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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 동식물의 낙원’ 덮친 쓰레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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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지난 4월 바다청소선 경기청정호가 바다에서 해양 쓰레기를 걷어 올리고 있다. [사진 경기도]

지난 4월 바다청소선 경기청정호가 바다에서 해양 쓰레기를 걷어 올리고 있다. [사진 경기도]

인천항에서 남서쪽으로 3시간 남짓 바다를 가르면 나오는 외딴 섬, 굴업도.

희귀 동식물이 많은 남미의 갈라파고스처럼 이색 동식물이 많아 ‘한국의 갈라파고스’라 불리는 곳이다. 덕적군도 41개 섬 가운데 하나인 이 섬이 최근 해안에 밀려든 각종 쓰레기 때문에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0일 굴업도 선착장에서 도보로 15분 남짓 떨어진 목기미 해변은 바닷물이 빠진 뒤 남은 잡동사니로 가득했다. 스티로폼 파편과 술병, 페트병, 엔진오일 통 등이 모래사장을 뒤덮었다. 최선엽 굴업도 이장은 “매일 경운기를 몰고 와 쓰레기를 줍지만,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해안가 옆 공터는 ‘쓰레기 야적장’처럼 변했다. 이처럼 전국의 해안이 해양 쓰레기로 몸살을 앓으면서 해역을 관리하는 지자체들이 해양 쓰레기 정화사업에 나서고 있다.

인천시는 해양환경정화선 ‘인천씨크린호’를 운영한다. 바다로 나가 컨베이어 벨트를 내린 뒤 걸려 올라오는 쓰레기를 수거하는 방식으로 청소한다. 모든 섬에 배를 댈 수 없기에 승무원이 보트를 타고 무인도 등에 내려 직접 쓰레기를 치우기도 한다.

경기도는 연안 5개 시와 함께 화성 전곡항, 안산 탄도항, 김포 대명항, 시흥 오이도항 등에 있는 무허가 음식판매용 컨테이너 등을 정비하고 있다. 평평한 배 모양 선상집하장도 추가 설치하고 바다 청소선 ‘경기청정호’도 운영을 확대할 방침이다. 연안과 수중에 쌓인 폐기물을 건져 올리고 도서 지역 쓰레기를 운반하는데 한 번에 폐기물 100t을 실을 수 있다.

전남도는 해양 쓰레기 수매사업을 진행한다. 어민들이 조업 중 바다에서 인양한 쓰레기를 사들이는 방식이다. 최근엔 전문적으로 쓰레기를 수거하는 소형 어선까지 등장했다. 전남도는 지난해 해양 쓰레기 2957t을 21억1400만원에 사들였다. 해양 쓰레기 수거량은 3310t으로 늘어나면서 올해는 예산을 23억5000만원으로 늘렸다. 스티로폼 부표를 친환경 부표로 교체하는 사업도 하기로 했다.

해양 쓰레기 문제를 총괄하는 해양수산부는 해양정화선과 바다환경지킴이를 늘릴 방침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국비를 지원해 해양정화선 7척을 추가로 건조하고 있고 바다환경지킴이도 300명을 더 뽑을 계획”이라며 “가능한 예산 범위 내에서 최대한 해결책을 찾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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