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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네시주 ‘1000분의 1 확률’ 폭우…생후 7개월 쌍둥이도 참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바이든 대통령, 테네시주 '중대재난지역' 선포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최소 22명이 사망한 미 테네시 주(州)에서 홍수 피해 복구 작업이 시작된 가운데 재난 속에서 가족 등을 잃은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전해지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지난 21일 폭우가 미 남동부에 위치한 테네시 주를 강타하면서 19살의 언니 케일린 브라이언트와 15살 릴리 브라이언트는 간신히 작은 뗏목 하나를 붙잡았다. 그러나 곧 뗏목이 나무에 부딪히며 자매는 물살에 휩쓸렸고, 언니 케일린은 안전한 지역으로 이동하는 데 성공했지만 동생 릴리는 실종됐다.

이모인 타리 홀더맨은 NYT와 인터뷰에서 “케일린이 자신을 탓하고 있다”며 “아직 아무도 릴리를 봤다는 사람이 없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같은 날 집안에 차오르는 물속에서 발끝으로 간신히 얼굴을 내밀며 숨을 쉬던 테리 오언은 그에게 도움을 요청하던 간절한 외침이 아직도 귀에 맴돈다고 했다. 오언은 길 건너편에 한 여성이 현관 기둥에 위태롭게 매달려 있는 것을 보았지만 “지금 그쪽으로 갈 수가 없다”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곧 오언에게 도움을 요청하던 목소리는 더는 들리지 않게 됐다.

이후 물에 떠내려간 여성은 오언의 아들과 마찬가지로 시신으로 발견됐다.

진흙 범벅이 된 주택 거실에 주인 잃은 신발 한짝이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진흙 범벅이 된 주택 거실에 주인 잃은 신발 한짝이 놓여 있다. [AP=연합뉴스]

현지의 한 카운티 보안관은 “이번 폭우로 사망한 사람 중 5~7명이 어린이로 파악됐으며, 이중엔 생후 7개월 된 쌍둥이도 포함됐다”고 말했다. 미국 국립기상청에 따르면 21일 테네시 주의 카운티 매큐언 지역에는 432㎜의 비가 내렸다. 지난 1982년 9월 테네시 주 밀란에서 기록된 종전 최고치 345㎜보다 많은 양이다.

이에 24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백악관 성명을 통해 테네시 주를 중대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연방정부의 지원을 명령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홍수 사태에 대해 “테네시 주에서 발생한 홍수는 한때 자신들은 (자연재해에) 면역이라고 생각했던 내륙에서 발생한 것”이라며 “수년간 전문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이 미국 전역의 홍수 위험을 높일 것이라 경고해왔다”고 전했다. 로이 라이트 전 연방재난관리청(FEMA) 국가홍수보험프로그램(NFIP) 대표는 “기후 변화가 미국의 정문을 부수고 들어왔다”고 평가했다.

온실가스 배출로 빙하가 녹으며 발생한 다량의 한류가 극심한 폭염과 물 폭탄을 번갈아 가며 만들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제프리 보닌 전 미 국립해양대기청 수문학자는 “(원래는) 테네시와 같은 지역에 단기간 이런 비가 내릴 가능성은 1000분의 1도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23일(현지시간) 웨이벌리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홍수 피해를 본 한 집에서 가구를 옮기고 있다. [AP=뉴시스]

23일(현지시간) 웨이벌리에서 한 자원봉사자가 홍수 피해를 본 한 집에서 가구를 옮기고 있다. [AP=뉴시스]

이 같은 기후변화가 무차별적인 열대우림 벌목에 영향 받은 것이라는 경고도 나온다. 글로벌 환경단체인 이마존(Imazon)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지난 2020년 8월부터 2021년 9월까지 한 해 동안 벌목으로 사라진 아마존 열대우림은 1만476㎢로 2012년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뉴욕시 전체의 13배에 해당하는 크기로, 전년보다 57% 늘어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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