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가 본게임 아니겠나.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바짝 긴장해야 할 거다.”
23일 만난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준석 대표와 윤 전 검찰총장의 갈등상에 대해 “전초전도 못된다”면서 본궤도에 오르는 당 대선 경선 레이스를 이렇게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이 대표는 당 선거관리위원장으로 정홍원 전 국무총리를 선임하면서 그간의 분란 상황을 사과했지만, 윤 전 총장을 향한 경쟁 주자들의 공세 수위는 되레 확 높아졌다.
긴급 기자회견을 연 유승민 전 의원은 “그동안 이 대표와 가까웠다는 과거 인연만으로 괜한 오해를 받기 싫어서 참아왔다”고 포문을 열었다. 유 전 의원은 “당 대표라도 탄핵도 되는 거 아니냐”, “이 대표는 사퇴 후 유승민 캠프로 가라” 같은 윤 전 총장 측 발언을 열거한 뒤 “이게 윤 전 총장 묵인 없이 가능한가. 윤 전 총장 본인이 직접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를 하러 우리 당에 온 거냐, 당권교체를 하러 온 거냐”라며 “지금 지지도가 높으니 주변에 충성 경쟁하는 부나방들이 모여드는 것”이라고 강한 발언을 쏟아낸 뒤 기자들을 만났다.
- 윤석열 캠프에서 비상대책위 추진설 보도가 나왔는데.
- “당 전체를 흔드는 도발이다.”
- 이준석 계라고 의심하는데. (이 대표는 지난 3월 한 유튜브 채널에 나와 “윤 전 총장이 대통령이 되면 지구를 뜨겠다. 유승민 전 의원을 대통령으로 만들겠다”고 발언했다.)
- “내가 이준석계라고? (웃음) 나만큼 공사 구분이 깨끗한 사람은 없다.”
이와 별개로 유 전 의원 측은 윤석열 캠프에서 경찰대 총동문회 홈페이지에 모집 공고를 낸 것을 지적하면서 “정치 중립을 지켜야 하는 경찰을 향해 캠프에 들어오라니 어안이 벙벙하다”(권성주 대변인)는 논평도 냈다. 원희룡 전 제주지사도 이를 언급하면서 “정치하는 이유가 결국 더 압도적인 권력기관 사유화였나. 그의 권력관은 문재인 정권의 그것과 하등 다를 바 없어 보인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최재형 전 감사원장 캠프도 “윤석열 캠프가 당을 흔들고 당 대표를 흔드는 것을 모두가 보고 있는데 누구를 속이려 드는가”(천하람 언론특보 논평)라고 거들었다.
이런 양상에 대해 윤 전 총장 측에선 대체로 “제로섬 게임에 따른 지지율 1위의 숙명”이라고 반응한다. 야권 내에서 대선 지지율이 선두인 데다, 특히 당내 경선은 지지층(국민의힘 당원 등)이 제한적이다 보니 추격 그룹의 집중 견제를 받는 건 어쩔 수 없다는 것이다. 이날 윤 전 총장 캠프 김병민 대변인은 유 전 의원 등이 거론한 비대위 전환 검토 보도와 관련해 “황당무계한 허위보도를 근거로 한 정치공세에 대해선 대응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다만, 일부에선 갈수록 거칠어지는 당내 공격에 부글대는 기류도 읽힌다. 캠프 내부에선 불만을 더 노골화했는데, 익명을 원한 윤 전 총장 측은 “이 대표가 뒤로 빠지려 하자 바통 터치하듯 유 전 의원이 긴급 회견을 열어 윤 전 총장을 강하게 비난했다. 이러니 두 사람(이준석·유승민) 사이를 의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캠프 관계자는 “적장의 목을 베러 앞장서는 우리 장수를 낙마시키려 해선 안 된다. 이는 야권 지지율을 갉아먹는 자해 행위”라고 주장했다.
윤 전 총장은 가능한 한 당내 공방과는 거리를 두면서 '반(反)문재인' 전선을 분명히 해 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윤 전 총장 측은 “대선 국면에서 자중지란에 빠지면 공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게 윤 전 총장의 인식”이라며 “권익위의 부동산 전수조사 발표와 민주당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처리 시도에 적전분열 없이 일사불란하게 대응하기 위해선 당이 단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 사퇴 촉구 집회를 연 팬클럽 윤사모(윤석열을 사랑하는 모임)에 대해서도 캠프는 “당내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장제원 종합상황실장)고 자제를 요청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중도·외연 확장을 위해 여성과 청년, 호남을 우선 공략 포인트로 정하고 관련 인사 영입 및 정책 입안도 추진 중이다. 윤 전 총장 측은 “정책과 관련해 박근혜 청와대에서 고용복지수석을 했던 김현숙 전 새누리당 의원 등이 조언해주고 있다”며 “이외 문재인 정부의 고민정 대변인 경우처럼 인지도 높은 여성 3인방의 물밑 영입도 거의 마쳤다. 곧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