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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밥돌밥’에 대세 된 배반밀…“포장재만 14개” 플라스틱 골치 [식문화 대전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해 1월 20일 국내 첫 코로나 19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약 19개월. 우리 식생활에도 불가역적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배달·(사 먹는) 반찬·밀키트로 대표되는, 이른바 ‘배반밀’의 시대다. 중앙일보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가 전국 20대~60대 남녀 2523명에게 ‘코로나 2년 차의 식생활’에 관해 물었다. 오늘 당신의 ‘집밥’은 어떠했습니까.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코로나 19 시대의 식생활 변환에 대한 질문을 던질 때마다 적지 않게 들었던 말이다. 끝없이 이어지는 ‘돌밥돌밥(돌아서면 밥)’에 지치고, 배달과 사 먹는 반찬, 밀키트의 편리함에 익숙해지면서 코로나가 끝난 후에도 쉽게 예전으로 돌아가긴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식문화 대전환下편]

하지만 먹는 것은 건강, 환경과 직결되는 문제. 편리함만으로는 충족시킬 수 없는 가치다. 특히 내 손으로 직접 만들지 않는 상품화된 음식의 위생 문제는 언제나 마음 한편의 불안감을 자극하기도 한다.

코로나19 2년차에 접어든 지금, '돌아서면 밥을 한다'는 뜻의 신조어 '돌밥돌밥'만큼 우리 식생활을 더 적확하게 표현하는 단어가 있을까.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코로나19 2년차에 접어든 지금, '돌아서면 밥을 한다'는 뜻의 신조어 '돌밥돌밥'만큼 우리 식생활을 더 적확하게 표현하는 단어가 있을까. 사진 인스타그램 캡처

때 되면 터지는 위생 문제…여전한 불안감

중앙일보가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Tillion Pro)’와 함께 전국 20~50대 253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배만밀로 대표되는 상품화된 음식들에 대한 호감도는 점차 나아지고 있는 모양새다. 1년 전과 비교해 가정 간편식, 배달 음식을 포함한 상품화된 음식에 대해 ‘거부감 줄어 이용을 늘리고 있다’는 응답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 상품 음식이 위생과 영양에 문제없고(38.2%), 과거보다 상당히 나아졌다고 생각한다(36.1%)는 응답도 74.3%나 됐다. 그만큼 상품 음식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해석이 가능하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하지만 여전히 ‘믿고 먹기가 걱정된다’는 답도 25.6%에 달했다. 적지 않은 비율이다. 과거와 비슷하게 상품화된 음식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고(18.8%), 현재 더 거부감이 커졌다(9.2%)는 응답도 있었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맞벌이 직장인 최고은(38·여) 씨는 바쁜 평일 저녁은 배달이나 밀키트를 활용해도 주말만큼은 집밥을 고수한다. 어쩔 수 없는 ‘죄책감’ 때문이다. 최 씨는 “사 먹는 음식이 나트륨이나 칼로리는 높고 영양 면에서 부실할 수 있을 것 같아 아이가 삼시 세끼 모두 집에서 먹는 주말에는 힘들어도 손수 밥과 반찬을 해 먹는 편”이라고 했다. 얼마 전 터진 분당 김밥집 식중독 사태는 이런 죄책감을 더 부채질했다. 최 씨는 “알몸 김치 사건이나, 발 담그고 무 씻는 족발집 등 음식점 위생 관련 기사를 볼 때마다 내가 사 먹는 음식도 해당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찝찝하다”고 말했다.

특히 주방을 눈으로 확인할 수 없는 배달 음식의 깜깜이 위생 문제에 대한 우려가 높다. 한국소비자원(원장 장덕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1월~6월) 사이 식사 배달 관련해 품질 불만 사유로 상담을 진행한 사례는 모두 110건으로, 지난해 연간 상담 건수(167건)의 절반을 훌쩍 넘겼다. 상반기 피해 구제 사례도 11건으로 이전 4년간(2017년~2020년) 연간 발생 건수보다 많다.

