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밤조명으로 본 北…순천·안주 석탄도시도 제재 직격탄

중앙일보

입력 2021.08.24 05:00

2015년 1월 30일 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한반도와 주변 지역을 촬영한 사진. 불빛이 환한 남한(오른쪽 아래)과 만주(왼쪽 위) 사이 북한 지역은 평양(가운데 밝은 점 같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희미한 불빛으로 검게 나타나 있다. 이 때문에 해안선도 드러나지 않은 북한은 동·서해가 그대로 이어진 부분 같으며 남한은 마치 섬처럼 보인다. [AP=연합뉴스]

2015년 1월 30일 밤 국제우주정거장(ISS)에서 한반도와 주변 지역을 촬영한 사진. 불빛이 환한 남한(오른쪽 아래)과 만주(왼쪽 위) 사이 북한 지역은 평양(가운데 밝은 점 같은 부분)을 제외하고는 희미한 불빛으로 검게 나타나 있다. 이 때문에 해안선도 드러나지 않은 북한은 동·서해가 그대로 이어진 부분 같으며 남한은 마치 섬처럼 보인다. [AP=연합뉴스]

국제연합(UN)의 대북제재 여파로 북한의 밤거리 불빛이 좀처럼 밝아지지 않고 있다. 평양을 비롯한 상당수 도시가 예전보다는 밤거리가 밝아졌지만, 대북 제재의 여파로 그다지 선명하게 좋아지지는 않았다. 특히 북한의 주요 수출품인 석탄을 채굴하는 탄광 도시는 불빛이 급격하게 꺼져가고 있다.

북한 25개 도시 야간조명(NTL) 연구 결과
고위층 밀집한 평양만 밤 불빛 성장 지속
탄광지역, 농업 내륙도시는 조명 흐려져
대북제재에 경제개발 도시도 밤길 어두워져
중국 접경도시는 밀무역 등으로 사정 나아
"경제시스템 지속가능성 위협 받을 수도"

손성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전문연구원,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 교수가 연구한 결과다. SSCI(Social Sciences Citation Index)급 학술지인 『아시아 연구(Pacific affairs)』 최신호에 '대북 경제 제재, 효과가 있는가-북한 25개 주요 도시 야간 조명 평가'라는 제목으로 실렸다.

1992년부터 북한 25개 주요 도시의 야간 조명(NTL-Nighttime Light) 변화를 미국 공군 방위 기상 위성프로그램(DMSP/OLS)과 수오미(핀란드) 국립 극궤도 파트너십 위성의 가시 적외선 영상계(SNPP/VIRS)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북한의 NTL은 90년대 초반부터 급격히 악화하다 2000년대 들어 회복 조짐을 보였다. 95년 일시적으로 북한의 야간 불빛이 꺼지는(마이너스 성장률) 현상을 보였으나 이후 야간 조명률은 조금씩 높아졌다. 이런 추세는 2016년 UN 안전보장이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가 단행된 이후에도 이어졌다. 2016년 NTL 성장률은 7.1%였지만 2017년에는 10.2%로 다소 높아졌다. 2018년에는 5.1%로 성장률이 전년보다 반 토막 나더니 2019년에는 1.8%로 거의 정체 상태를 보였다. 다만 북한의 경제성장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와중에도 NTL은 줄지 않았다는 점이 특이하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북한 경제성장률은 2016년 3.9%에서 2017년 -3.5%로 급락했고, 2018년에도 -4.1%를 기록했다.

북한 야간 불빛(NTL) 현황과 야간 조명 성장률. 1992년 NTL을 100으로 했을 때 야간 조명 변화

북한 야간 불빛(NTL) 현황과 야간 조명 성장률. 1992년 NTL을 100으로 했을 때 야간 조명 변화

연구팀은 "2016년 이후 대도시 주민들이 중국에서 태양광 설비를 독자 수입해 가정용 전력 생산에 사용한 것이 NTL 감소를 막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NTL 성장률이 크게 떨어진 점은 부인할 수 없다"며 "NTL 성장률 하락은 핵무기 개발과 같은 핵 협정의 불이행으로 인한 경제제재에 기인한 것으로 북한으로선 일종의 기회비용을 지불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북한의 NTL이 전반적으로 아주 더딘 속도로 나아지고 있다지만 도시별로 차이가 확연했다. 특히 금강산 개발이 멈춘 원산이나 석탄 채굴 도시, 농업을 기반으로 하는 내륙도시는 야간 불빛이 급속히 어두워졌다.

