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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치된 야쿠르트 2개, 통장의 눈썰미가 독거노인 살렸다

중앙일보

입력

우리 사회 선한 이웃으로 선정 

통장 나영숙(64)씨가 24일 오전 강원 춘천시 후평동 독거노인 A씨(80)의 집을 다시 찾아 방안을 둘러보고 있다. 박진호 기자

통장 나영숙(64)씨가 24일 오전 강원 춘천시 후평동 독거노인 A씨(80)의 집을 다시 찾아 방안을 둘러보고 있다. 박진호 기자

집 앞에 덩그러니 놓인 야쿠르트 2개를 이상하게 생각해 독거노인의 생명을 구한 통장이 표창을 받게 됐다.

춘천시, 후평1동 31통장 나영숙씨에 표창

강원 춘천시는 24일 “‘선한 이웃 마을돌봄 프로젝트’에 기여한 후평1동 31통장 나영숙(64·여)씨에게 춘천시장 표창을 수여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나씨가 표창을 받게 된 것은 무더위와 굶주림에 생사를 넘나들던 독거노인 A씨(80)의 생명을 구하는 데 큰 역할을 해서다.

나씨는 지난 8일 오후 2시쯤 119에 전화를 걸어 “혼자 사는 A씨의 집 앞에 야쿠르트가 며칠째 그대로 있으니 집안을 확인해달라”고 신고했다. 이어 소방대원이 현장에 도착하자 “제가 다 책임질 테니 문부터 빨리 열어달라”고 했다. 나씨가 119에 신고한 후 다급하게 문 개방을 요청한 건 문 앞에 야쿠르트가 2개나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연한 일 했는데 상 받아도 되나 싶다” 

강원 춘천시 후평동1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가정을 일일이 다니며 안부를 묻는 통장 나영숙(64)씨. 박진호 기자

강원 춘천시 후평동1동에 거주하는 독거노인 가정을 일일이 다니며 안부를 묻는 통장 나영숙(64)씨. 박진호 기자

후평1동 행정복지센터는 독거노인에게 매주 화·목요일, 일주일에 두 차례씩 야쿠르트를 배달하는 ‘사랑의 야쿠르트’사업을 하고 있다. 야쿠르트가 2개 쌓였다는 건 독거노인이 최소 사흘째 집 밖으로 나오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문을 열고 들어가자 A씨는 집안에서 꼼짝도 하지 못한 채 누워있던 상태였다. 현재 A씨는 요양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기력을 회복하고 있다.

나씨는 지난 2월에도 치매에 걸린 독거노인을 발굴해 후평1동 행정복지센터에 신고했다. 해당 독거노인의 경우 대화를 할 때 횡설수설하는 사례가 반복하는 등 이상징후가 나타나 오랜 기간 유심히 관찰했다고 한다. 나씨는 해당 노인이 염색약을 물에 타서 먹은 것을 확인하고, 119에 신고한 후 복지담당자에게 알렸다. 이 독거노인 역시 현재 요양원에서 치료를 받으며 생활하고 있다.

나씨는 “당연히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인데 표창을 받게 돼 이 상을 받아도 되나 싶다”며 “작은 관심이 소중한 생명을 살릴 수 있는 만큼 이번 일을 계기로 서로서로 이웃의 안부에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고 말했다.

표창장 다음 달 24일 춘천시청에서 수여

새마을문고중앙회 춘천시지부 결성한 춘천시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이 지난 11일 A씨의 집을 찾아 대청소를 하는 모습. [사진 새마을문고중앙회 춘천시지부]

새마을문고중앙회 춘천시지부 결성한 춘천시새마을작은도서관봉사단이 지난 11일 A씨의 집을 찾아 대청소를 하는 모습. [사진 새마을문고중앙회 춘천시지부]

2005년 7월부터 통장으로 활동해 온 나씨는 주민들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며 지역에 있는 고령 노인들의 건강과 경제 상황 등 생활실태를 꼼꼼히 챙겨왔다고 한다. 몸이 불편한 노인은 요양등급을 받아 요양보호서비스를 받도록 도와주고, 생활이 어려운 노인은 생계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돕는 등 취약계층과 행정기관을 연결하는 역할을 해왔다.

이승희 춘천시 후평1동 맞춤형복지담당은 “나씨는 통장과 지역사회보장협의체 활동을 겸임하면서 생활이 불편한 취약계층의 어려운 사연에 공감하고 아파하며 그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애써왔다”며 “특히 혼자 사는 어르신들의 복지에 관심을 기울여 주민이 주민을 돕는 지역사회복지 증진에 큰 역할을 해왔다”고 말했다.

한편 선한 이웃 마을돌봄 프로젝트 기여 유공 시민 표창장 수여식은 다음 달 24일 춘천시청에서 열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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