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대통령 사위, '제임스'란 이름으로 이스타항공 고위직 1년 넘게 근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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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2019~20년 재직한 일본인 국장 단독인터뷰
"사위,이스타항공 돈 끌어오는 조정자 역할"
"항공 경험 없고 영어 서툰데도 고위직 근무"
"간부 3명과만 대화,대외활동 자제하며 은둔"
"회사 진짜 주인은 이스타항공, 사기극 전형'"
 청와대 대변인 "특별히 드릴 말씀 없다"
 오후5시 '강찬호 투머치토크' 상세보도

500억원대 횡령·배임 혐의 등으로 구속된 이상직 의원(전 더불어민주당)이 실소유주라는 논란을 빚어온 태국 저가 항공사 타이이스타. 이 회사에 문재인 대통령의 사위 서 모(41)씨가 고위 간부로 재직했었다는 구체적인 증언이 나왔다. 2019년부터 1년간 타이이스타에 훈련국장(director of training)으로 근무했던 일본인 구마다 아키라(54)씨는 21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서 씨가 타이이스타에서 '제임스'란 이름을 쓰며 고위직으로 근무했다"고 말했다. 구마다씨는 "서 씨는 항공 지식·경험이 전혀 없었고 영어도 잘 못 했다"며 "그러나 대통령 사위로서 이스타항공과 한국 정부에 영향력을 발휘해 타이이스타가 자금을 얻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게임업에 종사해온 것으로 알려진 서씨가 항공사 고위직에 근무했다는 타이이스타 전직 간부의 증언이 나옴에 따라 특혜취업 의혹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구마다와 일문일답.

-타이이스타에 서 씨가 근무했는가.

"맞다. 아주 높은 자리에 근무했다. 이사(executive) 지위가 확실하고, 따로 집무실도 있었다. 그가 없었다면 타이이스타는 모회사인 이스타항공과 관계를 맺어 존속할 수 없었을 것이다."

-왜 그렇게 생각하나.

"회사 대표(CEO)는 박석호 씨였지만 그는 힘이 없었다. 반면 서씨는 힘이 강했다. 타이이스타에서 지출된 모든 비용은 이스타항공에서 왔는데, 이는 서씨가 대통령 사위로서 이스타항공과 한국 정부에 조정자 역할을 해, 돈을 가져온 결과로 보인다. 그러니 서씨의 역할 없이는 타이이스타가 존속할 수 없다는 거다."

-서 씨가 타이이스타에 근무한 기간은.

 “내가 2019년 5월~2020년 5월 근무했는데, 서 씨는 이미 재직중이었다. 내가 입사하기 6개월~1년 전부터 일해온 듯하고, 내가 퇴사할 때도 재직하고 있었다."

-그는 회사 내에서 어떻게 불렸나.

"'제임스'란 이름을 썼다. 한국명은 모른다."

-서 씨는 항공업 경험이 있나.

"항공 지식도, 경험도, 배경도 전무했다."

-항공 지식과 경험이 없다는 건 어떻게 알았나.

"항공사 매뉴얼을 구하는 문제로 서씨와 직접 대화할 기회가 있었는데 항공에 대한 지식이나 경험이 전혀 없고, 영어도 아주 서툴더라. 그래서 알았다. "

-서 씨가 문 대통령 사위라는 건 어떻게 알았나.

"박석호 대표는 서 씨를 회사 사람들에게 일절 소개하지 않았다. 그래서 나도 입사 초기엔 몰랐다. 그러다 궁금증이 생겨 동료들에게 물으니 '한국 대통령 사위'라고 하더라. 서 씨는 회사 사람 누구와도 말을 하지 않았다. 박 대표와 또 다른 한국인 간부 등 딱 3명하고만 대화했다. 대외활동도 극도로 자제했다. 박 대표도 그를 태국 공무원이나 업계에조차 소개하지 않았다. 한마디로 서 씨는 은둔을 원했다."

-이스타항공은 자신들이 타이이스타와 무관하다고 하는데.

"완벽한 거짓말이다. 항공기와 유니폼, 로고, 심지어 조종사 가방까지 이스타항공과 똑같다. 또 서 씨와 존 등 핵심 인력은 물론 자금까지 죄다 이스타항공에서 왔다. 내가 보기에 그 자금은 이스타항공 측의 포켓머니(비자금)인 듯하다. 이와 관련,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다."

-이상한 일이라면.

"박 대표는 타이이스타와 이스타항공의 관계에 대해 하루는 '같은 회사'라더니 다음날은 '서로 무관하다'며 수시로 말을 바꿨다. 또 타이이스타젯은 2019년 12월 17일 방콕~서울 간 시험운항을 했는데, 회사측은 내게 '서울 가면 타이이스타젯이 이스타항공과 관계있다고 말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내가 놀라서 이유를 물으니 '(관계있다고 말했다가) 문제라도 생기면 이스타항공이 우리를 돕지 않을 것'이라고 답하더라.이것만 봐도 타이이스타의 진짜 주인은 이스타항공임이 드러나지 않나."

-언제부터 항공업계에 몸담았나.

"1967년생으로 대학 졸업 후 일본 항공사에서 조종사를 하다 2004년 퇴사했다. 그 뒤 태국에 이주해 운항 관련 간부직을 맡으며 항공경영에 종사해왔다."

서 씨 관련 의혹을 추적해온 국민의힘 곽상도 의원은 "구마다씨의 증언으로 대통령 사위 특혜취업 정황이 더욱 분명해졌다"고 주장했다. 그는 "타이이스타 실소유주인 이상직 의원이 대통령 사위를 취업시킨 대가로 중소기업벤처진흥공단 이사장에 오르는 등 청와대와 뇌물을 주고받았다는 의혹에 대해 이 의원을 구속기소한 전주지검이 샅샅이 수사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구마다의 발언 내용에 대해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은 "특별히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다.  강찬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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