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어코 언론에 재갈 물리겠다는 與

권성동 "장관답게 해" 박범계 "반사"…언론법 놓고 고성 오갔다

중앙일보

입력 2021.08.24 22:18

업데이트 2021.08.25 00:10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왼쪽)와 윤한홍 국민의힘 간사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리(왼쪽)와 윤한홍 국민의힘 간사가 2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김경록 기자

2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선 ‘언론재갈법’(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싼 긴 눈치작전이 펼쳐졌다. 민주당은 군사법원법 개정안 등 법사위의 다른 법안과 다른 상임위에서 올라온 법안들의 자구 심사 등을 앞세워 ‘언론재갈법’ 날치기 순서를 심야로 미뤘다. 전날 친여 성향의 원로 언론인 단체인 자유언론실천재단(이사장 이부영) 마저 우려의 목소리를 낸 데다 이날 10여 개 언론 단체들이 대거 국회를 찾아 성명을 내는 등 반발을 의식한 결과다. 날치기에 대비해 법사위로 몰려든 국민의힘 의원들은 복도에서 긴 시간 시위와 농성을 펼쳤다.

긴장감이 가장 팽팽했던 건 법사위 전체회의 개의 직전이었다. 이날 오후 2시10분 김기현 원내대표를 비롯한 국민의힘 의원 60여명은 국회 본관 406호 법사위 회의실 앞에 진을 쳤다. 이들은 “언론말살, 언론장악 민주당은 중단하라”는 구호를 외쳤다. 마이크를 잡은 국민의힘 의원들은 “언론에 재갈 물리는 법”(조해진 의원),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이달곤 의원)라고 비판했다.

김 원내대표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지탱하는 가장 큰 기둥”이라며 “만약 민주당이 헌법을 무시하고 언론재갈법을 만약 법사위에서 통과시키면 오늘은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붕괴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독재국가로 가는 못된 계획”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김경록 기자

1시간쯤 지난 오후 3시18분, 본관 409호 법사위원장실에 머물렀던 민주당 법사위원들은 국민의힘 의원들의 비난 속에 회의장으로 들어갔다. 법사위원장 대리인 박주민 의원(민주당 법사위 간사)이 곧장 개의를 선언하자 국민의힘은 초반부터 언론중재법에 날선 비판을 가했다. “민주당이 밀린 숙제하듯이 날치기 입법을 한다”(권성동 의원),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는 것은 우리나라 법률상 없는 규정”(전주혜 의원)이라면서다.

그러나 민주당은 “(회의장 밖에서)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건 썩 보기 좋지 않다”(김영배 의원), “질문이 결산 질의가 맞는지 모르겠다”(박주민 의원)며 말을 돌렸다. 지난 19일 문체위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기립 표결에 나섰던 김승원 의원은 “8월 19일은 ‘폭력국회’가 재현된 날”이라며 “야당 의원들에 둘러싸여서 (도종환 문체)위원장님이 위원들을 볼 수 없어서 저희가 보시라고 일어나서 손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이날 문체위원을 사임한 뒤 법사위원에 새로 보임됐다.

권성동 “장관답게 해라” 박범계 “반사”

이날 출석한 박범계 법무부 장관과 야당 의원 간에 고성도 오갔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박 장관이 2014년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 당시 민주당 국정농단 진상조사단장이었던 것을 거론하며 “언론을 지원하겠다며 피해 신고센터까지 만들었던 민주당이다. 자신들을 향한 비판이 정당하지 않다면 해명하면 되지 않느냐”라고 말했다.

그러자 박 장관은 “그 뉴스는 가짜뉴스가 아니다. 당시 적절한 대책을 세웠다면 국정농단을 막을 수 있었다”며 “지금과 당시가 다르다는 것을 법사위원장이던 권 의원은 너무 잘 알지 않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에 권 의원이 “대체 어디서 훈수냐. 묻지도 않은 걸 건방지게 답변하고 있느냐”라고 소리치자 박 장관도 “건방지게가 뭐냐”라고 고성을 질렀다. 권 의원이 “장관 신분이면 장관답게 해달라”고 하자 박 장관은 “우리 아이가 쓰는 표현 중에 ‘반사’라는 말이 있다”라고만 말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국회 법사위에서 설전을 하고 있다. 뉴스1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오른쪽)과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24일 국회 법사위에서 설전을 하고 있다. 뉴스1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7일 한국기자협회 창립 57주년 축하메시지에서 “언론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둥”이라고 말한 점도 국민의힘은 꼬집었다. 조수진 의원은 “(문 대통령이) 언론재갈법에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 것은 전형적인 유체이탈”이라고 비판했다. 윤한홍 의원은 “(언론중재법은) 문 대통령의 퇴임 후 (비판을 막기 위한) ‘안전장치’라고밖에 해석이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다시 강행 처리 나선 與

여야는 개의 7시간이 지난 오후 10시까지도 언론중재법 심의에 들지 못했다. 이날 민주당이 ‘언론재갈법’을 전체 41개 안건 중 가장 마지막에 배치한 탓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야당의 힘을 빼고 언론의 반발을 최소화하기 위해 심사 순위를 늦춘 것”이라고 해석했다.

민주당 강행한 언론중재법... 막판에 뭐 고쳤나 그래픽 이미지.

민주당 강행한 언론중재법... 막판에 뭐 고쳤나 그래픽 이미지.

이날 다뤄진 언론중재법은 ▶보복·반복적인 허위·조작 기사 ▶허위·조작으로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 기사 ▶정정보도된 기사를 복제·인용한 기사 ▶제목·시각자료로 내용을 왜곡한 기사 등 4가지를 언론사의 고의·중과실 행위로 추정해 최대 5배의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이날 국회를 찾아 국민의힘·정의당 등과 간담회를 연 언론단체들은 “가짜뉴스를 잡겠다지만 진짜뉴스를 잡게될 것”이라고 호소하는 성명을 냈다. 법안 중의 모호한 개념들이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위협할 거란 우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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