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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수사 중인데...감사원의 석연찮은 '인천공항 스카이72' 감사

중앙일보

입력

스카이72 골프장. [사진 인천공항]

스카이72 골프장. [사진 인천공항]

  [현장에서] 

 "재판과 수사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데도 감사원이 왜 무리하게 감사를 진행하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얼마 전 만난 인천국제공항공사(이하 공사) 관계자는 답답하다는 표정으로 이렇게 토로했다. 그는 "재판을 앞두고 있으니 감사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이마저도 감사원이 거부했다"고 덧붙였다.

 사정은 이랬다. 인천공항 옆 공사 소유의 땅에 조성된 골프장인 '스카이72'의 임대계약이 지난해 말로 종료됐다. 앞서 공사는 지난해 10월 골프장을 인수해 운영할 신규사업자( KMH신라레저)도 선정했다.

 그러나 스카이72 측이 계약 연장 등을 요구하며 영업을 강행하고 있고, 이를 둘러싼 부동산 인도소송·협의 의무확인소송·낙찰자 지위확인소송 등 20개가 넘는 송사와 수사가 이어지고 있다.

 재판·수사 20여개인데 감사원 감사까지

 이런 와중에 지난해 12월 인천지역 시민단체인 '인천평화복지연대'가 감사원에 인천공항공사의 골프장 임대사업자 선정 관련 특혜 의혹 및 국가계약법 위반 등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감사원은 스카이72 골프장의 계약종료와 사업자 교체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스카이72 골프장의 계약종료와 사업자 교체에 대한 감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감사원은 지난 5월 말부터 2주간 예비 감사를 거치고는 공익감사 청구 사항 중 ▶이사회운영규정 위반 ▶원가계산보고서 변경·조작에 대해 6월 말부터 실지감사를 벌이겠다고 통보했다. 그리고는 이달 초까지 두 차례 실지감사를 진행했다.

 공사 측에서 "관련 사안들에 대한 재판이 진행 중이며 이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으니 실지감사를 연기해달라"고 요청했지만, 감사원은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감사규정엔 "재판 중 사항은 감사 제외"  

 그런데 감사원의 이번 감사 자체가 '공익감사청구 처리규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감사원이 제정한 해당 규정의 제4조에는 '수사 중이거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항은 감사청구의 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돼 있기 때문이다.

 다만 재판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예산 낭비를 막기 위해 긴급히 필요한 경우에만 예외로 감사를 허용하고 있다. 감사가 수사나 재판에 불필요한 영향을 끼치는 걸 피하기 위한 취지로 해석된다.

공익감사처리규정 중 청구대상 조항. [자료 감사원]

공익감사처리규정 중 청구대상 조항. [자료 감사원]

 그러나 관련 재판과 수사가 20개가 넘는 상황에서 감사원 감사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안 미치는 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 실제로 부동산 인도소송과 낙찰자 지위확인소송 등에서 원고(스카이72, 써미트) 측은 재판 준비 서면에 감사원의 감사착수를 언급하며 공사 측에 심각한 잘못이 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재판서 감사 착수 사실 언급하며 활용  

 이 중 부동산 인도소송은 지난달 22일 1심 판결에서 공사가 승소했다. 재판부는 "공사와 스카이72 측이 2005년 맺었던 토지에 대한 민간투자개발사업 실시협약에 따라 토지 사용 기간이 종료됐다"며 "스카이 72는 공사에게 토지 및 건물을 인도하라"고 판결했다.

 신규사업자 선정과 관련된 낙찰자 지위확인소송은 1심 판결이 다음 달 7일로 예정돼있다. 공사 관계자는 "신규사업자 선정은 최고가 입찰로 진행됐다"며 "예산 낭비 또는 공사가 손해를 봤다고 볼 사안이 전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게다가 감사원이 통상적인 감사 절차를 무시했다는 논란도 일고 있다. 일반적으로 실지감사를 통해 문제점이 드러나면 감사원은 당사자들로부터 관련 내용과 문제점을 적은 '사실확인서'에 서명을 받는다.

 "통상적 감사 절차 건너뛰었다" 논란도    

 이 과정에서도 사실인정 여부를 두고 양측간에 설전이 오간다고 한다. 이후  보다 세부적인 확인이 필요할 경우 '문답' 절차를 시작한다. 피감기관 사이에선 문답이 수사기관의 피의자 신문조서와 유사하다고 인식되는 탓에 상당한 부담감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감사원은 이번 감사에선 사실확인서를 한장도 받지 않은 채 곧바로 문답을 개시하겠다고 공사에 통보했고, 현재 관계자 4명에 대한 문답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인천공항은 스카이72와 관련해 20여개가 넘는 재판과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뉴스1]

인천공항은 스카이72와 관련해 20여개가 넘는 재판과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뉴스1]

 전직 중앙부처 고위 관료는 "사실확인서를 건너뛰고 문답으로 직행하는 경우는 지금까지 본 적이 없다"며 "골프장 운영자 교체 건이 감사원이 규정과 절차 위반 논란을 감수하고서까지 무리하게 뛰어들 사안인지도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감사 중인 사안은 언급 못 해" 

 전직 공기업 간부도 "감사원 감사를 여러 번 받았지만, 사실확인서를 안 받고 바로 문답으로 들어간 경우는 본적도 들은 적도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공익감사 청구가 됐으니 검토를 하고 일부 사항에 대해 감사를 하겠다고 답을 준 것"이라며 "감사 중인 사안은 구체적으로 언급할 수 없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밝혀왔다.

 감사원 감사는 공정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생명이다. 스카이 72 골프장 문제와 관련해서는 전방위 로비설 등 온갖 얘기들이 나돌고 있다. 그만큼 민감하고 조심스러운 사안이란 의미이기도 하다. 감사원은 지금이라도 공정성과 절차에 문제가 없는지 다시 한번 엄밀하게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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