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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곧 망한다" 이 말 바꾼 팀 쿡, 그가 '신기' 부린 1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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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오른쪽)이 애플을 창업한 1대 황제라면 팀 쿡(왼쪽)은 애플을 수성한 2대 제왕이다. 사진은 2010년 기자회견 장면. 약 1년 뒤 잡스는 사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스티브 잡스(오른쪽)이 애플을 창업한 1대 황제라면 팀 쿡(왼쪽)은 애플을 수성한 2대 제왕이다. 사진은 2010년 기자회견 장면. 약 1년 뒤 잡스는 사망했다. 로이터=연합뉴스

팀 쿡이 애플의 최고경영자(CEO)로 등극한지 24일(현지시간)로 꼭 10년이 된다. 애플의 전설 스티브 잡스가 췌장암으로 사망하면서 쿡에게 리더십 바통을 넘겼을 때만 해도 그에 대해선 우려의 시선이 쏟아졌다.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23일 전한 바에 따르면 당시 분위기는 이랬다. ”애플은  곧 망할 게 분명해.” 10년 후, 쿡은 보란 듯 그 정반대의 결과를 냈다. 숫자가 증명한다.

미국뿐 아니라 중국까지 망라한 주요 빅테크 기업의 CEO가 재임 기간 중 만들어낸 시가총액, 즉 주식시장에서의 기업 가치가 그를 말해준다. 이코노미스트 집계에 따르면 팀 쿡은 10년 동안 애플의 시총을 매년 평균 연 2103억 달러(약 245조 원)씩 증가시켰다.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연 평균 600 억 달러),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768억 달러)를 훌쩍 뛰어 넘는 수치다.

이코노미스트 캡쳐

이코노미스트 캡쳐

애플은 꼭 1년 전인 지난해 8월엔 ‘꿈의 시총’으로 불리는 2조 달러(약 2333조 원)를 기록했다. 23일 마감한 뉴욕 증시에서도 애플의 시총은 약 2조 1000~3000억 사이를 오갔다. 2조 달러선은 안착한 셈이다. CNBC 등 미국 경제 매체는 지난 6월 “애플 시총이 빠르면 내년(2022년) 3조 달러에 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양적 성장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내실도 다졌다. 이코노미스트는 “덜 알려져있긴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쿡이 ‘애플 기반 경제,’ 즉 애플 플랫폼에 연동돼 돌아가는 모든 기업의 연 매출을 7배로 늘려놓았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애플의 생태계, 즉 애플 없이는 돌아가지 않는 순환 고리 역시 탄탄히 구조화했다는 의미다.

팀 쿡 애플 CEO가 고 이건희 회장 빈소에 보낸 조화. 상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한때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 엑소르에서 보낸 조화도 옆에 있다. 김영민 기자

팀 쿡 애플 CEO가 고 이건희 회장 빈소에 보낸 조화. 상주인 이재용 부회장이 한때 사외이사로 재직했던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 엑소르에서 보낸 조화도 옆에 있다. 김영민 기자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했던 건 쿡의 리더십과 통찰력이다. IBM에서 경력을 본격 시작한 쿡은 애플 입사 당시 물류 및 재고 관리 전문가에 가까웠다. 그런 그의 ‘신의 한 수’는 뭐였을까. 이코노미스트가 꼽은 건 세 가지다. 첫째, 모바일과 디지털화의 흐름에서 그가 앞서갔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팀 쿡은 모바일 기기에 대한 세계 시장의 열렬한 수요를 읽고 고성능(souped-up) 아이폰 생산에 박차를 가했다”며 “9월에 출시 예정인 아이폰13은 (기존 모델에 비해) 거의 5000% 정도는 빠른 초소형 수퍼컴퓨터”라고 전했다.

팀 쿡이 6가지 색상의 아이폰11을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팀 쿡이 6가지 색상의 아이폰11을 소개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쿡의 두 번째 신기(神技)는 그가 글로벌 시장의 흐름을 적확히 읽어냈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특히 중국의 부상을 예상하고 중국 본토에서 100만 명을 고용하는 등 흐름을 앞서갔다”고 전했다. 세 번째는 이코노미스트가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 앱 생태계다. 이코노미스트는 “스티브 잡스조차 앱 시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며 “그러나 쿡은 공격적으로 앱 시장을 키워 현재 200만개의 앱을 거느렸으며 지난해에만 전 세계 사용자들이 6430억 달러를 결제했다”고 전했다.

쿡을 진정으로 차별화한 것은 그러나 실력뿐이 아니다. 그는 기업의 성장에만 집중하는 CEO가 아니라 가치와 책임을 중시하는 리더의 모습을 보였다. 이코노미스트 표현에 따르면 “애플과 같은 규모의 기업이라면 (인류와 환경에 대한)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선언한 첫 기업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또 “잡스가 아이폰을 더 효율적이고 더 예쁘게 만드는 데만 집중했다면 쿡은 환경을 보호하는 가치 역시 중시한다”고 설명했다.

팀 쿡이 지난해 8월 자신의 트윗에 올린 글. 그가 '성장'뿐 아니라 '가치'를 중시하는 리더임이 드러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팀 쿡이 지난해 8월 자신의 트윗에 올린 글. 그가 '성장'뿐 아니라 '가치'를 중시하는 리더임이 드러난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쿡은 다양성 역시 중시한다. 그 자신이 2014년 언론 기고를 통해 “나는 게이이고, 그 사실이 자랑스럽다”는 요지로 커밍아웃을 한 성소수자다. 그는 수 차례 “주변의 시선을 두려워하는 이들에게 ‘성소수자임을 밝혀도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의 이러한 리더십 특징은 아래 기사에서 자세히 다뤘다. ‘혼자 빨리’ 가는 게 아니라 ‘함께 멀리’ 가는 동행과 경청의 리더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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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애플의 제왕으로서의 쿡이 보낸 10년은 그가 일궈낸 장밋빛이었다. 앞으로 10년은 어떨까. 쿡은 지난 4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10년 더 하라고요? 아마도 그럴 일 없을 겁니다. (은퇴할) 날짜는 아직 몰라요. 지금 충분히 좋고요. 하지만 10년 더는 글쎄, 꽤나 긴 시간이죠. 아마 10년이나 더 하진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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