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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크모 필요” 급박한 전화…49일째 ‘네자릿수’ 위중증도 최다

중앙일보

입력

이달 초 대구 지역 한 대학병원에 위중한 상태의 A씨(20대)가 실려 왔다. A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로, 초기부터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이 있어 생활치료센터가 아닌 지역 의료원에 격리됐다. 하지만 산소 치료를 했는데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아 나흘 만에 대학병원으로 옮겨졌다. 이송된 뒤 인공호흡기 치료를 했으나 호전되지 않았고 결국 에크모(ECMOㆍ체외막산소공급)를 달았다. 현재 3주 넘게 치료 중이다.

에크모는 사망 확률이 90% 정도로 높을 때 단다. A씨를 치료하는 의료진은 “당뇨, 만성 신장 질환 등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는데 A씨는 이런 기저질환이 없는데도 빨리 진행됐다. 비만 환자에게서 위험도가 높다는데 영향이 있는 거로 보인다”며 “조금씩 좋아지고 있지만 에크모 치료를 오래 하다 보니 다른 합병증이 올 수 있어 중환자실에서 나가는 데까진 시간이 꽤 걸릴 것”이라고 말한다.

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증 병동 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증 병동 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를 돌보고 있다. 연합뉴스

위중증 환자 10명 중 6명 20~50대 

코로나19 환자가 50일 가까이 네 자릿수대로 나오면서 젊은층 중심의 위중증 환자가 역대 최다로 치솟았다. 24일 0시 기준 위중증 환자는 전날(399명)보다 21명 늘어 누적 420명으로 집계됐다. 방대본은 “지난해 3월 28일 통계 집계 이후 최대치”라고 밝혔다. 이날까지 49일째 많게는 2000명 안팎으로 네 자릿수대 환자가 나온 영향이다.

지난달 7일 첫 1000명대 환자가 나왔을 때만 해도 위중증 환자는 155명에 그쳤는데, 2.7배로 급증했다. 접종 완료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20~50대가 약 62% 차지한다. 20대 7명(1.7%), 30대 27명(6.4%), 40대 64명(15.2%), 50대 162명(38.6%) 등이다. 이전 최고치는 3차 유행 여파가 이어진 올해 1월 6일(411명)로, 당시에만 해도 60세 이상이 90%였는데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김종헌 성균관대 의대 사회의학교실 교수는 “고령부터 역순으로 접종을 시작했기 때문에 이제 막 접종해 완전 접종률이 낮은 30~50대 연령층에서의 위중증 환자가 많이 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을 접종하면 코로나19에 걸리는 걸 예방할 수도 있지만, 무엇보다 감염돼도 중증으로 가는 걸 막아주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정부와 전문가들은 강조해왔다. 실제 방대본이 접종 완료자가 나오기 시작한 4월 3일부터 8월 14일까지의 18세 이상 확진자 10만5255명을 분석했더니, 위중증 환자 2301명 가운데 미접종자가 84.9%(1954명)에 달했다. 1차 접종자가 14.1%(324명)였고, 완료자는 1%(23명)에 불과했다. 사망자(323명)를 따져봐도 미접종자가 82.4%를 차지했다.

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증 병동 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기도삽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13일 오전 경기북부의 코로나19 거점 전담병원인 경기도 고양시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코로나 중증 병동 병동에서 의료진이 환자에게 기도삽관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에크모 환자도 역대 최고 

위중증 환자 중에서도 투약이나 인공호흡기로 치료가 어려워 에크모를 단 환자도 23일 기준 67명(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 추산)까지 늘었다. 연일 최다 기록을 쓰고 있다. 전국에 130대 에크모가 돌아가고 있는데 절반 이상은 코로나 환자가 쓴다는 의미다. 김형수 한림대성심병원 흉부외과 교수는 “인근 전담병원에서 ‘에크모 해야 한다’며 급박한 전화가 걸려 온다. 환자가 빠지면 바로 찬다”고 말한다. A씨처럼 50대 이하 젊은 에크모 환자는 상대적으로 재원 일수가 길어 의료진 부담도 크다. 시혜진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중증 환자가 하루 몇 명씩 나온다고 발표하지만, 일주일만 누적돼도 상당수 된다”며 “환자가 장기로 있다 보면 다른 합병증이 생기는 경우가 많아 부담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코로나19 위중증 환자 현황.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사망자도 10명 안팎으로 꾸준히 나오고 있으며 한달새 20대 환자 5명이 숨졌다. 확진 후 사망까지 시간차가 3~4주 있다보니, 향후 사망자는 더 늘 수 있다. 전국 중환자 병상 여력은 빠르게 줄어 23일 오후 5시 기준 833개 가운데 30%(252개)만 환자를 받을 수 있다. 대전은 가용 병상이 없고 세종(1개), 강원·충남(2개), 경북·경남(3개), 제주(4개) 등으로 여력이 별로 없다. 정부는 주말까지 일단 중환자 병상 90개를 더 확보할 계획이다. 수도권에서는 에크모도 최대로 가동 중이라 이대로면 인력·장비가 달릴 거란 우려가 나온다. 지역별 위기 상황에 대비한 이송 체계와 컨트롤타워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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