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김민 시인 아시나요?
한 줄 시로 된 그의 첫 시집을 보면
그 한 줄 시에 놀랄 겁니다.
김수영 시인의 조카이며,
뇌성마비 장애를 갖고 있어요.”
누군가가 김민 시인을 이리 소개하며
시집까지 두 권 빌려줬다.
2007년 나온 첫 시집은『길에서 만난 나무늘보』였다.
시 ‘흑백사진’은
‘그 속에선 내 오랜 철없음도 바래기를’이 다였다.
모두가 제목 한 줄,
시 한 줄인데 절묘했다.
올해 발행된 세 번째 시집은
『신神 주머니에서 꺼낸 꽃말사전』이었다.
이 또한 첫 시집과 마찬가지로 거의 한 줄 시였다.
‘밤사이 쌓이는 달빛 여섯 광주리/
아침에 보니 벌써 누가 집어갔네’처럼
제목이 시고, 시가 제목 같았다.
그가 머무는 경산으로 내쳐 달려
한 줄 시에 얽힌 이야기를 청했다.
“어릴 땐 친구와 어울리기보다
큰아버지 무덤가에서 홀로 놀았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다른 무덤보다
‘풀’이란 김수영 시비가 있으니 좋았죠.
그렇다고 시인이 되고픈 꿈은 전혀 없었습니다.
화가가 되고 싶었죠.
그런데 제가 오른손을 거의 못 쓰니
미대에 못 가고 국어교육과에 입학했습니다.
당시 한 선배가
김수영 시인 조카가 시 한 줄도 못 쓰냐고
핀잔 줬습니다.
그 바람에 시 동아리에서 시를 쓰기 시작했죠.
그런데 하도 등단이 안 되니
최승호 시인에게 1999년부터 수업을 들었습니다.
그때 최 시인이
‘네 머릿속에 너무 많이 들어있는 것을 덜어내라’고 했습니다.
한 줄 시에 대한 느낌이 그제야 확 왔습니다.
그러면서 2001년에야 등단했습니다.”
맘대로 못 쓰는 근육,
근시·원시·난시·사시인 눈이라
나무늘보처럼 느리지만,
그는 숱한 날들 한 줄씩, 한 자씩 쳐내고 덜어내어
한 줄만 시로 남겼다.
이렇게 지은 시로
그는 2019년 구상솟대문학상을 수상하며
세상의 인정을 받았다.
올해는 김수영 시인 탄생 100주년이며
그의 등단 20주년이다.
그러니 새 시집은 큰아버지에 대한 헌정이자,
자기 자신에 대한 자축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