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대에 감사하라"…조민 눈치보기에 고대생들 분노·자조

중앙일보

입력 2021.08.25 16:36

“고려대는 입학취소를 선수 쳐준 부산대에 감사해야 한다.”

이른바 ‘조민사태’에 대한 고려대의 늦장대응에 고려대 학생들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지난 24일 부산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고려대의 행태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고려대는 이날 “입학취소처리 심의위원회가 구성됐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밝혔다. 이에 학생들 사이에선 “조려대(조민+고려대) 인증하는 꼴”이라는 말이 나왔다.

고대생 “책임 전가하려 기다린 것”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문 앞에서 한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부산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마찬가지로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된 고려대도 입학 취소 절차 관련 논의를 착수했다. 뉴스1

25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정문 앞에서 한 시민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부산대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조민씨의 의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취소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마찬가지로 '부정입학' 의혹이 제기된 고려대도 입학 취소 절차 관련 논의를 착수했다. 뉴스1

고려대가 ‘폭탄돌리기’를 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고려대 경제학과 정모(28)씨는 “우리나라는 입시 비리가 굉장히 민감한 부분인데 고려대는 유야무야 하는 태도”라며 “책임 전가를 하기 위해 부산대가 ‘선수’ 칠 때까지 기다린 건데, 여전히 '심의위원회가 구성됐다'는 입장만 꺼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민족사학이라는 이름을 걸고 있는 학교에서 모범을 보여야 하는데 정치권의 눈치만 보고 있다는 생각뿐”이라며 “먼저 입학취소 결정을 내서 선수를 친 부산대에 감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정진택 고려대 총장은 국회에서 “2심 판결을 사실관계가 확정되는 시점으로 보고, 허위 입시서류와 관련한 사실이 확정되면 관련 조처를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고려대 재학생 강모(26)씨는 "2심 판결이 나는 대로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을 내고서 아무런 말 없는 고려대가 부산대의 입학취소 결정에 이제 와 ‘위원회를 구성했다’고 발표하는 행태가 답답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하지만 정권이 바뀌지 않은 상황이라 정부의 보조금을 고려했을 때 눈치를 안 볼 수도 없는 노릇인 것 같다"고 말했다.

“고위층 부정입학 고대에서 여전히 일어날 것”

조민사태 이후, 고려대는 2022학년도 수시모집 학생부종합전형에서 자기소개서를 없앴다. 이에 정씨는 “법원 판결에도 이렇게 대응을 하는데, 모집 전형에 자기소개서를 없앴다고 해서 이런 부정입학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며 “이미 신뢰를 잃었고 고려대의 이미지는 실추됐다"고 했다.

고려대 생명과학대에 재학중인 이모(25)씨는 “의혹이 나왔을 당시, 조민과 동일한 단과대에 소속된 입장에서 고교 시절 번역한 것만으로 논문의 제1저자가 된 것부터 납득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대부분의 동기가 입학취소를 찬성하고 있다”며 “그 중 검찰개혁을 찬성하는 동기들은 이번 입학취소 결정이 부당하다 말하지만, 검찰개혁이 이와 무슨 관련이 있는지 모르겠다”고 설명했다.

“조려대(조민의 고려대) 인증했다”…로고도 등장

학교 커뮤니티에는 고려대학교 학교 로고를 변형한 ‘조려대’ 로고가 등장했다.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 캡쳐

학교 커뮤니티에는 고려대학교 학교 로고를 변형한 ‘조려대’ 로고가 등장했다.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 캡쳐

고려대 학생이 이용하는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에는 자조적 비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부산대의 입학취소 결정 소식에 “고려대 ‘조잡대(조려대+잡대)’ 인증이다” “역대급 총장” “이제 어디 가서 슬로건으로 자유·정의·진리 같은 헛소리는 안했으면 좋겠다”“부산대〉〉〉〉고려대”라는 등의 글이 올랐다.

‘조잡대’는 조려대(조민 고려대학교)와 잡대(대학교의 수준을 비하하는 말)의 합성어다. 그동안 조려대는 ‘조치원 고려대’의 합성어로 고려대의 세종캠퍼스를 비하하는 말로도 쓰였는데 조민 부정입학 논란에 의미가 변형된 것이다. 커뮤니티에는 학교 로고에 조민의 얼굴을 합성해 유포하는 조롱도 퍼지는 상황이다.

부산대의 조민씨 입학취소결정 소식에 고려대 커뮤니티 댓글 반응. 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 캡쳐

부산대의 조민씨 입학취소결정 소식에 고려대 커뮤니티 댓글 반응. 고려대학교 커뮤니티 고파스 캡쳐

입시서류 폐기가 변수

조씨는 2010학년도 고려대 수시모집 세계선도인재전형을 통해 환경생태공학부에 입학해 2014년 졸업했다. 고려대의 당시 모집 요강과 학사운영규칙에는 ‘서류 위조 또는 변조 사실이 확인되면 불합격 처리한다’ 등의 내용이 명시돼 있다.

다만 고려대는 조씨의 입시 서류는 보존기한 만료로 모두 폐기됐다는 게 대학 측의 설명이다. 조씨가 입학 당시 허위 경력을 활용했다는 물증을 직접 확인하기가 쉽지 않아 입학취소 결정에 변수가 될 수 있다. 검찰과 법원도 고려대가 아닌 다른 곳에서 자료를 확보해 조씨가 허위 스펙을 대학 입시에 활용했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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