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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석 사과하자 유승민이 맹공…尹측 “이러니 둘 사이 의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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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부터가 본게임 아니겠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바짝 긴장해야 할 거다.”

23일 만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와 윤 전 검찰총장의 갈등상에 대해 “전초전도 못된다”면서 본궤도에 오르는 당 대선 경선 레이스를 이렇게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이 대표는 당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선임하면서 그간의 분란 상황을 사과했지만, 윤 전 총장을 향한 경쟁 주자들의 공세 수위는 되레 확 높아졌다.

긴급 기자회견을 연 유승민 전 의원은 “그동안 이 대표와 가까웠다는 과거 인연만으로 괜한 오해를 받기 싫어서 참아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유 전 의원은 “당 대표라도 탄핵도 되는 거 아니냐”, “이 대표는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라” 같은 윤 전 총장 측 발언을 열거한 뒤 “이게 윤 전 총장 묵인 없이 가능한가. 윤 전 총장 본인이 직접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를 하러 우리 당에 온 거냐, 당권교체를 하러 온 거냐”라며 “지금 지지도가 높으니 주변에 충성 경쟁하는 부나방들이 모여드는 것”이라고 강한 발언을 쏟아낸 뒤 기자들을 만났다.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를 흔드는 윤석열 캠프 인사들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윤석열 후보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2021.8.23 김경록 기자

국민의힘 대권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이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현안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당대표를 흔드는 윤석열 캠프 인사들의 잇따른 도발에 대해 윤석열 후보의 직접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2021.8.23 김경록 기자

윤석열 캠프에서 비상대책위 추진설 보도가 나왔는데.  
“당 전체를 흔드는 도발이다.”
이준석 계라고 의심하는데. (이 대표는 지난 3월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뜨겠다.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내가 이준석계라고? (웃음) 나만큼 공사 구분이 깨끗한 사람은 없다.”

이와 별개로 유 전 의원 측은 윤석열 캠프에서 경찰대 총동문회 홈페이지에 모집 공고를 낸 것을 지적하면서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경찰을 향해 캠프에 들어오라니 어안이 벙벙하다”(권성주 대변인)는 논평도 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이를 언급하면서 “정치하는 이유가 결국 더 압도적인 권력기관 사유화였나. 그의 권력관은 문재인 정권의 그것과 하등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도 “윤석열 캠프가 당을 흔들고 당 대표를 흔드는 것을 모두가 보고 있는데 누구를 속이려 드는가”(천하람 언론특보 논평)라고 거들었다.

이런 양상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에선 대체로 “제로섬 게임에 따른 지지율 1위의 숙명”이라고 반응한다. 야권 내에서 대선 지지율이 선두인 데다, 특히 당내 경선은 지지층(국민의힘 당원 등)이 제한적이다 보니 추격 그룹의 집중 견제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윤 전 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유 전 의원 등이 거론한 비대위 전환 검토 보도와 관련해 “황당무계한 허위보도를 근거로 한 정치공세에 대해선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다만, 일부에선 갈수록 거칠어지는 당내 공격에 부글대는 기류도 읽힌다. 캠프 내부에선 불만을 더 노골화했는데, 익명을 원한 윤 전 총장 측은 “이 대표가 뒤로 빠지려 하자 바통 터치하듯 유 전 의원이 긴급 회견을 열어 윤 전 총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러니 두 사람(이준석·유승민) 사이를 의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적장의 목을 베러 앞장서는 우리 장수를 낙마시키려 해선 안 된다. 이는 야권 지지율을 갉아먹는 자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국민캠프에서 열린 자영업 비대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22일 서울 종로구 국민캠프에서 열린 자영업 비대위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스1

윤 전 총장은 가능한 한 당내 공방과는 거리를 두면서 '반(反)문재인' 전선을 분명히 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윤 전 총장 측은 “대선 국면에서 자중지란에 빠지면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윤 전 총장의 인식”이라며 “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 발표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시도에 적전분열 없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당이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사퇴 촉구 집회를 연 팬클럽 윤사모(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에 대해서도 캠프는 “당내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장제원 종합상황실장)고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중도·외연 확장을 위해 여성과 청년, 호남을 우선 공략 포인트로 정하고 관련 인사 영입 및 정책 입안도 추진 중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정책과 관련해 박근혜 청와대에서 고용복지수석을 했던 김현숙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조언해주고 있다”며 “이외 문재인 정부의 고민정 대변인 경우처럼 인지도 높은 여성 3인방의 물밑 영입도 거의 마쳤다.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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