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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코로나 계약해제"라지만…예식장 "위약금 500만원"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예식장 인원 제한과 실효성 없는 분쟁 해결 대책에 결국 불만이 터진 예비부부들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트럭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에 따른 예식장 인원 제한과 실효성 없는 분쟁 해결 대책에 결국 불만이 터진 예비부부들이 19일 서울 중구 서울시청 앞에서 트럭시위를 하고 있다. 뉴스1

부천의 한 예식장에서 11월에 결혼식을 올리기로 한 이모(30)씨는 최근 다른 예비신부들과 이 예식장을 단체로 방문했다. 수도권 거리두기 4단계에도 보증인원과 식대를 낮출 수 없다는 방침에 항의하기 위해서다. 이씨와 함께 예식장을 찾은 예비신부는 다음 달로 예정된 결혼식을 취소하려고 했지만, 위약금을 내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씨는 “예식장 측에서는 결혼식을 취소 시 계약금의 30% 정도만 돌려주고,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패키지 비용은 환불이 안 된다고 한다”며 “보증인원이 300명인 홀의 경우 위약금이 500만원 정도고, 스드메 비용도 150만원에 달한다”고 말했다. 예식 날짜 변경은 3개월 이내에서만 가능하고, 한 차례 예식을 연기할 경우 거리두기 단계와 상관없이 무조건 식을 진행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현장과 거리 둔 공정위 권고

2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웨딩업체 웨딩홀에 거리두기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20일 서울 시내의 한 대형 웨딩업체 웨딩홀에 거리두기 안내문이 붙어 있다. 뉴스1

지난해 9월 공정거래위원회는 코로나19로 위약금 분쟁이 늘자 계약 이행이 불가능한 경우 위약금 없이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집합 제한 등 경우엔 예식 날짜를 위약금 없이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강제'가 아닌 '권고사항'이다. 공정위가 앞서 개정한 소비자분쟁해결 기준이 현장에서 작동하지 않으면서 이씨와 같은 사례가 늘고 있다. 공정위 기준이 현장과 거리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급증한 예식 관련 소비자상담 

23일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이달 1일부터 20일까지 예식서비스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는 556건에 달했다. 8월이 아직 다 지나지 않은 데다 예식 관련 소비자 상담이 계속 늘고 있어 600건을 넘어설 전망이다. 지난 6월(172건)보다 211% 급증한 지난달(535건)보다도 문의가 늘었다. 상담 대부분은 거리두기 4단계로 계약 해지를 요구했으나 과도한 위약금을 청구받은 사례다.

7월 이후 폭증한 예식 관련 소비자상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7월 이후 폭증한 예식 관련 소비자상담.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9월 예정 결혼식을 1달 연기한 정모(29)씨는 “한 차례 미루기는 했는데 10월에도 코로나19 상황이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하다. 1·2주 전에 하객들한테 결혼 날짜가 바뀌었다고 말하는 것도 어렵다”며 “예식장은 미룬다고 해도 ‘스드메’ 비용에 날짜까지 다시 맞추는 건 또 다른 문제라 공정위 약관이 사실상 무용지물이다”고 토로했다. 이어 “49명이면 정말 친한 친구도 못 부르게 되는데 차라리 정부에서 결혼식을 금지했으면 좋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스·드·메 규정은 공백

공정위는 앞서 개정한 표준약관을 통해 위약금 면책‧감경 권고 기준을 예식 시점의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적용하도록 했다. 공정위가 정한 기준을 적용하려해도 거리두기 단계에 따라 들쑥날쑥하다보니 예비부부들은 혼란스럽다. 또 정씨가 말했듯 예식장 외에 메이크업‧사진‧촬영 등에 대해서는 환불 기준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것도 예비부부들의 고충이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전경. 연합뉴스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실 전경. 연합뉴스

이에 대해 공정위는 “소송 이외의 방법으로는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안타까운 상황이지만 개별 사례마다 차이가 크고 정부 방역조치에 따른 것이라 한쪽에 책임을 지울 수도 없다"며 "셧다운을 했던 미국·유럽 등도 이 같은 경우 기존 계약법을 따르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민사소송을 진행할 경우 공정위 권고가 소비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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