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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내려온다' 판 짠 그의 3억뷰 비결…"1년 뒤를 상상하라"

중앙일보

입력 2021.08.24 08:00

업데이트 2021.09.28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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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촬영한 한국 홍보 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의 한 장면. [사진 한국관광공사]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앞에서 촬영한 한국 홍보 영상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의 한 장면. [사진 한국관광공사]

지난 연말·연초, 온라인 세상은 ‘범 내려오는 소리’로 떠들썩했다. 밴드 이날치의 퓨전국악 ‘범 내려온다’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자유분방한 안무가 큰 화제가 됐던 한국 홍보 영상 얘기다.

원래 이 영상은 한국관광공사의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Feel the Rhythm of Korea)’ 캠페인의 일부였다. 그것도 메인이 아니라 서브 영상이었다.

하지만 말 그대로 ‘대박’이 났다. 한류 걸그룹 ‘있지(ITZY)’가 출연한 메인 영상을 훌쩍 뛰어넘어, 누적 조회 수 3억 뷰를 기록했다. 유튜브 코리아가 뽑은 ‘전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광고 영상’ 8위에 올랐고, 대한민국광고대상 등 수많은 상을 휩쓸었다. ‘셀럽’ 없이도 관심을 끌 수 있고, 공익광고도 힙(hip)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영상이 뜬 뒤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는 집중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이 ‘환상의 조합’을 기획한 주인공은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광고인 서경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다.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프로젝트를 기획한 서경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는 자신을 ‘판 짜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사진 이정은]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프로젝트를 기획한 서경종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그는 자신을 ‘판 짜는 사람’으로 규정했다. [사진 이정은]

그는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의 ‘판’을 짠 사람이다. 이날치·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를 설득해 출연을 성사시켰고, 한여름 백팩을 메고 부산·전주 등 전국 6개 도시를 돌며 영상을 제작했다. 최근에는 영화 ‘미나리’의 윤여정 배우가 등장해 화제가 된 맥주 광고도 찍기도 했다.
지난 11일 서 디렉터를 만나 ‘터지는’ 콘텐트 기획의 비결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범 내려온다’의 인기를 예상했나요?
전혀요. 메인 영상이 아니었거든요. 보통 한류스타, 소위 ‘빅모델’이 등장하는 영상이 메인이 되죠. 저는 걸그룹 있지(ITZY)가 모델로 등장하는 메인 캠페인이 진행 중인 시점에 뒤늦게 합류했어요. 메인 캠페인이 다루지 못하는 지역의 서브 영상을 만드는 게 제 숙제였죠.  
촬영은 어떻게 진행됐나요?
제작비가 편당 3천~4천만 원쯤이었어요. 아침에 부산에서 찍고 새벽 2시에 전주로 이동하는 강행군이 이어졌죠. 하루에 한 편씩 찍었어요. 싼 카메라로, 조명도 없이. 그 모습이 불쌍해 보였던지 이날치 밴드나 앰비규어스 댄스팀이 많이 도와줬어요.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많았겠네요.
놀러 나온 일반인을 섭외해 촬영하는 일이 비일비재했어요. 영상을 자세히 보면 저랑 스텝도 등장해요. 부산역에서 춤출 때 멀리 까만 점처럼 보이는 사람, 강릉 편 수산시장 건어물 가게 앞에서 카메라 들고 있는 사람이 저예요. 스님으로 등장한 분은 저희 로케이션 매니저였고요.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는 댓글이 많더군요.
일부러 숨겨진 코드를 넣었어요.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를 보면 어떤 관객은 보고, 어떤 관객은 못 보고 지나치는 것들이 많잖아요. 그런 것들이 공유성(Shareability)을 높이는 요소 중 하나죠. 사람들에게 ‘찾아내고, 공유하면서, 얘기하는 재미’를 주는. 기획 당시부터 그런 디테일을 넣으려고 노력했어요. 가령 장소도 그냥 한국의 상징적인 장소만 나오면 재미가 없잖아요. 그래서 영화 ‘기생충’이나 드라마 ‘도깨비’에 등장한 곳을 넣어서 ‘발견하는 재미’를 주려고 했죠. 스토리텔링도 마찬가지예요. 영상 곳곳에 ‘별주부전’의 별주부를 숨겨뒀어요. 목포 편에서 토끼가 케이블카를 타고 도망가는데, 강릉 편에는 허탈한 모습의 별주부가 등장하는 식이죠. 사람들이 그걸 찾아내더라고요.  
기획의 출발점은 무엇이었나요?
‘코로나 상황에서 유튜브에서 통하는 코드가 뭘까’를 고민했어요. 처음 관광공사에서 프레젠테이션을 할 때, 뮤직비디오 말고 다른 아이디어도 제안했는데요, ‘본능적으로 끌리는 감각을 활용한다’는 게 공통점이었어요. 예를 들면 어떤 동작이 반복되는 영상, 떡판을 눌렀을 때의 쫀득함이나 질감을 잘 보여주는 식이었죠. ‘인간이라면 누구나 통하는 본능적 코드를 활용하면 전 세계 사람이 보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날치를 떠올린 것도 그 연장선이었나요?
다양한 아티스트 후보가 있었어요. 이날치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조합도 그중 하나였죠. 집에서 이날치의 노래를 엄청 들었는데, 아들이 가사도 모르는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추더라고요. 그걸 보고 ‘되겠다’ 싶었죠. 리듬이 뭔지도 모르는 6살짜리가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을 추니 ‘이건 본능적인 리듬이구나’ 생각한 거죠. 그래서 확신을 갖고 이날치 한 팀만 단독으로 제안했죠.
최근 진행한 맥주 광고도 배우 윤여정 씨 섭외가 인상적이었어요.
‘맥주 광고하면 생각나는 전형적인 그림이 아니라 신선하다’는 평이 많았죠. 이것도 이날치나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랑 비슷한 맥락인데, 섭외를 발 빠르게 잘 한 것 같아요. 출연을 제안한 시점이 2월이었어요. 영화 ‘미나리’가 국내 개봉한 건 3월쯤이었고요. ‘미나리’가 제2의 ‘기생충’처럼 굉장히 화제가 될 것 같다고 예상을 한 거죠. 실제로 영화 개봉 뒤, 윤 선생님이 굉장히 바빠지셨죠.  
트렌드를 앞서갔던 거네요. 비결이 뭔가요?
저는 반발 앞서가려고 해요. 너무 나가면 대중이 받아들이기 힘들거든요. 그리고 아이디어를 떠올릴 때 시점을 이동시켜 생각해봐요. 예를 들어 ‘1년 뒤에 이 영상이 어떻게 보일까’를 상상하는 거죠.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의 가제는 ‘컴 댄스 위드 코리아(Come Dance With Korea)’였어요. “(코로나로) 외국인들이 오지도 못하는데 무슨 Come이냐”고 이의를 제기해서 그걸 Feel로 바꿨죠. 영상 끝에도 딱 두 문장의 카피만 적었어요. #Cheer up the world. #Meet you later. 지금도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비슷한 생각을 해요. ‘연말에 이걸 보면 어떤 반응이 올까’라고. 때로는 ‘시간’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상상해 보기도 하고요
“영감의 비결 중 하나는 잡지와 신문이다.” 서경종 CD는 평소 영상보다 텍스트를 많이 본다고 했다. 그의 사무실에는 그가 지금까지 모아온 잡지가 가득하다. [사진 이정은]

