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실력보다 극진한 서비스 태도로 일본시장 공략"

중앙일보

입력 2021.08.24 16:08

업데이트 2021.08.24 16:45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 2로 선발된 11인조 보이그룹 INI [사진제공 라포네]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 2로 선발된 11인조 보이그룹 INI [사진제공 라포네]

지난 6월 13일 일본에서는 11명의 보이그룹, INI가 탄생했다.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2의 마지막 날, 상위 11명으로 구성됐다. 쉬펑판(중국)만 제외한 나머지 10명은 모두 일본인이다.

'프로듀스 101 재팬'은 Mnet과 정식 계약을 거쳐 한일 공동으로 제작된 프로그램이다. 시즌 1은 2019년 열려 'JO1'(11인조)가 결성됐고 첫 싱글 앨범이 첫 주에만 36만이 팔리는 등 성공적인 데뷔를 마쳤다.
시즌 2는 지난해 12월 일본에 거주 중인 만 15세부터 만 27세까지의 소속사가 없는 개인 연습생 101명을 선발했고 올 4~6월 10회에 걸쳐 11명을 최종 선발했다. 일본 동영상 플랫폼 '갸오'와 유튜브를 통해 방영됐는데, 유튜브의 경우 누적 조회수가 3억3700만 뷰에 달할 정도로 일본에서 높은 관심을 모았다.
정식 데뷔를 앞둔 INI의 멤버 기무라 마사야(木村 柾哉·1위), 타지마 쇼고(田島 将吾·3위)가 한국 언론으로는 중앙일보와 첫 인터뷰를 서면으로 진행했다.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2의 한 장면 [사진제공 라포네]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2의 한 장면 [사진제공 라포네]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2의 한 장면 [사진제공 라포네]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2의 한 장면 [사진제공 라포네]

2개월이 지났지만, 최종 선발의 감흥은 여전했다. 이들은 "멤버들과 매일 같이 있는 것도 신선하고, 다양한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을 만나는 등 환경의 변화를 실감한다. 매일 바쁘게 지낼 수 있다는 점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에게는 '선배'격인 한국 '프로듀스' 시리즈는 어떻게 비쳤을까. 기무라 마사야는 "잠재력이 매우 높고 수준 높은 무대와 배틀이 많았다. 한국의 선배 그룹들의 실력을 따라잡을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며 각오를 다졌고, 타지마 쇼고 역시 "무대 하나하나에 영혼이 담겨 있어 매우 감동했고, ‘열심히 해야겠다’라는 생각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특히 한국에서 2년간 연습생 생활을 했던 타지마 쇼고는 "한국 친구가 한국판 '프로듀스 101' 시즌 2에 출연했는데, 내가 일본판 시즌2에 출연해 감회가 새로웠다. 지금 이렇게 인터뷰를 한다는 것도 너무나 꿈만 같다"고 덧붙였다.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2의 우승자 기무라 마사야는 "K팝 스타로 세븐틴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라포네]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2의 우승자 기무라 마사야는 "K팝 스타로 세븐틴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라포네]

사상 최악이라는 한일 관계에도 일본 젊은 세대에서 '한류'의 인기는 좀처럼 식지 않고 있다. 일본 '프로듀스' 시즌2에는 한국인 출연자가 없었지만 많은 연습생이 한국어를 구사했다고 한다. 이들도 K팝과 관련된 일화와 좋아하는 그룹을 소개하고 싶다고 했다.

기무라 마사야는 "처음 본 한국 아티스트는 2PM인데, 퍼포먼스를 보고 상당한 충격을 받았고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고 회고한 뒤 "지금은 세븐틴을 좋아한다. 노래나 춤이 일류이고, 우리도 세븐틴(13인조)처럼 멤버 수가 많기 때문에 멤버 각자가 매력을 발산하는 방식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타지마 쇼고는 "한국에서 연습생 생활 시절 산책을 하다가 우연히 야외 페스티벌에서 라이브로 샘킴의 'Where's My Money'를 접했다. 당시 고민이 많았을 때였는데 너무 감동해서 눈물을 흘렸고, 나는 역시 음악을 좋아하고 앞으로도 음악을 해야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좋아하는 그룹은 EXO를 꼽았다. "그룹으로 밸런스가 좋다. INI도 개개인이 빛나는 그룹으로 만들고 싶다"고 각오를 보였다.

