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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조원·4만명…이재용의 결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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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삼성이 전략산업 주도권을 잡기 위해 향후 3년간 240조원을 신규 투자한다. 이는 2018년에 내놓은 180조원 투자 계획을 뛰어넘는 것으로, 단일 기업으론 최대 규모다. 또 청년고용 문제 해결을 위해 3년간 4만 명을 직접 채용한다. 이번 투자·고용 방안은 ‘이재용(사진) 부회장이 가석방으로 출소한 지 11일 만에 나온 것으로’ 사회적 기대에 대한 ‘삼성의 화답’ 차원으로 풀이된다.

이재용 부회장

이재용 부회장

24일 삼성은 이런 내용의 투자·고용 방안을 발표했다. 삼성 측은 “코로나19 이후 향후 3년은 새로운 미래 질서가 재편되는 시기가 될 것”이라며 “미래를 열고 사회와 함께 나아가는 기업으로서 삼성의 역할을 제시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투자와 고용, 상생을 통해 대한민국 경제와 사회 전반에 활력을 높여 삼성에 대한 국민적인 기대와 바람에 부응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사는 향후 3년간 투자 규모를 240조원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이 중 180조원은 국내에 투자한다. 지난 3년치 투자 금액(전체 180조원, 국내 130조원)을 훨씬 웃돈다. 삼성 측은 “투자 확대를 통해 전략사업 주도권을 확보하고, 과감한 인수합병(M&A)을 통해 기술·시장 리더십 강화에도 나설 방침”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향후 3년간 유의미한 M&A를 진행할 계획이며 인공지능(AI), 5G, 전장 부문에서 인수 대상을 검토 중이다.

반도체 분야에선 메모리 시장 절대우위 유지와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도약을 목표로 잡았다. 이를 위해 삼성전자는 선단공정 조기 개발과 선제 투자로 글로벌 리더십을 강화할 계획이다. 특히 메모리 분야에선 원가경쟁력 격차를 다시 확대하고, 혁신적인 차세대 제품 솔루션 개발에 나설 방침이다. 최근 시장에서 제기된 ‘삼성의 반도체 리더십 약화’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에선 게이트올어라운드(GAA) 등 신기술을 적용해 3나노 이하 제품 양산을 앞당길 계획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패권 경쟁이 전례없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며 “이번 발표는 반도체 산업 전반에서 삼성의 리더십을 공고히 한다는 전략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삼성 240조 중 180조 국내 투자, 56만명 일자리 효과 기대

 삼성전자 투자 · 고용 방안 주요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삼성전자 투자 · 고용 방안 주요 내용 그래픽=김주원 기자 zoom@joongang.co.kr

박재근 한국반도체디스플레이기술학회장은 “TSMC는 이미 미세공정 기술에 수십조원을 쏟아붓고 있다”며 “삼성은 더 늦기 전에 투자를 확대해야 하는 급박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삼성은 바이오 분야를 ‘제2의 반도체’로 육성하기로 했다.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와 바이오의약품 위탁개발생산(CDMO) 투자 확대가 핵심이다.

삼성 측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중심으로 CDMO 5공장, 6공장 건설 등 공격적인 투자를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현재 4공장을 건설 중이다. 아울러 삼성은 바이오의약품 외에 백신과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치료제 CDMO에도 신규 진출할 예정이다.

삼성은 6세대(G) 통신 등 차세대 통신기술과 인공지능(AI)·로봇·수퍼컴퓨터 등 신성장 정보기술(IT) 분야 연구개발(R&D)도 강화할 방침이다. 이 역시 삼성의 4차 산업혁명 분야 관련 투자가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은 AI 등 신성장 산업 분야에서 눈에 띄는 투자나 움직임이 없었다”고 말했다.

파격적인 고용 방안도 내놨다. 전사적으로 향후 3년간 4만 명을 직접 채용한다. 삼성 관계자는 “통상적인 채용 계획상 3년간 채용 규모는 약 3만 명이지만 첨단산업 위주로 고용을 확대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삼성 측은 국내 대규모 투자와 고용 확대에 따라 향후 3년간 약 56만 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청년들에게 공정한 기회를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사는 공채 제도를 유지하기로 했다.

삼성은 코로나19에 따른 대·중소기업 간 격차 확대와 양극화 해소를 위한 상생 방안도 마련했다. 삼성은 중소기업을 위한 기초과학과 원천기술 R&D를 지원하고, 상생 프로그램 확대로 협력사 안전망 강화에 나설 방침이다. 또한 스마트공장 프로그램을 통해 중소기업의 제조 역량 강화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사회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CSR) 방향도 재정립하기로 했다.

삼성 측에 따르면 이번 투자·고용 방안은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챙겼다고 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발표안은 관계사 이사회 보고를 거친 것”이라며 “발표 전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요 관계사 경영진을 잇따라 만나 내용을 조율했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은 지난 13일 가석방 직후 삼성전자 서초사옥으로 직행해 사실상 조기 경영 복귀를 선언한 바 있다. 이후 삼성전자 주요 경영진을 만나 업무 보고를 받았고, 사업부문별 간담회도 가졌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의 이번 투자·고용 방안에 대해 “그동안 못한 중요한 의사결정에 대해 이 부회장이 결단을 내린 결과로 보인다”며 “예상보다 투자 규모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투자로 다소 정체됐던 삼성의 경쟁력을 높이고 일자리를 창출해 국가 경제 전체에 기여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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