연구팀은 ▶전통도시 ▶중국·러시아 접경 도시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자가 재생도시 ▶석탄 채굴 도시 ▶기타 해안·내륙 도시로 나눠 분석했다.

평양, 신의주, 개성의 야간 조명 성장률

평양, 신의주, 개성의 야간 조명 성장률

평양·개성 같은 8개 전통도시는 대북제재 이듬해인 2017~2018년 NTL이 2% 성장했다. 성장률은 올랐지만 그 전에 비해 0.4% 감소했다. 밤거리가 예전보다 그다지 밝아지지 않았다는 의미다.

다만 평양은 달랐다. 2018년에 NTL이 전년보다 9% 성장했다. 2019년에는 5.8% 증가했다. 증가세가 둔화했지만, 상승세가 멈추지는 않았다. 연구팀은 "고위층과 재산이 집중된 평양은 대북 제재로 경제적 타격을 가장 덜 받은 도시"라고 지적했다.

북한의 중국 국경 도시 야간 조명 성장률

북한의 중국 국경 도시 야간 조명 성장률

중국과 인접한 신의주, 혜산, 강계 지역은 러시아와 인접한 나선지역보다 조명이 밝아졌다. 그렇다고 해도 대북제재 이전보다 NTL 성장률은 낮았다. "여전히 중국 국경도시에선 밀무역 등 비공식 상품 거래로 수익을 창출하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것이 연구팀의 분석이다. 연구팀은 "이는 중국과 러시아 등 주변국들의 대북제재 의지가 대북제재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 주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 자가재생도시 야간 조명 성장률

북한 자가재생도시 야간 조명 성장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2016년 5월 당 대회에서 5개년 국가경제발전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개발지구 27곳이 지정됐다. 이른바 자가 재생도시다. 이들 지역에선 NTL이 다소 상승했지만 송림, 남포, 문천, 라선지역은 마이너스 상승률을 보였다. 경제개발계획이 대북제재의 여파로 제대로 이행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특히 금강산 개발이 관건인 원산의 NTL 상장률 감소는 상대적으로 큰 것으로 연구 결과 밝혀졌다.

북한 석탄 채굴 도시 야간 조명 성장률

북한 석탄 채굴 도시 야간 조명 성장률

석탄 채굴 도시의 사정은 암울하다. 순천, 안주, 개천, 덕천의 밤 조명 성장률은 2019년 모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불이 꺼져가고 있다는 의미다. 대북제재에 따라 석탄 수출이 금지되면서 도시의 활력도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2016년 북한 전체 수출의 42.3%를 차지하던 석탄·광물은 2018년 수출 비중이 5.3%로 줄었다. 중국이 유엔 결의에 따라 북한산 제품 수입 중단을 밝히면서 타격이 더 커진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북한 내륙 도시 야간 조명 성장률

북한 내륙 도시 야간 조명 성장률

북한 연안 도시 야간 조명 성장률

북한 연안 도시 야간 조명 성장률

농업 도시인 사리원을 비롯해 구성, 희천 등 내륙도시의 불빛도 사그라지고 있다. 특히 평양 인근 평성의 NTL 감소세가 두드러졌다. 연구팀은 "평성은 평양으로 가는 물품이 거래되고, 현지 시장이 발달하는 등 주요 유통지역이지만 큰 폭으로 NTL이 감소했다"며 "그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해주·탄천·정주 등 해안에 인접한 연안 도시의 야간 조명 사정도 2019년 들어 나빠졌다.

연구팀은 "야간조명으로 북한의 도시별 경제 사정을 짚어볼 수 있다"며 "북한 수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해온 농업 중심의 내륙지역이나 탄광촌이 대북제재의 큰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은 향후 전체 경제 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이 위협받을 정도로 취약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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