한국에서 2년간 연습생을 거친 타지마 쇼고는 "J팝은 퍼포먼스보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멜로디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라포네]

한국에서 2년간 연습생을 거친 타지마 쇼고는 "J팝은 퍼포먼스보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멜로디에 강점이 있다"고 말했다. [사진제공 라포네]

이들은 J팝의 강점으로 멜로디를 꼽았다. 한국에서 K팝을 익힌 타지마 쇼고는 "J팝의 매력은 퍼포먼스보다는 노래다. 섬세하고 감성적인 멜로디가 강점"이라며 "다만 INI는 J팝의 요소도 K팝의 요소도 함께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그룹이기 때문에, 새로운 도전과 무대를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음악산업이 바라보는 K팝과 J팝
한때 J팝은 아시아 음악 시장의 선두주자였다. 2000년대 초중반 데뷔한 보아, 동방신기, 카라 등 K팝 가수들은 일본 무대에서 성공을 목표로 했다. 그러나 지금은 J팝과 K팝 시장의 처지가 바뀐 상황. '프로듀스'의 역수출이 대표적 사례다. 그렇다면 일본 음악산업 관계자들은 어떻게 바라볼까.
'프로듀스 재팬' 제작에 참여한 요시모토흥업의 가미가소 슈(神夏磯秀) 콘텐트제작 겸 사업본부장에게 들어봤다. 요시모토흥업은 1912년 창립해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진 연예기획사다.

가미가소 슈 요시모토흥업 콘텐츠사업본부장 [사진제공 요시모토흥업]

가미가소 슈 요시모토흥업 콘텐츠사업본부장 [사진제공 요시모토흥업]

-일본에서 K팝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한국에서 탄생한 많은 K팝 그룹은 활동(데뷔) 시작 시점부터 일본 시장을 상당히 의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일본어 음악이나 콘텐트를 풍부하게 준비하는 것은 물론, 일본에서의 활발한 라이브(공연) 활동을 포함해 모든 것들이 그렇다. K팝 그룹의 퀄리티 높은 음악과 댄스, 일본 아티스트에게는 없는 매력도 있지만, 일본 팬에 대한 극진한 서비스 태도가 수십 년에 걸쳐 일본에 확실히 들어온 결과가 지금의 K팝의 인기로 이어졌다고 생각한다.

-한국 아이돌과 비교해 일본 아이돌이 갖는 특징은 무엇인가
=일본은 아이돌 강국이고, 다양한 콘셉트의 아이돌이 탄생했다. 그 기저에는 ‘완성된 모습을 즐긴다’라기보다는 '성장 과정을 응원한다' '장래의 성공을 지원한다'는 팬들의 자세가 매우 크게 작용하고 있다. 미완성의 아이돌을 발견하고, 응원하고, 자신들의 힘으로 키우고, 그 성장 과정을 즐기는 일종의 육성 게임과 같은 감정이 있다. 또 한편의 특징으로 '남자친구가 되었으면' ‘여자친구가 되었으면’ 하는 이성으로서의 기대 의식도 중요하다.

-K팝 아이돌 산업은 J팝의 모방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반대 현상이 나타난다.
-BTS를 필두로, 세계적인 K팝 아티스트가 연이어 탄생하는 상황을 피부로 느끼면서 자연스럽게 일본 아이돌도 K팝의 영향을 강하게 받고 있다. K팝 아이돌은 일본 아이돌에게 없는 ‘댄스’ ‘랩’ ‘가창력’ 등 그 어떤 요소를 보아도 매우 높은 퀄리티를 유지하고 있다. J팝 아이돌은 '이상적 남자(여자) 친구’ 등의 이성적 감정으로 소비되지만, K팝 아이돌은 ‘실력에 의한 성공’으로 세계시장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이런 점이 일본 아이돌의 댄스나 음악의 방향성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급속한 디지털화로 세계 시장 진출이 가능해지면서 '고퀄리티의 퍼포먼스가 필수'라는 생각이 급속하게 퍼지고 있다.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2의 한 장면 [사진제공 라포네]

'프로듀스 101 재팬' 시즌2의 한 장면 [사진제공 라포네]

-한국식 '프로듀스' 시리즈를 선보여 성공을 거뒀다.
=일단 한국의 '프로듀스 101' 자체가 이미 큰 인기를 가지고 있었다. 다만 그 포맷을 일본 현지화하면서 일본 정서에 맞도록 최적화했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는 이미 기획사에 소속되어 오랜 트레이닝을 통해 프로에 준하는 수준에 이른 멤버가 참가하는 시스템이다. 반면 일본은 시청자가 감정이입이 되도록 연습생의 성장이 더 잘 보일 수 있게 했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이 점점 글로벌화되어 가고 있는 환경 속에서, 국경을 초월한 파트너십을 맺을 때 그 가능성의 폭을 보다 크게 넓힐 수 있다. 한 기업에서는 10년이 걸려도 이룰 수 없는 일을, 최상의 파트너와 협업함으로써 그것을 단기간에 실현할 가능성이 생겼다. 이런 시도가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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