식사배달 관련 품질 불만 소비자 상담 및 피해구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식사배달 관련 품질 불만 소비자 상담 및 피해구제.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돈까스 2인분 배달시켰더니 플라스틱 용기 20개

건강과 위생 못지않게 배반밀의 발목을 잡는 건 다름 아닌 쓰레기 문제다. 한 끼 편하게 먹으려고 배달을 시키면 플라스틱 용기 쓰레기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나온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주말 동네 돈가스집에서 2인 기준 음식을 시켰다는 서지현(39·여) 씨는 “다 먹고 나니 뚜껑과 소스 용기 포함 20여개의 플라스틱 쓰레기를 버려야 했다”며 “코로나 19로 외식을 못 하고 일주일에 많게는 서너번씩 배달을 시키다 보니 분리수거용 쓰레기통이 금세 가득 찬다”고 했다. 녹색연합에 따르면 음식 서비스 관련 플라스틱 용기 쓰레기 배출 추산치는 지난해 8월 기준 하루 평균 830만개가 넘었다고 한다.

지난 4월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1회용 배달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지난 4월 서울 송파구 우아한형제들 앞에서 환경단체 '녹색연합'이 1회용 배달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에 대해 사회적 책임을 촉구하며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한 번 먹을 수 있는 양으로 소포장 된 밀키트도 쓰레기 문제에서 자유롭지 않다. HMR(가정 간편식) 업체의 인기 상품 ‘밀푀유나베’를 기준으로 했을 때, 재료 포장용 비닐 11개, 플라스틱 2개, 종이 띠지 1개 등 총 14개의 포장재가 사용된다. 사 먹는 반찬도 대부분 한두 번 먹을 분량으로 소포장 되어 있다 보니 플라스틱 쓰레기가 만만치 않게 나온다.

음식물 쓰레기는 줄일 수 있지만 너무 많은 포장 쓰레기가 나온다는 점은 밀키트의 약점으로 꼽힌다. 사진 중앙포토

음식물 쓰레기는 줄일 수 있지만 너무 많은 포장 쓰레기가 나온다는 점은 밀키트의 약점으로 꼽힌다. 사진 중앙포토

대세 막을 수 없다면…안전·위생·환경 챙겨야

이런 우려에도 ‘배반밀’로의 전환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설문조사 결과 코로나 19 종식 후에 손수 만드는 집밥으로 식사를 해결하겠다는 이들은 17.6%에 그쳤다. 지금처럼 먹겠다는 의견은 47.1%, 오히려 늘리겠다는 의견도 35.1%나 됐다.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안전·위생·환경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기업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일부 업체들은 집밥 못지않게 위생과 영양 챙긴 밀키트 메뉴와 대체육 등 비건 메뉴 개발에도 나섰다. CJ제일제당 관계자는 “해외 선진국에선 건강 간편식 시장이 전체 시장의 10%를 넘어 점점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나트륨이나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는 등 건강 간편식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 CJ제일제당

나트륨이나 콜레스테롤 함량을 낮추는 등 건강 간편식 시장은 더 확대될 전망이다. 사진 CJ제일제당

배달앱 ‘배달의민족’은 지난 5월부터 ‘분리배출 다이어리’라는 환경 콘텐트를 제공 중이다. 빨갛게 물든 떡볶이 용기나 치킨 기름이 묻은 종이 등을 어떻게 배출해야 할지 알려주는 영상이다.

치킨 박스를 버리는 방법을 자세히 보여주는 배달의민족 콘텐트. 사진 배달의민족 공식 인스타그램

치킨 박스를 버리는 방법을 자세히 보여주는 배달의민족 콘텐트. 사진 배달의민족 공식 인스타그램

밀키트 업체들은 플라스틱 대신 종이로 포장재를 만드는 등의 시도를 하고 있다. ‘프레시지’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플라스틱 패키지를 지함 형태의 종이 패키지로 바꿨다”며 “종이 아이스팩을 사용하는 등 환경 문제에 대한 소비자들의 높아진 눈높이에 맞추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프레시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자사몰에서 판매되는 밀키트에 플라스틱 용기 대신 종이 포장을 적용하고 있다. 사진 프레시지

프레시지는 지난해 10월부터 자사몰에서 판매되는 밀키트에 플라스틱 용기 대신 종이 포장을 적용하고 있다. 사진 프레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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