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80→10명 숨막히는 경쟁…조성진 이후 첫 쇼팽콩쿠르 열린다

중앙일보

입력

지난달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8회 쇼팽 국제 콩쿠르의 예선 중 한 무대. [EPA/연합뉴스]

지난달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열린 제18회 쇼팽 국제 콩쿠르의 예선 중 한 무대. [EPA/연합뉴스]

2015년 10월 20일(현지시간) 폴란드 바르샤바. 17회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의 결선 진출자 10명이 청중과 함께 공연장 로비에 모였다. 심사위원들을 대신해 사회자가 6위부터 호명했다. “그리고 우승자는….” 조성진의 이름이 불리는 순간이었다. 만 21세의 한국인 최초 1위였다.

10월 폴란드 바르샤바에서 #쇼팽 국제 콩쿠르 본선 열려 #전세계 87명 중 한국 참가자 7명 #일주일마다 절반씩 탈락 #제2의 조성진 나올까 관심

코로나19로 한 해 미뤄 6년만에 쇼팽 콩쿠르가 다시 열린다. 10월 2일(현지시간) 본선을 시작해 같은 달 20일 입상자를 가린다. 이 라운드에 참여하는 피아니스트는 전세계에서 온 87명. 올해 초 연주 영상으로 참가한 500여명 중 151명이 지난달 폴란드의 예선 무대에서 겨룬 후 87명이 뽑혔다. 참가자 숫자는 독주회 형식의 라운드를 세 번 거치며 줄어들고, 마지막에 오케스트라 협연에서 입상자를 가리는 형식이다.

한국 우승자가 또 나올까? 87명 중 한국 피아니스트는 7명. 이번 참가자들도 쟁쟁한 실력을 자랑한다. 무대 경험이 이미 많은 연주자, 다른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들이다. 1927년 시작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피아노 대회의 올해 관전 포인트를 소개한다.

◇80→40→20→10명, 치열한 경쟁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오른쪽). [사진 Wojciech Grzedzinski]

2015년 쇼팽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오른쪽). [사진 Wojciech Grzedzinski]

결선까지 올라간다면, 참가자들은 총 4회 무대에서 프레데리크 쇼팽(1810~1849)의 작품만 연주한다. 한 작곡가만 약 3주동안 연주해야 하는 독특한 대회다. 특히 쇼팽의 여러 장르 작품을 모두 소화해기가 어렵다.

첫번째 무대의 과제는 비교적 간단하다. 연습곡 중 2곡, 녹턴(야상곡) 중 1곡, 그리고 규모가 더 큰 곡들인 발라드ㆍ뱃노래ㆍ환상곡 등 지정된 목록 중 한 곡을 연주하면 된다. 피아니스트들이 기본적으로 공부하는 작품으로 된 첫 단계에서 절반이 탈락한다. 쇼팽 콩쿠르 측은 요강에 “2라운드 진출자는 40여명”이라고 밝혔다.

2라운드는 30~40분 정도의 독주 무대다. 발라드나 스케르초 등에서 한 곡과 왈츠 한 곡, 폴로네이즈 한 곡을 포함한다. 여기부터는 폴란드 작곡가인 쇼팽의 민족주의 음악인 폴로네이즈를 연주하게 된다. 폴로네이즈는 폴란드 전통 춤곡으로, 일정한 리듬으로 진행된다. 이 무대 후 참가자는 다시 절반인 20명으로 추려진다.

3라운드에서는 소나타 2ㆍ3번 중 한곡 또는 전주곡 24곡 전곡, 그리고 폴란드 춤곡인 마주르카를 포함하는 45~55분짜리 프로그램을 짜서 연주한다. 여기서 점수 순서로 10명 이내의 피아니스트가 결선에 진출, 오케스트라와 함께 협주곡 1번 또는 2번을 연주해 순위를 매긴다.

각 라운드는 일주일 간격으로 열리기 때문에 미리 준비돼 있어야 한다. 조성진은 2015년 우승 직후 인터뷰에서 "매 라운드에서 극도로 긴장했는데 마지막엔 손이 저절로 움직이더라"고 했다.

◇다국적 참가자의 ‘폴란드식’ 경연

이번 대회 본선 진출자 87명 중엔 중국 피아니스트가 22명으로 가장 많다. 그 다음은 폴란드(16명), 일본(14명)이고 한국은 네번째인 7명, 이탈리아 6명이다. 그밖에는 아르메니아, 캐나다, 대만, 쿠바, 라트비아, 러시아, 스페인, 미국 등에서 한명씩 진출했다.

이처럼 국제적인 대회지만, 쇼팽의 음악의 지역색은 분명하다. 폴란드 춤곡의 독특한 리듬과 분위기는 먼 나라 연주자들에게 까다로울 수 있다. 『쇼팽(폴란드에서 온 건반 위의 시인)』을 쓴 피아니스트 김주영은 “쇼팽 연주에서 폴란드 전통의 자존심은 쇼팽 콩쿠르 초기에 뚜렷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엔 폴란드 원로 심사위원 사이에서도 폴란드 스타일만 고집할 필요 없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통또한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란드 스타일 쇼팽’보다는 자신의 음악을 분명히 보여주는 참가자가 좋은 점수를 얻게 된다는 뜻이다. 김주영은 “콩쿠르 입상을 위한 연주 대신, 완성도 높은 음악을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우승자 또 나올까?

18회 쇼팽 국제 콩쿠르 본선에 진출한 87명 중 한명인 피아니스트 최형록의 지난달 예선 무대. [사진 홈페이지 캡처]

18회 쇼팽 국제 콩쿠르 본선에 진출한 87명 중 한명인 피아니스트 최형록의 지난달 예선 무대. [사진 홈페이지 캡처]

본선에 진출한 한국인 7명 중엔 이미 이름난 피아니스트가 많다. 최근 몇년 사이에 다른 나라의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들, 국내외 무대 경험이 많은 연주자들이 눈에 띈다.

지난 5월 몬트리올 국제 콩쿠르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하면서 동시에 벨기에 퀸엘리자베스 콩쿠르 본선에도 진출했던 피아니스트 김수연(27), 같은 달 루마니아 에네스쿠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한 박연민(31)은 국제 무대의 ‘최신 우승자’들이다. 국제 대회에서 우승하고 이미 무대 경험을 쌓은 연주자들도 있다. 최형록(28)은 2019년 센다이 국제 콩쿠르에서, 박진형(25)은 2017년 프라하의 봄 국제 콩쿠르에서 우승하고 세계 무대에서 연주했다. 이혁(21)은 16세에 파데레프스키 콩쿠르에서 최연소 우승했고 화려한 테크닉으로 이름을 알린 연주자다. 비교적 새로운 이름인 이재윤(24)과 가주연(26)은 현재 잘츠부르크 모차르테움 음대에서 공부 중이다.

본선 진출자 87명의 모든 무대는 쇼팽 콩쿠르의 유튜브에서 생중계된다. 콩쿠르 측은 “지난달 열린 예선 무대의 온라인 중계는 전세계 4만명이 시청했다”고 전했다.

관련기사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