“영감의 비결 중 하나는 잡지와 신문이다.” 서경종 CD는 평소 영상보다 텍스트를 많이 본다고 했다. 그의 사무실에는 그가 지금까지 모아온 잡지가 가득하다. [사진 이정은]

궁극적으로 어떤 광고를 만들고 싶은가요?
저는 광고를 만들지만, 광고 자체가 ‘최종 목적’은 아니에요. 브랜드가 이걸 통해 사람들에게 무엇을 알리려고 하는가, 어떤 PR 효과가 날 것인가, 그런 걸 더 중요하게 생각하죠. ‘사람들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가’도 고민하고요. 진행했던 광고 중에 LG 유플러스 인공지능 캠페인이 있어요. 단순히 영어학습용 콘텐트라는 걸 강조할 수도 있지만, 저는 ‘사회적인 이유’를 만들고 싶어요. 아이들이 무분별하게 영상을 봤을 때와 정제된 콘텐트를 봤을 때, 언어 발달이 어떻게 달라질까, 광고에 그런 포인트를 넣는 거예요.
콘텐트 기획을 고민하는 분에게 조언해준다면?
저는 ‘사람’에게서 영감을 제일 많이 얻어요. 세상은 복잡하고, 우리가 모든 걸 알 수 없잖아요. 각 분야에는 가장 잘하는 전문가가 있고, 그런 사람은 업계 사람들이 가장 잘 알죠. 그래서 다양한 분야 사람을 만나서 많이 묻고 다녀요. 콘텐트를 기획한다고 꼭 내가 A부터 Z까지 다 잘할 필요는 없어요. 저는 스스로를 ‘판 짜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전체적인 방향성을 정하고, 잘하는 분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게 제 일이죠. 요즘은 이런 게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봐요. 모든 걸 잘하는 멀티 플레이어가 아니라, 전체적인 판을 짜고 만드는 역할이요.
※ 서경종 CD는 18년 차 광고인이다. 2003년 HS애드에 입사해, LG유플러스·LG전자 등의 다양한 캠페인을 총괄했다. ‘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이후 독립해 새 회사(온보드)를 공동창업했다. 사라져가는 ‘할머니의 레시피’를 기록하는 개인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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