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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전 제주변호사 살해 용의자, 태완이법으로 잡았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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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면

지난 18일 제주 변호사의 살인교사 혐의로 김모씨(왼쪽 둘째)가 압송되고 있다. 최충일 기자

지난 18일 제주 변호사의 살인교사 혐의로 김모씨(왼쪽 둘째)가 압송되고 있다. 최충일 기자

검찰이 22년 전 제주에서 발생한 검사 출신 이승용 변호사(당시 44세) 피살사건의 실체를 밝히기 위해 전담 수사팀을 가동한다.

제주지검은 “강력 전담 2개 검사실을 투입해 ‘이승용 변호사 피살사건 전담 수사팀’을 편성했다”고 24일 밝혔다. 대검찰청이 지난 23일 ‘제주 변호사 피살사건’ 등 살인 범죄를 철저히 수사하고 엄정하게 대처하라고 지시한 지 하루 만이다.

앞서 제주경찰청은 지난 21일 이 사건의 용의자인 김모(55)씨를 구속했다. 김씨는 1999년 이승용 변호사 피살 사건과 관련해 살인교사 혐의를 받고 있다. 검사 출신인 이 변호사는 그 해 11월 5일 제주시의 한 도로변에 주차돼 있던 자신의 차량 운전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발견 당시 그는 예리한 흉기로 여섯 차례 찔린 상태였다.

당시 경찰은 이 변호사가 살해당했다고 보고 현상금까지 걸면서 수사했으나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해 미제 사건으로 남아있었다. 이 사건은 기존 15년이던 공소시효가 이미 지났지만 경찰은 일명 ‘태완이법’을 적용해 검거했다. 태완이법은 살인사건의 공소시효를 폐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이다. 2015년 7월 24일 국회를 통과해 같은 달 31일부터 시행됐다.

경찰은 태완이법을 적용하기 위해 먼저 형사소송법 253조(시효의 정지와 효력)을 참조했다. 이 법에 따르면 범인이 형사처분을 면할 목적으로 국외로 도피한 경우 그 기간만큼의 공소시효가 정지된다. 경찰은 김씨가 공소시효 만료 전 해외로 출국한 기간을 모두 합치면 만 8개월 이상으로 보고 수사를 벌여왔다. 수사팀이 출입국 기록을 분석한 결과 김씨는 공소시효 만료 전인 2014년 11월 5일 이전에 수차례에 걸쳐 해외를 오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이 사건의 공소시효 만료일은 2014년 11월 5일 0시가 아닌, 최소 만 8개월을 제외한 2015년 8월 이후가 된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결과적으로 경찰은 2015년 7월 31일을 기준으로 공소시효가 끝나지 않은 해당 사건에 대해 태완이법 적용이 가능하다고 봤다.

미제로 남았던 사건은 20년 넘게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하다가 국내 한 방송에 김씨가 모습을 나타나면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6월 27일 한 국내 방송사의 방송을 통해 유탁파 두목 백모(2008년 사망)씨의 지시를 받고 동갑내기 조직원인 손모(2014년 사망)씨가 그를 살해했다는 주장을 했다. 이에 경찰은 그가 이 변호사를 살해하는데 직·간접적인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해왔다. 당시 방송에서 김씨는 이 변호사의 동선과 골목의 가로등이 꺼진 정황도 알고 있었고, 범행에 사용된 유사한 모양의 흉기를 직접 그릴 정도로 상황을 잘 알고 있었다는 게 경찰 판단이다.

경찰은 김씨의 해외출입국 기록을 바탕으로 지난 4월부터는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의 적색수배를 활용한 국제 공조 수사를 벌여 왔다. 김씨는 지난 6월 말 캄보디아에서 불법 체류자 신분으로 적발돼 추방됨에 따라 지난 18일 국내로 강제 송환됐다. 제주지검 관계자는 “현재까지 피의자에 대한 체포영장 및 지명수배, 국내 강제송환, 구속에 이르기까지 경찰과 긴밀히 협력해 왔다”며 “신속한 수사로 사건의 실체를 규명하고 범죄에 상응하는 처벌이 이뤄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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