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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때려 숨지게 한 40대 "서로 치고받았다"…경찰 "일방적 폭행" 왜

중앙일보

입력

폭력 일러스트. 중앙포토

폭력 일러스트. 중앙포토

폭행 일주일 만에 친구 사망

전북 전주에서 동갑내기 친구를 폭행해 숨지게 한 40대 남성은 쌍방 폭행을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경찰은 부검 결과 등을 바탕으로 이 남성의 일방적 폭행으로 친구가 사망한 것으로 잠정 결론 냈다.

[사건추적] #상해치사 혐의 40대 구속

24일 전주 완산경찰서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 결과 상해치사 혐의로 구속된 A씨(47)에게 폭행당해 숨진 B씨(47) 사망 원인은 외상성 쇼크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 관계자는 "숨진 피해자 다리 등 하체 곳곳에서 피멍이 발견됐다"며 "'하체 쪽에 피가 안에서 뭉치는 피하 출혈이 많고, 그 정도면 죽을 수 있다'는 부검의 구두 소견이 있었다"고 말했다. A씨는 경찰에서 "상체를 때리면 죽을 것 같아 하체 위주로 때렸다"는 취지로 말했다.

국과수 부검 결과 "외상성 쇼크사" 

도대체 둘 사이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경찰에 따르면 이 사건은 지난 14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날 오후 A씨는 전주시 완산구 삼천동 자택에서 친구인 B씨와 후배, 동거녀 등과 함께 저녁 식사 겸 술자리를 했다.

A씨와 B씨는 사회에서 만난 친구로, B씨가 A씨 집에 수시로 와서 자고 밥을 먹을 정도로 막역한 사이였다고 한다. 일용직 노동자인 B씨는 A씨 자택 근처 집에서 혼자 살았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제대로 못 걸어 '병원 가자' 했지만 거절" 

사건 당일에도 이들은 평소처럼 A씨 집 거실에 모여 밤 늦게까지 술을 마셨다. 자정이 다가오자 함께 있던 A씨 동거녀는 자녀 방으로, 후배도 다른 방에 들어가 잤다.

두 사람만 거실에 남게 되자 사달이 났다. 술에 취한 A씨와 B씨가 말다툼을 하다 급기야 주먹다짐으로 번졌다. A씨는 주먹과 발로 B씨의 다리 등을 마구 때렸다.

A씨에게 폭행을 당한 B씨는 다리를 절룩거렸지만, 사건 이후에도 A씨 집에 계속 머물렀다. 지난 18일에는 본인 집에 다녀오기 위해 외출하는 모습이 폐쇄회로TV(CCTV)에 찍혔다.

하지만 B씨가 제대로 걷지 못하고 몸 상태가 악화하자 A씨는 "같이 병원에 가자"고 했다고 한다. 하지만 "B씨가 원치 않아 가지 못했다"는 게 A씨 주장이다.

B씨는 이후에도 A씨 집에서 일상생활을 하다가 지난 21일 갑자기 숨졌다. A씨는 이날 "일주일 전쯤 친구를 때렸는데 오늘 죽었다"며 자수했다.

피의자 "쌍방 폭행"…경찰 "체격 차 너무 커"

A씨는 "술을 마시다가 B씨가 '거짓말을 잘한다' 등의 이유로 시비가 붙어 서로 치고받았다"며 "사건 이후 B씨를 돌봐줬고, 방치하지 않았다"는 취지로 말했다. A씨 후배와 동거녀는 경찰에서 "문밖에서 '투닥투닥' 소리가 났는데 아침에 거실에 나와 보니 B씨가 많이 맞은 것 같았다"며 "21일 새벽 1시까지는 B씨가 살아 있는 것을 봤다"고 진술했다.

A씨는 "나 때문에 친구가 죽은 것 같다"며 범행을 시인하면서도 쌍방 폭행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가해자가 무술 유단자인 점 ▶부검 결과 피해자가 피멍이 들 정도로 심하게 폭행한 점 ▶피해자 몸은 왜소했지만 가해자는 키 180㎝ 안팎, 몸무게 100㎏ 이상의 거구인 점 등에 비춰 A씨의 일방적 폭행으로 B씨가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조사 결과 A씨는 주먹과 발 외에 다른 도구를 이용해 B씨를 폭행하지는 않았다. 동거녀와 후배가 범행에 가담한 정황도 발견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가 범행을 인정하는 데다 사실관계가 명확한 만큼 조만간 사건을 마무리해 검찰에 송치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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