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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눈'은 있는데 '주먹' 없는 이지스함…결국 북·중 눈치?

중앙일보

입력

2024년부터 실전 배치하는 차기 이지스함(광개토대왕Ⅲ Batch-Ⅱ)에 탑재할 요격미사일 선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면서 북한 탄도미사일 방어 전략에 빨간불이 켜졌다. 당초 군 당국은 고고도에서 요격할 수 있는 SM-3 미사일(요격 고도 70~500㎞)을 요구했지만, 이후 방위사업청이 국내 자체 개발로 방향을 틀면서 벌어진 결과다.

게다가 군 당국과 방사청은 “현 상태에서 SM-3 수준의 국산 요격미사일 개발은 불가능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 지 1년이 넘었는데도 뚜렷한 이유 없이 요격 체계 선정을 미루는 상황이다.

지난 2006년 6월 22일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사일로함(CG 67)에서 탄도미사일 요격미사일인 SM-3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지난 2006년 6월 22일 미국 해군의 이지스 구축함인 사일로함(CG 67)에서 탄도미사일 요격미사일인 SM-3를 발사하고 있다. [사진 미 해군]

이 때문에 군 안팎에선 “기존 이지스함처럼 눈(고성능 레이더)만 있고 주먹(탄도탄 요격미사일)은 없는 ‘반쪽 이지스함’만 또다시 배치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또 일각에선 “중국과 북한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된 요격 체계 도입을 미루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일고 있다.

미·일 이지스함 SM-3 갖춰 

현재 해군은 세종대왕급(7650t급)으로 불리는 이지스함 3척을 보유하고 있다. 지난 2012년까지 순차적으로 배치한 이들 함정은 AN/SPY-1D(V5) 대공 레이더를 통해 약 1000㎞ 밖의 탄도미사일을 탐지ㆍ추적할 수 있다.

반면 미 해군이나 일본 해상자위대 이지스함과 달리 이런 실시간 레이더 정보와 연동해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체계는 갖추지 못했다. 대신 대공 방어용으로 약 24㎞ 고도 내에서 전투기나 순항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SM-2 미사일을 탑재했다.

북한 미사일 요격 체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북한 미사일 요격 체계.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군 관계자는 “이지스함은 한반도 전역을 커버할 수 있는 전구(戰區ㆍtheater)급 전략 자산인데도 실제 방어 역량은 함 자체 보호 수준에 그치고 있다”며 “북한 핵ㆍ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려면 SM-3 미사일 도입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L-SAM 개량으로는 불가능” 

실제로 군 당국은 2020년대 중반부터 배치할 차기 이지스함 3척에 SM-3 미사일을 탑재하기 위한 소요 검증(2018년 9월)까지 마쳤다. 하지만 이후 방사청이 국내 개발 중인 L-SAM(요격 고도 40~70㎞) 지대공 요격미사일의 성능 개량을 대안으로 내밀면서 사업 방향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결국 방사청의 요청으로 국방부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에 관련 연구를 의뢰했다. 그런데 한기호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해 7월 KIDA는 “SM-3 획득이 L-SAM 성능 개량 등 다른 대안들에 비해 유리하다”는 결론을 냈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하나인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일명 철매Ⅱ)을 시험 발사하는 모습. 군 당국은 M-SAM 개발에 이어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개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하나인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일명 철매Ⅱ)을 시험 발사하는 모습. 군 당국은 M-SAM 개발에 이어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을 개발할 계획이다. [연합뉴스]

특히 방사청이 주장한 L-SAM 개량과 관련해선 “연구개발 기간, 발사 환경 등을 고려할 때 사드(THAADㆍ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요격 고도 40~150㎞) 수준의 성숙한 체계에 도달하는데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 측정이 불가능하다”고 분석했다.

KIDA뿐 아니라 국방과학연구소(ADD)도 비슷한 입장이다. ADD는 지난 4월 국회 답변 자료에서 “SM-3는 L-SAM 대비 사거리와 고도가 최대 5배 이상”이라며 “현재의 L-SAM 기술력으로는 SM-3급 개발은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사드 때처럼 북·중 반발 우려"

국내 최고의 국책 연구기관 두 곳에서 이런 결론을 냈지만, 군 당국과 방사청은 복지부동이다. 지난 20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한기호 의원의 관련 질의에 서욱 국방방관은 “한반도 상황에서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무기체계가 무엇인지 심층 검토를 하고 있다”며 “의사 결정을 할 것”이라고만 답했다.

이런 반응을 두고 군 관계자들 사이에선 “석연치 않다”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한 관계자는 “군 당국과 방사청이 머뭇거리는 데는 무기 국산화 말고 또 다른 배경이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며 “주한미군 사드 도입 당시 중국과 북한이 극렬히 반발했던 만큼 정부가 SM-3 도입에 따른 미국의 미사일방어(MD) 체계 편입 파장을 우려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난 2017년 8월 1일자 국제면에서 한국의 사드 반대 시위를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인민일보 캡처]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가 지난 2017년 8월 1일자 국제면에서 한국의 사드 반대 시위를 자세히 보도하고 있다. [인민일보 캡처]

특히 중국은 이미 미국이 폐기 대상인 정찰위성을 상대로 SM-3 요격 시험에 성공한 만큼 경계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현재 미국과 일본이 공동 개발 중인 개량형 SM-3 미사일(블록2-A)의 경우 요격 고도가 1200km에 달한다.

이와 관련, 군 관계자는 “이지스함에 SM-3를 탑재하면 지상에 고정 배치된 사드보다 공격하기 훨씬 어렵고, 요격 고도도 높아 우리 군이 지향하는 다층·중첩 방어에도 최적화된다”며 “그만큼 중국ㆍ북한 입장에선 불편하고 두려운 반면 우리에겐 절실한 방어 무기”라고 지적했다.

방사청은 이런 상황에 대해 23일 중앙일보에 “현재 국방부가 KIDA의 연구용역 결과를 바탕으로 유관 기관과 사업 방향을 검토 중”이라며 “방사청은 그 결과에 따라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만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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