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연 김용민, 감독 윤호중…'언론 재갈' 통제불능 與법사위

중앙일보

입력 2021.08.24 17:14

업데이트 2021.08.24 20:05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2021.8.24 김경록 기자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 앞에서 여당의 언론중재법 강행을 규탄하는 팻말을 들고 발언하고 있다. 2021.8.24 김경록 기자

“더 이상의 의사진행발언은 죄송하지만 자제해주셨으면 좋겠다.” (박주민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직무대행)

더불어민주당이 언론중재법(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 강행 처리를 예고한 24일 법사위 전체회의가 막을 올렸다. 지난 19일 야당 반발 속에 민주당 단독으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시킨 지 닷새만이다.

이날 회의 진행을 맡은 박주민 직무대행은 의사진행 발언을 통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반대 입장 표명이 잇따르자 이렇게 회의 강행을 주도했다. 국민의힘 의원 40여명은 이날 시작부터 회의장 앞에 진을 치고 “언론말살 언론장악 민주당은 중단하라”, “무소불위 집권여당 입법폭주 중단하라”고 구호를 외쳤다.

입법 독주 ‘원톱’ 윤호중

문체위에 이어 언론중재법의 2차 관문격인 법사위는 '강성 의원 집합소'로 불린다. 야당 관계자들 사이에선 "통제 안되는 문제의원들이 모여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먼저 윤호중 원내대표, 김용민 최고위원 등 당 내에서 언론중재법을 앞장서 이끈 주역들이 포진해있다. 야당이 지목하는 '언론재갈법 4적' 또는 '언론징벌 5인방'등 대부분의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핵심 멤버들이다.

지난달 23일 법사위원장에서 물러나 운영위원장이 된 4선의 윤 원내대표는 이날 회의에 법사위원 자격으로 참석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에선 “법사위와 운영위를 종횡무진하며 거여 독주를 지휘하는 ‘원맨 플레이’”(전직 의원)로 불린다.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8.24/뉴스1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21.8.24/뉴스1

중앙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당 미디어혁신특위 위원장이자 최고위원인 김용민 의원은 지난달 23일 여야 원내대표들이 상임위 정상화에 합의한 직후 열린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원내대표에게 “당 미디어혁신특위가 만든 언론개혁법은 어떻게 할 거냐”고 채근했다고 한다.

당시는 윤 원내대표가 야당에 국회 법제사법위원장 등 일부 상임위원장을 돌려주기로 합의한 뒤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이러라고 180석 준 줄 아느냐"는 내용의 문자폭탄이 쏟아지던 상황이었다.

윤 원내대표는 김 의원에게 "처리하겠다"는 뜻을 전한 뒤 문체위원장인 도종환 의원, 민주당 측 간사인 박정 의원과 접촉했다. 그는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결정한 언론중재법 강행 처리 방침을 전달하고, 상임위·법사위·본회의 처리 데드라인 등을 구체적으로 논의했다. 지난달 27일 문체위 법안소위 강행처리, 이달 19일 문체위 전체회의 처리 등의 세부 작전 계획이 결정됐다는 얘기다.

김용민 “유튜버 가짜뉴스, 기성언론 책임”

 강성 문파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지난 5월 전당대회 최고위원 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김용민 당 미디어혁신특위 위원장도 법사위 소속이다.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출신으로, 조국 전 법무부장관 시절 법무부의 법무·검찰 개혁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했고, 친여 유튜브 방송에 적극 출연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2021.8.24 김경록 기자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사위 회의실로 입장하고 있다. 2021.8.24 김경록 기자

그런 경력으로 지난 총선에서 첫 배지를 단 그는 당선 직후 중앙일보 인터뷰에선 “반드시 정치를 개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전당대회 뒤 당 지도부에 입성한 뒤로는 정치 개혁 보다 비판 언론에 칼날을 들이대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24일 오전 라디오 인터뷰에 출연한 그는 "우리가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라고 해서 이 법(언론중재법)에 찬성하는 입장들을 계속 내고 있는데 주요 언론 대부분은 반대 입장만 크게 보도한다”고 기성 언론에 대한 반감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특히 ‘가짜뉴스의 폐해가 더 심각한 유튜브의 경우는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는 사회자의 지적에 “유튜버들이나 이런 분들이 가짜뉴스 같은 것을 만들어서 퍼뜨렸을 때 실제로 파급력 있게 유통시키는 건 기성언론”이란 주장까지 폈다.

지난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언론중재안 강행 처리를 비판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향해 “아직 낮술이 깨지 않아 아무 말이나 하는 것 같다”는 인신공격성 발언을 쏟아낸 것도 그였다.

위원장석에 박주민…김승원 또 등판

이날 위원장 대행으로 의사봉을 쥔 박주민 의원도 둘째가라면 서러울 강성 친문파다. 2016년 당시 문재인 대표에 의해 영입돼 재선에 성공했다. 지난해 당대표까지 도전했고, 한 때 서울시장 출마설까지 돌았던 박 의원은 그러나 올들어 큰 정치적 위기에 몰렸다. 전·월세 상한제를 발의해놓고 정작 자신은 임차인에 월세를 올려받았다는 사실이 드러나 '내로남불'논란의 중심에 섰다.

'언론중재법' 반대 문구 내건 국민의힘   국민의힘 윤한홍 간사 등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문구를 내걸고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주민 법사위원장 직무대행(맨 오른쪽)이 이날 회의를 진행한다. 김경록 기자

'언론중재법' 반대 문구 내건 국민의힘 국민의힘 윤한홍 간사 등 의원들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언론중재법 개정안' 반대 문구를 내걸고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박주민 법사위원장 직무대행(맨 오른쪽)이 이날 회의를 진행한다. 김경록 기자

최근의 오락가락 언행도 논란거리다. 이달 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는 언론중재법에 대해 “법사위에서 처리될 단계가 되면 꼼꼼히 들여다봐야 한다”고 했다. 또 지난달 26일에도 “당 지도부가 ‘입법 독주’ 프레임을 벗기 위해서 법사위원장 등 상임위원장을 (야당과)다시 배분한 것이라고 설명하는데, 8월에 여러 법을 강행·일방처리를 추진하는 건 모순된다”는 의견을 냈다. 하지만 이같은 발언들이 무색하게 이날 위원장석에 앉아 야당 반발을 막고 법안 처리를 강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앞장섰던 김종민·김남국 의원 등도 법사위의 오랜 터줏대감들이다. 이날은 특히 법사위에서 사임한 이수진 의원을 대신해, 앞서 문체위에서 언론중재법 날치기를 주도한 김승원 의원이 새로 법사위에 보임했다. 그는 민주당 미디어혁신특위 부위원장이자 윤 원내대표의 비서실장으로, 언론중재법의 디테일을 정리한 '코디네이터'로 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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