSC에 낼 이력서도 모였다. 하지만 전날 배재훈 HMM 사장과 전 해원노조위원장, 김진만 육상노조 위원장이 5시간가량 논의를 진행했고, 다음달 1일 추가 교섭을 하기로 하면서 집단사표 제출이 미뤄졌다. 육상노조는 30일 파업찬반 투표를 앞두고 있어 이 결과도 다음 협상에 반영될 예정이다.

HMM해원노조 소속 선원이 낸 사직서. [사진 HMM해원노조]

HMM해원노조 소속 선원이 낸 사직서. [사진 HMM해원노조]

이같은 유보 결정과 더불어 해원노조는 입장문을 내고 “해상직원들은 땅 한 번 밟지 못하고 바다 위에서 10개월 이상 지내느라 경조사도 챙기지 못했다”며 “계속해서 노예취급을 받는다면 현재 남아있는 HMM 해상직원 약 440명도 가정을 지키기 위해 회사를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특히 1대 주주(지분율 24.96%)인 산업은행에 대해 노조가 요구하는 임금인상을 전향적으로 바라볼 것을 요청했다. 산업은행은 노사협상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HMM은 지난해 영업이익 9810억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고, 올 상반기 사상 최대 실적인 2조4082억원이 영업이익을 냈다. 사측은 파업 시 3주간 5억8000만 달러(6800억원)가량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며 노조에 협조를 당부했다.

HMM 해원노조 조합원이 25일 서울 종로구 HMM 본사 로비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HMM 해원노조 조합원이 25일 서울 종로구 HMM 본사 로비에서 천막을 설치하고 시위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관계도 "물류대란 사태 막아야" 

이런 가운데 업계는 물론 정관계에서도 HMM 파업 사태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국해운협회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HMM의 파업이 현실화하면 우리 수출 기업의 어려움이 가중되고 우리 경제에도 심각한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협회는 “노사가 사태가 조속히 해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정부 당국과 금융권도 임금협상이 원만하게 이뤄져 한진해운 사태와 같은 물류대란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배려해달라”고 호소했다.

전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한국노총과 민주당 고위급 정책협의회에서 “(임금 인상) 8% 안이 나와 있는데 HMM 노동자가 그동안 임금을 동결했고 해운업이 성장해 2조 원 가까이 순이익이 나온 상황에서 노동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원만히 합의돼 파업까지 가지 않게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문성혁 해수부 장관은 전날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해 “(HMM 노사 협상에) 직접적으로 관여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면서도 “자율적인 협의 과정을 지켜보면서 수출입 물류 관련 부처와 노사 양측, 채권단과 협의 과정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HMM 노조가 파업에 돌입하면 1976년 창사 이래 첫 파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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