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계산도 안하고 홍보? 이재명표 100% 지원금 '2000억 펑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전 도민 제3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안'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는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 12%의 도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지난 13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청에서 '전 도민 제3차 재난기본소득 지급안'을 발표하고 있다. 경기도는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 지급대상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 12%의 도민에게도 재난지원금을 지급한다. 연합뉴스

이재명 경기지사가 추진하는 ‘전 도민 재난지원금’이 당초 추정한 예산보다 약 2000억원이 더 들어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와 논란이 일고 있다. 경기도의회 야당과 민주당 내 ‘반이재명계’ 의원들은 “이 지사가 치적을 쌓기 위해 졸속으로 예산을 편성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경기 재난기본소득 대상자 추정치보다 82만명 늘어 

25일 경기도와 경기도의회 등에 따르면 행정안전부의 ‘코로나 상생 국민지원금 선정기준’을 분석한 결과 정부의 5차 재난지원금 지급 대상(소득 하위 88%)에서 제외되는 경기도민 수는 도내 전체 인구의 18%에 해당하는 약 248만명으로 나타났다. 전국 기준으로 상위 12%에 해당하는 경기도민이 경기도 전체의 18%라는 얘기다. 이는 경기도 예상(약 166만명)보다 약 82만명이 많은 수치다.

앞서 이 지사는 지난 13일 “정부 지원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된 소득 상위 12%에게 경기도 3차 재난기본소득을 주겠다”고 발표하면서 대상자 수를 166만명으로 추산했다. 경기도는 이들에게 각 25만원씩 총 4190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 관련 예산이 포함된 3차 추가경정 예산안(37조5025억원)을 지난 20일 경기도의회에 제출했다.

도민 전체에게 재난지원금을 주려면 추가된 약 82만명에게도 25만원씩의 지원금을 줘야 하기 때문에 2000억원 정도가 더 들게 된다. 이에 경기도는 도의회에 제출한 추경안에 대한 수정안 제출을 검토하고 있다.

서울 중구 중부시장에 '재난지원카드 사용가능' 안내문이 걸려 있다. 뉴스1

서울 중구 중부시장에 '재난지원카드 사용가능' 안내문이 걸려 있다. 뉴스1

경기도 "예산, 경기도 전체 인구 12% 기준”

경기도는 예산안을 편성할 당시 정부의 지자체별 재난지원금 지급 기준이 통보되지 않아 먼저 경기도 전체 인구(1380만명)의 12%인 166만명을 대상자로 추정했다고 설명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구체적인 정부 기준 안이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3차 추경안을 20일까지 경기도의회에 제출해야 했다”며 “경기도 재난기본소득 지급 대상자 수가 인구의 12%를 넘는 지자체도 있겠지만, 도농복합도시인 경기도의 특성상 12%에 미치지 못하는 지자체도 상당할 것이라고 추정해 인구를 기준으로 삼았는데, 추가 규모가 그렇게 클 것으로 예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경기도에 정부 기준안이 제출된 것은 지난 18일이다. 경기도는 19일 3차 추경예산 안에 대한 설명회를 갖고 20일 경기도의회에 예산안을 제출했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도내 대도시들이 반대했던 이유 중 하나도 ‘경기도에 소득 상위자가 몰려있을 수 있다’는 것이었는데 경기도가 이런 것을 대비하지 않았다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예산을 편성·제출한 뒤에도 의회와 협의해 조정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번 예산도 의회와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는 이날 오후 도의회에 추경 예산안 수정안을 보고했다. 기존 예산 4190억원에서 부대비용을 제외한 4160억원을 당초 추경 예산으로 적었다. 여기서 2190억원 증액한 6350억원을 수정 예산으로 보고했다. 이 예산안을 보고받은 장현국 도의회 의장이 “당초 예산을 어떻게 책정했길래 이렇게 급등하느냐”고 호통을 쳤다고 한다.

도의회 여·야 “졸속 추진” 반발

하지만 도의회 내부에선 “경기도가 제대로 된 분석도 하지 않고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강행했다”는 비난이 이어지고 있다. 김규창 도의회 국민의힘 의원은 “만약을 위한 재난 상황을 위해 써야 할 재난관리기금·재해구호기금 등을 이 지사의 선심성 정책인 재난기본소득에 투입하는 것도 어이가 없는데, 돈을 줄 대상 수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그야말로 졸속 추진”이라고 질타했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과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논란과 관련해 "표심을 의식한 선심성 예산 집행과 보은성 인사권 행사를 즉각 철회하고 '지사 찬스' 사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도의회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 17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방침과 경기관광공사 사장 내정 논란과 관련해 "표심을 의식한 선심성 예산 집행과 보은성 인사권 행사를 즉각 철회하고 '지사 찬스' 사용을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송치용 도의회 정의당 의원은 “다른 지역과의 형평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경기도의 예산을 소득 상위 12%에 지급하겠다는 것부터가 잘못된 생각”이라며 “이 지사가 의회를 무시하면서 성급하게 정책을 추진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의회 민주당에서도 ‘반이재명계’ 의원들을 중심으로 반발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한 도의원은 “이 지사가 소득 하위 88%에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라는 정부 방침을 따르지 않고, 의회 일부의 의견을 전부인 것처럼 속여 독단적으로 정책을 추진한 것이 문제”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도의원도 “자신의 정책을 펼치기 위해 명확한 기준도 없는 상황에서 예산 먼저 편성한 것은 문제가 있다”며 “전 도민 재난지원금 발표 전에 대상자 수를 철저하게 분석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명계’로 분류된 한 의원도 “예산 안을 수정할 수는 있지만, 이미 책정한 예산의 절반가량인 2000억원을 증액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도의회 민주당은 오는 27일 긴급 의원 총회를 열고 박근철 의회 대표의원이 의원들과 상의 없이 경기도에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을 건의한 것에 대해 공식 사과를 요구할 방침이다. 또 전 도민 재난지원금 지급 문제도 다시 논의할 예정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