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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옷을 입고 어딜" 코로나 검사장서 쫓겨난 기모노[영상]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주말 중국 푸젠성 샤먼시의 한 코로나19 핵산 검사장에서 기모노 차림의 여성이 복장을 이유로 자원봉사자에게 검사를 거부당한채 쫓겨나고 있다. [웨이보 캡처]

지난 주말 중국 푸젠성 샤먼시의 한 코로나19 핵산 검사장에서 기모노 차림의 여성이 복장을 이유로 자원봉사자에게 검사를 거부당한채 쫓겨나고 있다. [웨이보 캡처]

23일 중국 소셜네트워크(SNS)에 기모노 친일 논란이 뜨겁게 펼쳐졌다. 논쟁의 시작은 지난 주말 중국 동남부의 푸젠(福建)성 샤먼(厦門)에서 기모노(일본 전통 복장) 차림의 일식당 여성 종업원이 코로나19 핵산 검사장에서 쫓겨나는 영상이 유포되면서다. 그를 쫓아낸 검사장 자원봉사자는 여성의 기모노 복장을 문제삼은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인터넷 매체 관찰망은 자원봉사자의 대응이 지나쳤다는 네티즌 반응이 더 많다고 소개하면서, 일본 문화에 대한 호불호와 ‘정일(精日, ‘정신 일본인’의 준말로 친일파를 일컫는 중국식 용어)’은 다르다는 과거 중국 당국의 판단을 강조했다.

#샤먼기모노# 검색어 3억7000만 뷰 

24일 오전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서 관련 검색어(#샤먼여성기모노핵산검사)는 3억7000만 뷰를 기록 중이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시 당 선전부 직속의 인터넷 매체 구파신문(九派新聞)은 23일 문제의 기모노 영상을 웨이보에 게재했다. 영상 속 여성은 사고 당일 기모노를 입고 핵산 검사장을 찾았다. 가슴에 이름표를 달고 있어 쉽게 일식당 종업원으로 구분할 수 있어 보인다. 그녀를 본 자원 봉사자가 다가와 “안 돼, 안 돼. 이 차림으로는 올 수 없다”며 검사를 거부했다. 그러자 옆의 지원자는 “이런 옷을 입고 어딜 나오나. 중국인이라면 중국 옷을 입어야지”라며 거들었다. 옆에 있던 다른 직원은 “옷을 갈아입고 다시 와라”고 쫓아내자 이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며 OK 손짓을 하며 돌아갔다.

영상이 공개되자 중국 네티즌 반응은 곧 찬반으로 갈라졌다. 한 네티즌은 “좋은 시절이 온 지 오래됐는데 언제 왔는지 잊어버린 듯하다”며 여성을 손가락질하고 지원자를 칭찬했다. 영상 속 여성은 곧 중국식 친일파 격인 ‘정일(精日) 분자’로 낙인찍혔다.

일본에서도 중국 전통 한푸 입는데… 

곧 반전이 일어났다. 한 네티즌 댓글이 9만 여건의 ‘좋아요’를 받으면서다. 그는 “일본의 식당은 중국인 고객을 위해 한푸(漢服, 중국식 전통복장)를 입는다. 중국의 일식당 역시 고객을 위해 기모노를 입을 수 있다. 원칙 운운하며 영상 속 여성을 비난할 필요 없다”며 기모노 여성을 두둔했다. 샤먼의 닛코(日航)호텔 홍보부 책임자는 “영상 속 여성은 닛코 호텔의 일식당 종업원으로 당시 당국으로부터 핵산 검사 통지를 받고 옷을 갈아입을 시간이 없어 나갔을 뿐, 어떤 정치적 입장을 대변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고 관찰자망이 보도했다.

중국 당국은 지난 2018년 친일의 한계를 분명히 밝혔다. 당시 공산주의청년단 중앙은 공식 웨이보에 “일본 만화를 보고, 일본 요리를 먹고, 우수한 일본 문화를 좋아하는 행위는 ‘정일’이 아니다. 이는 개인의 합법적 권리이며 완전히 정상적인 현상”이라며 “중국이 부정하는 것은 이런 행동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그렇다고 중국의 친일 논쟁이 종식된 것이 아니다. 최근 8·15 광복절에는 최근 무협 드라마 ‘산하령’(山河令)으로 인기를 몰고 있는 배우 장저한(張哲瀚·30)이 도쿄 야스쿠니 신사에서 찍은 셀카가 공개되면서 28개 광고 계약이 취소되는 등 사실상 연예계에서 퇴출당했다.

‘친일’은 일본 군국주의에 한정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정일’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국주의에 열광하는 행위로 한정한다. 공청단은 당시 “자기 국가와 민족을 모독·모욕하면서 다른 나라를 좋아하는 행위는 ‘흥미’와 ‘애호’의 범주를 벗어난다”고 판단했다.

이번 샤먼 기모노 논란에서 양광장(楊光張)이란 아이디의 네티즌은 “이번 논란을 두고 중국의 극단 민족주의 정서가 범람했다고 단정해선 안된다”며 “일본 문화는 결코 적이 아니며, 민족주의 정서는 소수에 이용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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