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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 성범죄 및 사망사건, 앞으론 1심부터 민간이 수사 재판

중앙일보

입력

6월 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군 성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 혁신 TF 1차회의’에서 민홍철 TF단장(왼쪽 두 번째)이 발언을 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6월 8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군 성범죄 근절 및 피해자 보호 혁신 TF 1차회의’에서 민홍철 TF단장(왼쪽 두 번째)이 발언을 하는 모습. 오종택 기자

앞으론 군에서 성범죄나 군인 사망 사건, 입대 전 발생 사건(비군사범죄 한정)이 발생하면 1심부터 군 검찰이나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이 수사와 재판을 담당할 가능성이 커졌다. 국회 법사위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에서 ‘군사법원법 개정안’을 여야 합의로 통과시켰다. 개정안은 이날 오후 법사위 전체회의를 거쳐 25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또 개정안에 따르면 성범죄, 사망사건 등 이외에 폭행 등 비군사범죄 사건이나 군사반란·군사기밀 유출 등 군사범죄 사건에서도 군사법원은 1심만 담당하고 항소심부터는 민간 고등법원이 재판을 담당한다. 즉 고등군사법원이 폐지되는 것이다. 현행법상 군 관련 사건은 1심과 항소심을 군사법원이 맡고, 최종심만 대법원이 맡았었다.

개정안에는 사실상 일선 부대 지휘관의 형 감경권을 보장하는 역할을 했던 ‘관할관 확인조치권 제도’와 법조인이 아닌 일반 장교가 재판관을 맡는 ‘심판관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도 담겼다. 원래 군에서는 국방부장관이 고등군사법원, 군단장 등 부대 지휘관이 보통군사법원의 관할관을 맡아 재판부가 결정한 형량을 3분의 1 미만 범위 내에서 감경할 수 있는 권한인 ‘확인조치권’을 행사했었다. 관할관은 법조인이 아닌 일반 장교를 ‘심판관’으로 임명하는 권한도 갖고 있었다.

관할관 확인조치권 제도 폐지 등을 놓고 그간 진보 진영은 “군사법체계를 민주화해야 한다”고 폐지를 주장했고, 보수 진영은 “전시체제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며 존치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최근 성추행 피해 공군 부사관과 해군 부사관이 사망하는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군 은폐 논란’이 불거지자 군사법원법 개정 목소리에 탄력이 붙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법안 처리 필요성을 언급한 것도 여당의 법안 처리 속도전에 붙을 붙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지난 4일 서욱 국방부 장관 등으로부터 업무보고를 받으면서 비군사범죄의 민간 이양 방안 등을 거론했다고 한다. 문 대통령은 2018년 3월 비상계엄 선포 시, 국외 파병 시로 군사법원 설치를 제한하는 헌법 개정안을 내놓기도 했다.

개정안에는 이 외에도 군단급 이상 부대에 설치된 군사법원(1심 담당)을 국방부 산하로 통합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다만 전시에는 군사법원이 현행대로 항소심을 맡고, 관할관 확인조치권 제도와 심판관 제도도 예외적으로 유지된다.

야당 일각에선 군 출신 의원 등을 중심으로 “고등군사법원 폐지 등을 갑자기 밀어붙이는 게 능사가 아니라, 군사법 체계를 정비하는 게 먼저”라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합의로 기울었다고 한다. 한 국민의힘 법사위 소속 의원은 통화에서 “최근 군 성범죄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무작정 반대만 할 순 없었다”며 “다만 앞서 여당에서 주장하던 군사법원장을 현역 군인이 아닌 민간 법조인이 맡도록 하는 안은 여당과 논의해 제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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